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푸젠성에 위치한 ‘토루(土樓)’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국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흙벽으로 둘러싸인 3~4층 높이의 큰 집에 수십 가구에서 1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독특한 주택이다. 이 토루는 외벽이 두껍고 대문이 튼튼해서 대문만 닫으면 요새라 해도 손색 없을 정도다.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객가인(客家人)들은 중국의 중원에서 활동하다 약 1천 년 전부터 전란을 피해 농토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피난한 사람들이다. 객가인들은 혈족이 힘을 뭉쳐 고난을 이겨왔기 때문에 대가족, 군사문화에 익숙하다.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건축양식이 바로 한 마을 주민이 모두 한 집에 모여 사는 토루이다. 청조 초기엔 10명의 가족이 방 64칸짜리 4층 토루를 지었는데 이후엔 이곳에서 200여 명이 살기도 했으며 최대 900여 명까지 사는 경우도 있었다.
집에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한 건축가는 “여행에서 보이는 것의 70퍼센트가 건축”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는 중국인들의 ‘살림집’을 통해 중국의 역사, 문화를 들여다본 책이다. 전란을 피해 숨어든 유민들의 보금자리였던 토루를 비롯해 중산층의 꿈이 담긴 베이징, 상하이의 현대식 아파트 등 중국인들의 과거와 현재가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 책은 가장 중국다운 주택으로 알려진 베이징의 사합원,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전통 민가 건축물인 토루, 소수민족들의 특색 있는 민가 건축인 광시좡족자치구의 간란주택 등 중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민가를 소개한다.
2012년 음식을 통해 중국을 바라본 <중국 식객>을 출간한 윤태옥 PD는 이번엔 집을 통해 중국인을 연구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는 매년 수개월씩 중국을 여행하며 네이멍구의 초원에서부터 베이징의 화려한 중심가까지 중국 구석구석을 들여다봤다. 사진과 그림이 함께 실려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저자는 직접 현지인들이 사는 집을 방문해 집과 관련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중국의 역사·문화와 접목시켜 설명한다. 자칫하면 스토리 없이 단순한 정보만 나열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게 기행서적지만 이 책은 그런 맹점을 피해 나간다. 또한 중국 건축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동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의 감수를 받아 정확성을 기했다.
다소 독특한 이 책의 제목은 중국의 고사에서 기인했다. 위나라 말기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에 유령(劉伶)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유명한 술꾼이었는데 취하면 옷을 벗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그를 찾아와 ‘알몸 추태’를 비난했다. 이에 유령은 “나는 천지가 옷이고 집이 속옷인데, 당신이 어쩌자고 허락도 없이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라고 답했다. 저자는 집이 속옷이라는 발상이 참 신선하다고 느껴, 집을 통해 삶을 보려는 의도에서 이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글·김혜민 기자
새로 나온 책
쓰레기 탐색자
제프 패럴 지음
시대의창·1만8천원
어느 날 한 대학교수는 강단을 떠나 8개월 동안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간다. 그는 사람들이 버린 물건에서 소비문화의 흔적, 갈수록 확산되는 빈부격차 등을 읽어낸다. 이 책은 소비문화의 흔적인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을 담았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읽는 맛을 더한다.
당신으로 충분하다
정혜신 지음
푸른숲·1만3800원
정신과 의사 정혜신이 대한민국 30대 여성 4명과 6주간 진행한 집단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들은 겉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저마다 깊은 상처를 간직하며 살고 있었다. 저자는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상처를 용기 있게 직면해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박찬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1만3천원
대한민국의 첫 번째 메이저리거이자 코리안 특급투수인 박찬호가 2012년 11월 30일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는 ‘국민 영웅’ 대접을 받았던 화려한 시절부터 ‘먹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이 책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찬호의 과거에 대한 고백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