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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 탄생 신화의 주역이자 거대여신인 ‘선문 대할망’은 슬하에 500명의 아들을 거느렸다. 흉년이 들어 그 아들들이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간 사이 할망은 죽솥에 자신의 몸을 던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온 아들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맛있는 죽을 먹었다. 맨 나중에 온 막내아들이 죽을 푸다 솥에서 어머니의 뼈를 찾아냈다. 그때서야 아들들은 ‘어머니’를 부르며 통곡하다 한라산 영실계곡의 바위가 됐다. 지금도 제주를 지키고 있는 ‘오백장군바위’는 그렇게 생겨났다.”(민속학자 故 김영돈 정리)
제주도에서 ‘선문 대할망’은 신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제주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남아있다. 북제주군이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수화풍(地水火風)’ 브랜드 조성 사업은 제주의 이런 전통 민속과 천혜의 자연을 특화함으로써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개발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 버렸던 제주만의 환경 풍토와 일상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를 재조명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를 창출하려는 것입니다.”
신철주 북제주군수는 북제주군의 지수화풍 브랜드 조성 사업과 관련해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제주군의 지역 혁신을 이끌어온 신 군수는 1990년대 초 관선 군수를 거쳐 세 번이나 내리 민선 군수로 당선된 인물. 그는 오랜 행정 경험을 통해 3다(多)의 고장으로 불리는 제주에서 가장 풍부한 땅·물·불·바람이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물질의 4원소설에 등장하는 물·불·공기·흙은 화산섬인 제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것을 활용해 특화산업으로 육성해 지역 발전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 [B]군유지 100만 평에 ‘돌문화공원’ 조성[/B]
북제주군이 최근 가장 야심차게 준비중인 프로젝트는 조천읍 교래리 일대에 조성중인 ‘제주돌문화공원’ 조성 사업. 2000년 5월부터 아주 완만한 속도지만 의미 있는 대역사(大役事)가 벌어지고 있다. 북제주군은 조천읍에 위치한 군유지 100만 평을 개발해 제주의 대표적 심벌에 속하는 ‘자연석’과 선문 대할망을 소재로 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30만 평의 대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1단계 공사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모두 393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제주돌문화공원에는 모두 1만4,000점의 제주도의 기암괴석과 각종 조각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대규모 야외 전시장이 조성중이다. 세계적으로도 100만 평의 대지에 돌을 이용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드문 사례로 알려졌다.
돌문화공원에 전시될 돌들은 1999년 제주 탐라목석원의 백운철 씨가 북제주군에 무상으로 기증한 것. 자연운치 등을 이용한 민속·민예품 등이 망라돼 있다. 백씨가 30여 년에 걸쳐 수집해온 이 자원들은 제주의 문화와 풍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공원 안에는 또 선문 대할망의 와상(臥像)을 형상화한 300m에 달하는 초대형 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의 기본 배치에서 공원의 외형, 설치물 곳곳에는 선문 대할망과 500장군의 신화가 스며들어 있다.
야외 전시장은 아열대림을 고스란히 보존한 채 조성되고 있다. 심지어 잡목을 휘감은 칡넝쿨이나 돌에 낀 이끼, 1년생 고사리까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을 정도다.
“공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제주 사람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더욱이 이 공원은 제주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친환경적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돌문화공원 추진기획단 공사담당인 문병혁 팀장은 “돌문화공원에는 특히 제주도의 ‘3다’(돌·바람·여자)와 ‘3무’(도둑·거지·대문)에 빗대 ‘3가지 선(線)’(초가지붕·무덤·오름)과 ‘3가지 상(像)’(동자상·오백장군상·돌하루방상)을 구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가장 제주다운 자연생태공원으로 탄생하게 될 돌문화공원 안에는 오래된 집에서 뜯어낸 서까래를 그대로 사용한 초가집 50동과 4개의 오름(제주도 특유의 기생화산)이 마음 푸근한 곡선을 그리며 어우러져 있다.
‘환경친화’와 ‘제주문화 원형 고수’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지역 학계에서도 돌문화공원 조성에 대해 호의적이다. 송재호 제주대 교수(관광정책학)는 “제주의 문화·환경자원을 관광에 접목시키려는 북제주군 등 자치단체의 구상은 관광 개발 효과의 상승이 오히려 문화자원의 지속·보존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B]전통문화와 현대기술의 결합 ‘들불축제’[/B]
제주 특유의 기생화산으로 알려진 ‘오름’이 올 대보름에도 벌겋게 타올랐다. 지축을 뒤흔드는 폭죽소리와 화려한 불꽃놀이, 레이저 쇼가 축제의 흥미를 돋워주었다.
