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배종옥·송일국·고수·양동근·한혜진·윤은혜, 가수 보아가 2012년 마다가스카르, 부르키나파소, 말라위 등 8개국에 봉사를 떠나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KBS 사회공헌 프로그램 ‘희망로드 대장정’의 세 번째 이야기다. 이번 희망로드의 주제는 ‘길 위의 아이들’이다.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진은 “험난한 인생길을 위태롭게 걷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며 “아이들이 걸어왔던 가시밭길을 찾아 안전한 길로 닦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60~1970년대 ‘서아프리카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흥 부국으로 떠올랐던 나라. 그러나 2002년 경제, 종족, 종교갈등으로 촉발된 내전으로 기적은 물거품이 됐다. 2010년엔 정부군과 반군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 도시에서만 1천여 명이 학살됐다. 서아프리카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한 국가, 코트디부아르의 현주소다. 2011년 4월, 내전은 종식됐지만 나라 곳곳은 황폐해졌다.
지난해 4월, 배우 안성기씨가 이 땅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열 살짜리 남자 아이 ‘밤바’를 만났다. 밤바는 새벽 6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숯가마에 물을 뿌리고 숯을 꺼내고, 썩은 숯을 골라내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숯가마 터와 시장을 빼고는 가본 곳이 없고, 만나본 사람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안성기씨는 숯가마 터를 벗어나는 게 인생 목표인 밤바에게 “밤바, 밤바는 꼭 꿈을 이룰 거야, 그렇게 힘 잃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라며 밤바의 등을 다독였다. 밤바 같은 아이들이 수백 명인 그곳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심이 담긴 위로를 건네는 일뿐이었다.
안성기씨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며 ‘어쩌면 희망이 이렇게나 없을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자신을 반겨주고, 배를 곯는 상황에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살아 있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희망의 모습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인도를 방문한 가수 보아는 학교에 가기는커녕 하루 종일 힘들게 가위질을 하거나 석탄을 캐는 아이들을 보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결론은 뻔했다”며 “결국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므로 나 이외에도 약속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야 했다”고 말했다.
안성기씨는 이 약속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신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벤트성 기획이 아니라 3년째 계속되는 희망로드 대장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이 순간에도 지구 저편의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살아가곤 한다”며 “하지만 굶고 아프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어도 그때만큼은 지구 저 먼 곳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이들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글·김혜민 기자
새로 나온 책
사랑은 왜 아픈가
에바 일루즈 지음
돌베개·30,000원
감정사회학의 대가가 인류의 오래된 주제인 ‘사랑’을 연구한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부터 책과 잡지 기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나타난 ‘사랑의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를 개인의 내면 감정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사랑은 “심리적인 현상이면서도 동시에 연애감정과 경제적 계산이 얽히고설킨 영역”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즉, 사랑은 인간의 순수한 감정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사회와 제도의 산물이라는 입장이다. 사랑이 고통스러운 이유를 제도적인 원인에서 분석한 점이 흥미롭다.
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역사의 아침·16,000원
역사평론가이자 역사학자인 이덕일씨가 왕을 만든 권력의 2인자들을 재조명하는 역사서를 내놓았다. 저자는 비주류로서 주류 사회를 바꾼 김유신, 이성계를 조선의 개국 군주로 만든 정도전 등 세상을 움직이는 흐름을 꿰고 있는 킹메이커들의 본질을 파고든다. 이로써 한 시대 권력이 단지 군주의 결정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객관적인 사료에 근거해 역사 속 미스터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다양하고 정확한 사료를 토대로 흡인력 있는 문체로 쓰인 이번 책 역시 ‘역사서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