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1,original,center[/SET_IMAGE]
거리의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일반 소비재의 대부분이 외산일 정도로 '지구촌 상품 전시장'으로 불리는 칠레는 남미시장 진출의 테스트 마켓(Test Market)으로 꼽힌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남미시장에 발을 붙이기 어렵기 때문에 각국의 일류제품들은 이곳에서 사활을 건 일전을 벌인다. 칠레와의 FTA 발효 후 지난 1년 동안 낯선 이 ‘사각의 링’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상당한 선전을 했다. 일부 품목은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까지 올라서는 고무적 성과를 거두었다. 휴대전화와 캠코더 등은 수출성장률이 무려 200%를 상회했고, 자동차 역시 6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칠레 FTA 1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선진형 통상국가'의 길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방위적 FTA 협상에 들어갔다. 세계 각국의 FTA 체결을 통한 새로운 ‘합종연횡(合縱連衡)’이 격화되는 환경에서 정부는 향후 ASEAN·EU·미국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30∼50여 개국과 FTA 체결을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을 완성했다.
[B]김한수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국장[/B][SET_IMAGE]2,middle,left[/SET_IMAGE]
지난 4월1일로 우리나라의 첫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첫 돌을 맞았다.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충분히 긴 기간은 아니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농업부문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반면 우리의 주요 공산품 수출은 크게 증가해 그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양국 간 교역량은 56% 늘어났으며, 우려했던 바와 달리 농업부문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모든 국민이 FTA라는 값진 경험을 통해 본격적인 개방시대를 향해 한 단계 훌쩍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소중한 시기였다.
한국과 칠레 양국 국민이 FTA를 계기로 더욱 친숙하게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친숙함이 국가 지명도를 높여 칠레산 포도주, 한국산 휴대전화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게 했던 것이다. 실제로 포도주 관세 철폐 규모가 연간 2.5%로 그리 큰 수준이 아님에도 칠레산 포도주의 수입이 무려 152% 늘어난 점이나 칠레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인지도가 수직상승해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고급 제품의 판매 비중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FTA로 인한 효과가 단순히 관세인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브랜드 가치의 상승이라는 막대한 무형의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개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고, 대외경제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통상국가’다. 과거의 통상국가에서 진일보해 ‘선진형 통상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의 핵심에 있는 것이 FTA다.
지난 1년 동안의 경험이 능동적 개방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 시스템 선진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안정적 해외시장 확보, 거대경제권 선점 등을 위해 FTA가 긴요함을 모든 국민이 다시금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지난 4월1일은 일본과 멕시코 간에 FTA가 공식 발효된 날이기도 하다.
멕시코는 특히 우리의 20대 수출시장 가운데 하나로 자동차·휴대전화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이 관세 철폐로 한층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산 제품과 버거운 경합을 벌여야 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정부도 현재 진행 중인 멕시코와의 공동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국과 FTA를 추진할 때 FTA 자체가 갖는 의미 외에도 경쟁국의 동향, 배후시장의 잠재력, 시장의 선점 등 다양한 맥락에서 입체적 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우리가 칠레와의 FTA 성과에 만족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B]유럽자유무역연합과 금년 내 협상 타결 [/B]
일본·중국·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을 비롯한 경쟁국이 FTA의 장(場)에서 발 빠른 행마를 보이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불리하게 짜인 포석(布石)을 극복하기 위해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을 가지고 갑절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보다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각 협상의 부정적 측면을 상쇄할 수 있고, 무엇보다 뒤떨어진 진도를 만회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는 지난해 말 협상이 끝나 올해 안에 FTA가 발효될 예정이다. 지난 1월 협상을 시작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도 올해 말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캐나다와도 연내에 협상을 개시한다는 목표로 예비협의를 진행중이다. EFTA 및 캐나다와의 협상 타결은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에게 개방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며, 특히 배후에 있는 유럽연합(EU) 및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ASEAN과는 그동안 두 차례 협상을 했다. 특히 아세안과 FTA 체결시 우리의 수출이 현재보다 1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까지 상품분야 협상을 타결할 계획이다. 우리의 강력한 요구로 양측은 이미 2009년까지 최소한 80%의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한다는 계획에 합의한 상태다. 이는 중국의 2010년이나 일본의 2012년보다 빠른 자유화 일정이므로 우리 기업이 발 빠르게 ASEAN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일본이 농수산물 양허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제시해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FTA 협상은 일본 측이 얼마나 전향적인 농수산물 개방 계획을 제시하는가에 따라 교섭 재개 여부가 달려 있다.
