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8,original,center[/SET_IMAGE]
충북 보은군의 황토에 대한 관심은 우연의 결과였다. 1998년 발생한 대형 수해(水害)가 계기였다.
“당시 집중호우로 군 전체 피해액이 1,300억 원대에 달했는데, 보은군의 자체 수해복구 예산은 5억 원뿐이었습니다. 한 해 군 예산이 800억 원 정도인데, 엄청난 피해를 봐 좌절감이 앞섰습니다.”
당시 군 살림을 책임지고 있던 군청 재무과 황종학(종합민원실장) 과장은 “군 재정 확대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당시 군의 재정자립도는 10%가 채 안돼 전국 233개 지자체 가운데 꼴찌에서 셋째였다.
군 내에는 명산 속리산이 자리 잡고 있지만 국립공원인 탓에 지방세 기여도는 거의 없다. 오히려 군 면적의 12.8%가 「자연공원법」에 묶여 개발을 제한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뿐이었다.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대청호가 생긴 뒤 11개 읍·면 가운데 회남·회북면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것도 군 재정 확보에 ‘악재’로 작용했다.
[B]개발 규제를 거꾸로 이용[/B][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
“그때부터 재원 조달 방법이 없을까, 군 차원에서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농업지역이어서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더라고요. 굳이 꼽자면 개발이 더딘 탓에 상대적으로 깨끗하게 보존된 자연환경 정도였죠.”
그래서 가장 먼저 제기된 아이디어가 맑은 공기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조사를 해 보니 이미 인근 제천시가 ‘박달재 무공해 산소’를, 제주도가 ‘한라산 공기’를 상품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낸 것이 오염되지 않은 보은군의 황토를 활용하자는 묘안이었다.
“흙을 팔아먹으려면 무엇인가 차별화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보은군의 흙이 어떻게 좋은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죠.”
문헌조사 결과 통일신라 때부터 보은군은 도요지로 번성했고, 오색토(황·적·흑·백·청)가 군 전역에 고루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한 결과 이 지역 황토의 순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이 지역 황토의 우수성이 문헌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자 보은군은 자신감을 얻어 본격 세일즈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황토보다 속리산을 우선 띄울 계획을 세웠어요. 속리산에 새 등산로를 개발한 뒤 ‘보령머드축제’를 벤치마킹해 ‘황토 바르고 등산하기’ 같은 상품을 내놓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보은군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 출시에 앞서 군청 직원과 출입기자단에게 황토를 몸에 바르게 한 뒤 등산하게 했는데, 피로도 측정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왔다. 대부분 등산 후에도 “피로가 덜하다”면서 황토의 효능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준 것이다. 하지만 남은 문제가 있었다. 황토를 바르고 등산할 경우 의복을 더럽히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때 그 해결책을 제시한 이도 황 과장이었다.
“황토의 질척거림을 없애면서 효능을 유지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죠. 결론은 황토를 구슬처럼 만들어 황톳길을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즉시 실행에 옮겨졌다. 민·관 합동으로 ‘황토볼(ball)’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0년, 마침내 황토의 효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쉽게 부서지지 않는 황토볼이 개발됐다. 군은 속리산국립공원 448m의 등산로를 황톳길로 조성했다. 일반 벽돌은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지지만, 황토볼은 600~700도에서 굽는다는 것이 특징. 황토볼을 밟으면 원적외선이 발산돼 세균 제거 및 혈액순환 촉진은 물론 무좀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은 황토볼을 특허 출원해 민간 제조기업으로부터 연매출의 5%를 로열티로 받는 부수입도 챙길 수 있었다.
[B]황토 브랜드 농산품에도 적용[/B]
“속리산 황톳길의 효능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각 지역에서도 황톳길 조성이 뒤따랐어요. 전북 무안군 연꽃축제장, 대전 사정공원, 강릉 경포대공원, 서울 양평동 ‘걷고 싶은 거리’ 등에도 황톳길이 조성됐습니다. 덕분에 지난 2년 동안 황토볼은 약 10억 원어치나 팔려 나갔고 로열티로 벌어들인 세외수입도 2,000만 원에 달했습니다.”
