젊은 시절부터 자주 만났던 이들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몹시 반갑다. 그때 상대방이 지난번보다 더 늙은 것 같다고 느끼곤 한다. 그것은 내 손끝에 거울이 달리지 않아 나 자신을 즉각적으로 비교해볼 수가 없는 덕분이다.
친구가 무엇인가 말을 건넸는데 소리는 들렸으나 내용은 애매하다.
내가 답답해 하면서 “가만있어요. 귀 좀 달아야겠어요” 하고 보청기를 끼고는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친구는 어떤 행사가 있는데 오라고 한다. “응, 내 일정표 좀 보고요.”
안경이 필요하다. 한참만에야 안경 쓰고 보청기 끼고 우리는 끊긴 얘기를 제대로 주고받게 된다.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라디오에서 들은 농담을 친구에게 들려주었다.
“어떤 노인이 길을 가는데 누가 뒤에서 ‘같이 가요, 같이 가요’ 해서 돌아보니 그럴 사람이 없더래. 그래서 내가 잘못 들었나 하고 보청기 생각이 나서 끼고 들어보니 ‘갈치 사요, 갈치 사요’ 하더래.” 우리는 “우리가 그 짝이군” 하면서 좀 쓸쓸했지만 현실을 생각하고는 한바탕 웃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런 농담을 어떻게 그렇게 외워서 옮겨요? 그리고 그대는 어떻게 그렇게 계속 활기차게 일하지, 요즈음도 많이 바빠요?” 하고 궁금해 한다. “무엇이든 좋은 것을 듣거나 보았을 때 바로 가까운 이웃에게 전하면 외우게 되죠” 했다.
“내가 젊었을 때는 건강 상태가 좋아서 이렇게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잘 안 들리는 일이 닥쳐오리라 전혀 상상도 못 했어요. 역시 처음 늙어봤더니 ‘늙음’에 적응하는 것이 서툴기 짝이 없어요.” “서툴기는 서툴겠군. 처음이라.” 우리는 또 한바탕 웃었다. 친구는 무엇 때문에 더 바빠졌는지 궁금해 했다. 나는 왜 더 행복한지 자랑했다.
개인행복과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지난 1년간 기조강연 1~2시간에서 4~12시간, 제자와 함께 대학·대학원 정규과정과 3박 4일에 30시간 집중연수 등을 지도했다. 그리고 6개월 걸려서 군상담 기초 중급과정 작업지, 파워포인트와 강사지침서까지 만들어주었다.
좋은 학교 만드는 운동으로 가정·학교·학생들에게 ‘열린 부모, 행복한 교실, 신나는 아이들’을 위한 ‘심心테크’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년간 350여 학교를 도왔다. 또 의경대 상담자 교육 100시간, 지하철 기관사, 산업종사자, 종교단체의 목회자,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의사소통 훈련, 긍정심리 코칭, 슬픔치유 상담자 연수 등을 하느라 바빴다.
특히 황혼이혼 부부와 고소·고발한 이들을 조정마당에서 단기 현실치료로 해결했다. 또 각종 갈등에 시달리다 우울증, 자살, 학교폭력, 중독, 사치병 등으로 시달리는 이들을 법이나 처벌로 다스리기보다 상호성장의 계기로 만들어내도록 도왔다.
간디는 “세상을 바꾸려면 자기 자신부터 바꾸라”고 했다. 글래저(Glasser)는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며 행동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선택을 책임지고 다르게 바꾸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또 공자는 대학에서 ‘修身齊家 治國平天下(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하지 않았는가. 모두 ‘나’만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이것이 신 상담기법이다. 이렇게 의미 있는 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매일 최선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늙어서도 할 일이 계속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다.
글·김인자(한국심리상담연구소장, 서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