2006년 5월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제주돌문화공원이 북제주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면, 내년 2월 9년째를 맞는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는 제주도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축제다. 북제주군 애월읍에 위치한 ‘새별오름’에서 벌어지는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매년 2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예부터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진드기 등 병해충을 제거하려고 ‘들불놓기’를 해왔습니다. 1997년부터 군에서는 이 들불놓기를 문화행사로 개발하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죠.”
군청 지역분권담당 진상수 계장은 “들불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23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자랑처럼 말했다.
들불축제는 불·말·달·오름을 소재로 제주도의 전통 민속 자원인 목축문화를 현대적 성격에 맞게 재현한 것으로, 전국을 통틀어 겨울철 세시풍속을 현대적 민속문화행사로 발전시킨 유일한 축제로 꼽힌다. 들불축제 기간에는 ‘달집쌓기’와 ‘말싸움’ 등 제주의 전통놀이뿐 아니라 ‘어린 도새기 몰이 경주’ 등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 등을 대거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전통의 들불놓기에 레이저 쇼와 불꽃놀이가 어우러진 들불축제는 민속전통에 불이라는 소재를 묶어 제주도 내 단일행사로는 최대 인원을 그러모으고 있다. 1997년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우수 축제로 지정된 들불축제는 매년 새로운 체험행사를 선보임으로써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 제주관광을 활성화하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바람자원 활용, 청정지역 메카로 부각[/B]
북제주군 구좌읍에 위치한 행원풍력단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풍력발전소가 들어선 곳이다. 제주도에서도 바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이 지역은 제주도의 북동쪽 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1997년부터 국비 156억 원, 도비 43억 원, 민자 4억 원 등 모두 203억 원을 들여 풍차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해 6년 만인 2003년 4월 준공됐다. 이곳에는 높이 45m, 날개 23~24m, 회전반경 42~48.5m의 풍력발전기 15대가 설치돼 있다.
“1996년부터 제주도 내에서 바람이 많은 지역을 조사했는데 행원리 지역 풍속이 초속 평균 7.2m를 기록해 바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뒤 차례로 풍력발전기가 건설돼 국내에서는 최대의 풍력발전단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행원풍력발전단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행원단지의 전력 생산량은 제주 전체 수요전력의 1%에 불과하지만 지난해부터 민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해 2011년에는 10% 수준까지 공급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지난해부터 민자를 유치해 서부지역인 한경면 용당리 일대에도 풍력발전기를 건설하는 등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경풍력발전단지는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용량인 1,500㎾급 풍차 4기로 구성돼 4,300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6,000kW의 전력을 생산한다. 지난 4월부터는 2,000kW급 풍력발전기 7기를 추가건설하는 등 향후 14기를 증설할 예정이다.
한반도 태풍의 길목으로 오랜 세월 제주인의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무형 자원인 바람이 고부가가치 자원화 사업에 이용되는 셈이다.
군청 혁신분권담당 진상수 계장은 “풍력발전기가 있는 그린 빌리지 지역은 우선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며 “군에서는 향후 풍력발전 대체에너지 시설과 태양광 에너지 등을 연계한 신재생 에너지 복합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B]관광형 바다목장화 사업 추진[/B]
북제주군은 또 양질의 지하수와 청정해역을 근간으로 관광형 바다목장화 사업과 건강 장수군 구축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군은 천혜의 주변 바다환경을 활용해 풍력발전단지와 마주한 구좌읍 행원리 일대 2만여 평의 군유지에 지역주민 참여형 제3섹터 개발 방식으로 육상양식단지를 조성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행원육상양식단지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1999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넙치 양식 수출단지입니다. 넙치 양식에 집중해 일본에 20% 가량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행원육상양식단지 한정남 협의회장은 “양식단지에는 26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한 해 매출이 100억 원에 달한다”며 “최근 들어서는 핫라인 판매와 공동구매, 수출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행원리와 별도로 한경면 차귀도 주변 해역에 2010년까지 573억 원을 투자해 다금바리·북바리·돌돔 등 고급 어종이 서식하는 관광형 바다목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초에는 다금바리와 돌돔 치어 방류 행사를 개최해 미래형 바다목장화 사업의 닻을 올리기도 했다.
그동안 자연 그대로 방치되던 제주의 자원들이 세계적 문화관광 자원으로 분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RIGHT] 제주 = 김홍균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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