황토볼 개발 및 판매에 성공을 거둔 보은군은 후속작업에 착수했다. 황토비누·황토팩·황토타일·황토관 등 황토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해 ‘황토 보은’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것이다. 보은군이 황토를 소재로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상품은 특허 6건, 상표권 12권, 실용신안 3건, 의장등록 1건 등 다양하다.
생활용품의 잇따른 출시로 ‘황토 보은’ 브랜드 알리기에 성과를 거둔 보은군은 황토를 활용한 주민소득 창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산품만으로는 주민 소득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보은군청 김병천 기획담당은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히 황토를 활용한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결과 질 좋은 황토에서 과수를 재배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최근 시장에서 각광받는 황토사과·황토배·황토고구마·황토대추 등이다.
한편 보은군은 공산품의 경우 ‘황토 보은’ 브랜드 사용 대가로 로열티를 받지만, 농산품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면제해 주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군 차원에서 ‘황토 보은’ 브랜드가 찍힌 상자를 무상 공급하는 등 군내 농민들의 수익 증대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3년간 황토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한 결과 현재 ‘황토 보은’ 농산물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일반 농산물보다 상자당 1,000원가량 비싸게 팔립니다. ‘황토 보은’ 브랜드로 올리는 수익이 연 40억 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황토사과·황토배 등 보은산 농산물 알리기에 성공한 보은군의 향후 작업은 황토 축산물 개발이다. 최근 보은축협은 ‘황토조랑우랑’을 특허청에 상표등록했다. ‘황토조랑우랑’은‘황토돼지’와 ‘황토소’에 붙일 상표명으로 연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B]'황토웰빙마을' 조성해 관광객 유치[/B]
보은군 황토 마케팅의 마지막 수순은 황토하우스·황토찜질방·황토펜션 등 황토를 활용한 주거공간 창출이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내속리면에서 진행 중인 ‘구병리 아름마을 가꾸기’ 사업이다. 속리산 자락과 구병산 자락 사이에 위치한 구병리 마을은 <정감록>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마을로 전해진다. <정감록>에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오지마을이다. 27가구, 54명의 주민이 감자·옥수수·콩·고추 등 밭농사를 짓고 있다. 구병리의 밭들은 대부분 경사가 급하고 돌이 많아 트랙터를 사용할 수 없어 아직도 소를 이용한다.
이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인 것은 2001년. 행정자치부 농촌활성화시책사업 대상지로 구병리 마을이 선정되면서 녹색관광형 마을 조성에 착수한 것이다. 국비 1,000만 원, 도비 105만 원 등 모두 1,300만 원을 지원받아 황톳길·황토찜질방·황토펜션 등을 조성한 구병리는 황토마을로 탈바꿈했다. 구병리 마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산나물축제·메밀꽃축제·영농체험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황토펜션(www.sulsul.org/043-542-9838)을 운영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 휴가철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져 유명세를 탄 것이다. 영농체험을 겸한 가족 단위 관광객이 대부분으로 영농체험과 함께 마을 특산물도 불티나게 팔려나가 주민 소득 향상에도 적잖은 도움이 됐다. 덩달아 외지인들의 구병리 마을 이주도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구병리 마을에 정착하는 외지인들이 차츰 늘어나면서 인근 초등학교 분교도 폐교를 면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전국 어디에나 황토는 있습니다. 다만 보은군이 한 발 앞서 황토를 브랜드화하고 상품을 개발한 것이죠. 행정기관에서 앞장서서 홍보한 덕분에 군 재정 확충은 물론 농가 소득 확대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된 것입니다. 남은 과제는 ‘황토 보은 ’ 브랜드를 종합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보은군에서 외부로 반출되는 모든 농·축산품 및 공산품에는 ‘황토 보은’ 브랜드를 붙일 계획입니다. 이미 CI(이미지 통합)작업도 마쳤습니다.”
보은군청 김병천 기획담당이 설명하는 보은군 황토 마케팅의 청사진이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SET_IMAGE]3,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
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