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마을에 사는 주부 최모(51)씨는 한 달에 최소 두세차례 전통시장을 찾는다. 첫마을에서 차로 15~20분 거리인 유성시장이 그가 즐겨 장을 보는 곳이다. 최씨는 과거 대전에 살 때 부터 유성의 오일장을 자주 이용했다. “대형 마켓에서는 찾기 힘든 먹을거리도 적지 않고, 장을 보는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일장에서 최씨가 장바구니에 주로 담는 품목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주변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팔려고 들고 나온 채소나 콩나물, 젓갈, 장아찌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오일장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면, 어김없이 온천욕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세종시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최씨의 오일장 보기는 한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첫마을에서 유성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략 차로 15~20분 거리에 공주 오일장이 서기 때문이다. 최씨처럼 오일장, 혹은 전통시장에서 장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세종시만큼 입지여건이 좋은 곳도 많지 않다. 첫마을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오일장이 서는 전통시장이 자리하는 까닭이다. 북쪽의 조치원 시장과 남쪽의 유성 시장, 동쪽의 신탄진 시장과 서쪽의 공주 시장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네 곳의 전통시장은 공교롭게도 첫마을을 기준으로 할 때 동서남북으로 거의 등거리에 위치해 있어 어디를 찾든 왕복에 걸리는 소요 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똑같이 전통시장에서는 오일장인데도 각각 특색을 지녀 은근히 다른 매력이 있다.
조치원 오일장은 세종시 최대의 전통시장인 조치원 시장을 근거지로 한다. 이른바 ‘4, 9장’으로 매월 4일, 9일, 14일 등에 선다.
예로부터 교통 중심지에 위치해 있던 덕에 도시 규모에 비해 장이 상당히 큰 편이다. 멀리는 증평이나 괴산 등 충북 지역의 상인들 가운데도 이곳에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조치원 시장은 오일장이 서지 않는 날에도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은 상설 전통시장이다. 그만큼 전통시장으로서 입지가 단단한 편이라는 뜻이다. 제철 채소와 과일 등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요즘은 마늘과 감자, 각종 푸성귀, 자두 등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여름과 가을에는 각각 조치원 특산 과일이기도 한 선도 높은 복숭아와 배를 구하기 쉽다.
최근 시장 주변의 공사 등으로 주차 공간을 찾기가 좀 어려운 게 흠이라면 흠이다.
공주 오일장은 백제의 고도인 공주를 대표하는 산성시장에 오일장이 선다. ‘1, 6장’으로 매월 1과 6으로 끝나는 날에 장이 열린다. 공주는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를 통틀어 면적이 가장 넓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하나이다. 바꿔 말해 배후 시골 지역이 그만큼 큰 곳이라는 뜻이다.
장도 보면서 가족 나들이 하기 좋아
이런 까닭에 공주 오일장에서는 자경 농민들이 들고 나온 농산물이나 각종 산나물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세종시 주변의 주요 오일장들 가운데 시골 할머니들의 좌판 비율이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더구나 시골 구석구석을 오가는 버스터미널을 끼고 있어, 공주 오일장은 시골 냄새가 특히 물씬 난다. 물건을 팔러 나오는 사람도 많지만, 사러 나오는 시골 사람들의 발길 또한 끊이지 않는다.
공주의 대표적 명소인 공산성이 시장 건너편에 있고, 금강도 지척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장보기를 할 수 있다. 유료이긴 하지만 전통시장치고는 주변에 주차 공간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대전의 유성 지역은 현대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유흥관광 지역이다. 하지만 유성 오일장은 전통적이면서 토속적인 분위기를 꿋꿋하게 이어오고 있다. 오일장이 서는 시장자체의 면적은 인근 지역의 오일장들에 비해 다소 적지만, 대전이라는 광역시를 낀 덕인지 활기만큼은 으뜸이다.
중부권 일대는 물론 전국적으로 이름난 맛집이 많은 게 유성오일장의 특징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에서는 찾기 힘든 음식코너가 특히 잘 발달돼 있다. 장을 보지 않고 오로지 토속적인 식사를 하기 위해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번화한 도시의 한쪽에 장이 서다 보니 교통이 매우 혼잡하고 주차 공간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다. 조치원 장처럼 ‘4, 9장’이다.
과거 대전 북쪽 지역의 물류 중심이자 상권의 핵심이었던 신탄진의 오일장은 매월 3일과 8일에 열린다. 도시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이 많은 충북과 경북 지역이 멀지 않아서인지 다양한 한약재들이 눈에 띈다.
도시 지역에 들어서는 오일장이지만 시골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민물고기·젓갈 등 다양한 상품들을 볼 수 있고, 장터국수 같은 음식 코너도 잘 발달돼 있는 편이다. 가까이에 대청호가 있어 자동차 드라이브나 가족들 바람 쐬기도 좋다.
글과 사진·김창엽(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