정부는 향후 한·일 FTA 교섭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 추진’이라는 원칙을 견지해 나갈 것이며,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의 일본 진출 확대를 위한 관세장벽 해소 등 우리 측 관심사항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최근 한·일 관계의 악화에도 일본 측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한다면 양국 정상 간 합의 사항인 ‘올해 중 한·일 FTA 실질 타결’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과는 2월, 3월 두 차례에 걸쳐 실무검토협의를 진행했는데, 빠르면 올해 안에 FTA 추진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과의 양자 FTA 또는 한·중·일 FTA는 관련국 간 민간 연구기관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성숙 단계에 들어선 우리 경제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등 신흥 유망시장과의 FTA 협상도 추진할 것이다.
이 밖에 멕시코·인도 등과의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며,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도 곧 공동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B]FTA로 동북아 허브 구축 달성[/B]
정부는 이처럼 동시다발적 FTA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초 FTA를 전담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국을 외교통상부 내에 신설했고, 정부 내 여러 부처의 통상인력 및 민간 전문가를 충원해 진용을 갖추었다. 이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전세계를 누비며 국익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통상외교에 임하고 있다.
상대방을 전제하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므로 섣불리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FTA 추진 로드맵을 착실히 밟아 나간다면 2007년까지 30~50개국과 FTA를 추진하여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양대 과제인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과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 구축도 자연스럽게 달성될 것이다.
한국 수출 58.7%↑ VS 칠레 농산물 수입 2.6%↑
국내 휴대전화·컬러TV·자동차 약진… 칠레산 포도 전년동기 대비 2.2% 감소
“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벗었다. 통상국가로 도약하는 추진력도 얻었다.”
지난 4월1일로 체결 1주년을 맞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평가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첫 FTA였지만 우려했던 칠레산 농수산물 수입 증가와 이에 따른 국내 농업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대 칠레 공산품 수출은 괄목할 수준의 성장을 거둬 국익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칠레 FTA 체결 효과는 양국의 교역량과 한국상품의 칠레시장 점유율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한국무역협회·KOTRA 등에 따르면 2004년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11개월간 양국의 교역량은 24억8,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55.5%나 늘었다.
수출만 놓고 보면 대 칠레 수출은 7억3,500만 달러를 기록해 무려 58.7% 늘어났다. 한국의 전체 수출증가율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이자 관세가 철폐된 휴대전화·컬러TV·캠코더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휴대전화 수출증가율은 225.7%, 컬러TV는 110%, 캠코더는 101%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와 석유화학업계도 FTA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수출증가율은 59%에 달했다. 하지만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세탁기와 냉장고의 수출증가율은 각각 36%, 16.2%에 그쳐 FTA가 수출에 미치는 효과를 증명해 보였다.
[B]한국은 공산품, 칠레는 포도주로 윈-윈[/B]
한편 칠레 역시 한국과의 FTA 체결 효과를 단단히 누린 것으로 평가된다. 칠레로부터의 수입은 54.3%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상당부분 국제시장가격이 폭등한 구리 제품의 수입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칠레로부터의 총수입 가운데 구리제품의 비중은 대략 75%를 차지했다. 동광·동괴 등 비철금속의 한국 수출은 발효 이전보다 월평균 7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포도주와 돼지고기 수입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51.6%, 64%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농업부문에 미친 피해는 예상보다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주는 국내 농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품목이고, 돼지고기는 광우병 파동에 따른 대체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포도주를 제외한다면 칠레산 농산물 수입은 대체로 2.6% 증가에 그쳐 애초 우려를 불식시켰다. 애초 농업 피해는 연평균 586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 57억8,000만 원으로 나타나 예상치의 10%를 밑돌았다.
하지만 한·칠레 FTA의 최대 승자로 꼽히는 칠레산 포도주는 2003년 1월 한국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했으나 지난 1월에는 20%로 급상승하면서 프랑스산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칠레산 포도주 수입액은 881만4,02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포도 수입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오히려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도 칠레와의 FTA 체결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가 최근 칠레 교역업체 102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FTA 효과를 봤다’고 응답한 업체는 88%에 달했다.
통상교섭본부는 “눈에 보이는 결과 말고도 얻은 것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우선 거대한 ‘경제신대륙’인 중남미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또 한국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와 우수성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함에 따라 중남미에서의 한국의 국가 이미지 역시 좋아졌다는 점이다. 아울러 FTA는 칠레와의 경제·통상 확대와 인적교류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
1.국산 디지털·백색가전의 선전
휴대전화·컬러TV 등 점유율 두 자릿수 성장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주목되는 현상은 휴대전화·컬러TV를 비롯한 각종 백색가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 칠레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요 품목 시장점유율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우선 삼성전자는 칠레와의 FTA 체결로 기존 6%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캠코더 ·휴대전화 부문에서 250% 이상 성장하며 최근 시장점유율이 각각 1, 2위로 뛰어올랐다. 가전 분야에서도 다양한 마케팅과 옥외광고를 통해 컬러TV·콤보DVD플레이어·모니터·양문형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총 8개 품목에서 1위에 올랐다.
