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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서경식(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양학부 교수)의 스테디셀러 <나의 서양 미술 순례>는 어찌보면 미술 작품을 보는 내 눈을 틔워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책에서 서경식은 유학생 간첩 혐의를 쓰고 오랜 옥고를 치르던 친형 서승. 서준식의 존재를 자신이 접하는 미술품들 위에 포개 놓음으로써 미술 작품이란 객관적 실체 못지않게 주관적 의미 생성의 메커니즘을 지닌다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서경식이 최근 새롭게 내놓은 책 <소년의 눈물>은 나에게도 큰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소년의 눈물>은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서경식이 자신의 성장기를 독서 편력을 통해 회고한 에세이집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작가 데라다 도라히코의 수필에서부터 시작된 소년 서경식의 독서 편력은 <양쯔강 소년>(엘리자베스 루이스)과 <십오 소년 표류기>(쥘 베른), <하늘을 나는 교실>(에리히 케스트너)처럼 그 또래의 소년들이 즐겨 읽을 법한 책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하늘을 나는 교실>의 주인공 마르틴 타라가 자신을 다독이느라 다짐했던 말‘절대로 울지 말자!’를 그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나약하고 혼란스러운 소년기를 통과한다. 재일교포 서경식이 민족의식에 눈을 뜨면서 접한 책들은 중국 작가 루쉰의 작품들, 허남기시인의 <조선의 겨울 이야기>, 그리고 김소운이 편역한 <조선시집> 등이었다. 특히 <조선시집>의 1940년도 초판(초판 제목은‘젖빛 구름’)에 쓴 일본인 평론가의 해설이 중3 학생 서경식의 마음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진정 이들이 바야흐로 폐멸하려는 언어를 통해 제 백성들에게 최후의 노래를 불러 주었던…’운운하는 대목이 특히 그러했다. 해설이 쓰인 당시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이 본격화됐던 무렵이고, 1960년대 중반쯤에 이 글을 읽은 서경식은 자신을‘모국어 상실자’로 규정하고 있던 터였다. 모국어 상실자로서, 말하자면‘적의 땅’에서 태어나 성장한 청년 서경식은 대학 입학 무렵 알제리 해방투쟁의 이론가 프란츠 파농의 책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통해 자신이 처한 민족적 현실을 견주어 보게끔 된다. 그렇게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이미 장성한 청년이 된 1970년대 말의 서경식에게 감옥 안에 있던 셋째형 서준식이 편지를 보내 말한다. “나에게 독서란 도락이 아닌 사명이다”라고. 그 말을 자신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으로 받아들인 서경식은 사태를 이렇게 정리한다. 그의 일종의 독서론 이다.
‘한 순간 한 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 없는 자기 연찬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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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