LG전자도 지난해 10월 칠레 유력 일간지인 <엘 메르쿠리오>에서 발표한 상반기 시장조사 결과에서 에어컨·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과 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휴대전화가 1위를 기록할 만큼 칠레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강재욱 LG전자 칠레법인장은 “칠레에서 제품 및 시장의 현상분석과 소비자 욕구 파악을 통해 시장에 가장 적합한 가격과 유통전략 방향을 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PMS’(Product Market Strategy)를 실시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칠레 5대 도시 가정을 직접 방문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는 전략이 주효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67% 성장한 2,500만 달러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밖에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칠레 현지에서 TV·DVD 등 디지털 영상가전의 매출이 지난 1년 사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日製 맞서 자동차 수출강국으로 도약
수출증가율 60% 육박, 日 기업 독주 제동
칠레 자동차시장에서도 우리나라는 FTA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을 눈여겨보면 한국 차종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례로 산티아고시 메리어트 호텔이 운영중인 전용 택시 26대는 모두 한국차다. 가격이 적절하고 품질도 일본 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호텔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SET_IMAGE]10,original,left[/SET_IMAGE]물론 금액으로 보면 일본이 여전히 자동차 수출 1위국이다. 도요타의 ‘1500 야리스(YARIS)’를 필두로 닛산 등 일본차들의 칠레시장 공략은 기세등등하다.
[SET_IMAGE]12,original,left[/SET_IMAGE]하지만 FTA 체결 후 칠레시장에서 현대를 비롯한 기아·GM대우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1년간 59.5%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한·칠레 FTA가 체결된 직후부터 칠레의 전 대리점을 통해 한국차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라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수출 물량은 2003년 1만810대에서 지난해 1만2,004대로 11% 증가했다. 기아자동차의 활약도 눈에 띈다. 기아차는 지난해 칠레시장에서 전년보다25% 늘어난 9,660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6.5%로 판매 순위 7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신차 쎄라토·모닝(수출명 피칸토)에 이어 수출전략형 SUV 스포티지를 중남미 국가 중 최초로 칠레에 투입했다. 올해에도 신차 프라이드를 칠레에 조기 투입해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2007년 칠레 내수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3.중남미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생산·판매기지로 활용, 중남미 관세장벽 극복
KOTRA 산티아고무역관에는 우리나라 수출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칠레 수입상, 투자유치·기술 도입을 희망하는 제조·정보기술(IT)업체 관계자의 발길이 연일 이어져 FTA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한·칠레 FTA의 후광 효과는 칠레 현지뿐 아니라 중남미시장 전체로 서서히 확산하고 있다.
칠레는 중남미 지역 내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칠레를 생산 및 판매기지로 활용하면 손쉽게 중남미에서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피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무역협회의 FTA팀 제현정 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무역흑자 실적 중 중남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인 46억 달러에 달했다”며 “한·칠레 FTA는 이 같은 중남미시장 진출의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남미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향후 중남미시장에서 경쟁국인 일본·중국 등을 앞서기 위한 차별화 전략과 관련, 중남미 지역주의 및 자국 산업보호 정책에 대비, 한·칠레 FTA 체결을 계기로 칠레를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해 중남미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칠레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직접 표명하기도 했다.
4.국가 이미지 및 기업 브랜드 제고
칠레공항은 국산 PDP가 장악
FTA 효과는 단순히 무역 증대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자체가 칠레 소비자에게 고급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칠레 주요 백화점은 한국 가전 제품을 매장 입구에 진열하고 면적도 크게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도 크게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이는 역시 한국기업들의 현지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SET_IMAGE]6,original,right[/SET_IMAGE]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월31일 칠레 국제공항의 비행 일정표 안내 전광판을 자사의 42인치 PDP 모니터로 도배했다. 무려 281대의 대형 모니터가 공항에 설치됐다.
현대차도 현대 마크가 선명한 승합차 120대를 APEC 행사용으로 제공하는 등 브랜드 마케팅에 주력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는 중국과 멕시코에서 들여와 팔던 TV를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꿨다. 관세 철폐 혜택도 받고, 한국에 대한 인식과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로 인해 판매가 30% 이상 늘었다.
이러한 현지 활동은 FTA 체결로 우리 기업의 입지가 현지에서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우리 기업들은 대중적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김원식 이사는 “FTA 체결 후 현지에서 사물놀이나 태권도 시범 같은 각종 행사로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이는 우리 상품에 대한 인지도로 연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칠레의 두 대학에서는 한국어 강좌도 개설했다. FTA로 인한 효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5.개방 및 자유무역에 대한 자신감 획득
칠레와 협상 노하우 바탕 30여 국과 FTA 추진
한·칠레 FTA 체결이 가져다준 효과 중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최우선으로 꼽는 것은 바로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칠레와의 FTA 발효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이제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칠레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국민에게 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심어 줬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본부장은 또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한 칠레는 FTA 협상에 관해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칠레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보유한 협상 노하우를 배우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한·칠레 FTA 발효 1년 만에 무려 30여 개 나라와 FTA 협상 또는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SET_IMAGE]7,original,center[/SET_IMAGE]
[B]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B][SET_IMAGE]8,original,left[/SET_IMAGE]
세계 주요 교역국들은 수출 확대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FTA는 가히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였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05년 1월 현재 총 162건의 협정이 발효된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1990년대부터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각각 12건, 10건의 협정이 체결되었으나, 1990년대에는 61건으로 1980년대에 비해 6배가 증가했다. 또한 2000년대 첫 5년 동안에는 무려 74개의 협정이 발효됐다. 이제 몽골을 제외한 모든 WTO 회원국이 FTA에 참여함으로써 미참여로 인한 손실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FTA는 개별국들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해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 WTO와 같은 다자체제를 통해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다양한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 위해 발 벗고 뛰는 것이다.
FTA가 지니는 장점의 하나는 ‘뜻이 통하는(likely-minded)’ 소수 회원국 간 협상 타결이 용이하며, 각국이 원하는 내용을 협정에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이다. FTA 체결의 이익으로는 무역 확대, 고용창출, 소비자 후생 증진, 수입물가 하락, 해외시장의 안정적 확보, 외국인 투자 유치 및 기술 이전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이러한 경제적 요인으로 체결된 협정의 대표적 예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FTA 체결이 증가한 원인은 그동안 다자체제의 가장 중요한 지지자였던 유럽과 미국이 다자체제와 함께 지역주의를 동시에 추진한 것과 관련 있다. FTA의 체결 확산은 도미노 현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입시장을 가진 북미지역과 유럽지역에서 폐쇄적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하자 이들 지역과 교역을 많이 하던 국가들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수출 기회를 늘리기 위해 FTA 체결을 추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불투명한 도하개발의제(DDA) 협상도 지역주의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지역무역협정의 체결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B]세계 각국 FTA 체결 위해 경쟁 치열[/B]
또 지역주의 참여에 앞장섰던 국가들일수록 FTA 체결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국가가 경험을 통해 FTA의 이익을 체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차대전 이후부터 지역주의 논의가 시작된 유럽지역 국가들이 체결한 협정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멕시코·칠레·미국 등 미주지역 국가들도 많은 협정을 체결했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유럽연합(EU)·미국·멕시코·칠레·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가 모두 10개 이상의 국가와 FTA를 체결해 우리나라도 주요 통상정책으로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5년 1월 현재 국가별 체결 현황을 보면 멕시코가 43개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가장 많은 국가와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칠레가 42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이어 EU가 39개국과 미국은 16개국과 협정을 발효시켜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19개 국가와 자유무역을 실시하며, 다음으로는 중국과 태국이 각각 12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SET_IMAGE]9,original,left[/SET_IMAGE]지금까지 체결된 지역무역협정을 분석해 보면 경제발전 단계가 다른 국가 간에 협정이 활발하게 체결됐으며, 원거리 국가 간 협정도 많이 추진되고 있다. 1980년대 이전 FTA는 주로 유럽과 남미·아프리카 등에서 체결되었는데, 유럽에서는 경제발전 단계가 유사한 선진국 간에,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개발도상국 간 협정이 많이 체결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은 동구권 및 지중해지역의 개도국과 주로 협정을 체결했으며, 남미 국가들도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협정을 많이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 협정의 포괄 범위가 확대되거나 새로운 회원국을 포함시키기 위한 협정도 상당수 체결되었다.
[B]EU·미국 등 적극 추진, 개도국 참여 확대[/B]
EU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지역주의를 추진하는 지역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서부유럽 지역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1993년 1월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출범한 유럽연합(EU)은 단일통화인 유로를 도입했고, 유럽의회 및 유럽헌법을 제정해 정치적 통합까지 달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2004년에는 유럽의 진정한 평화 정착을 위해 옛소련에서 독립한 폴란드 등 동구권 10개 국가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남미·지중해·아프리카 지역의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호주·요르단·모로코·바레인 그리고 중남미 5개국 등과 FTA를 체결했다. 종합하면 EU와 미국 등 선진국이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로 인해 개도국들의 지역주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유럽·북미 등 다른 지역에서만 체결되는 것으로 생각됐던 FTA가 최근에는 동아시아 내 우리의 경쟁 국가인 중국·일본·동남아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돼 시급한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중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FTA를 체결했고, 인도·중동 국가·칠레 등과의 FTA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싱가포르·멕시코와 FTA를 발효시켰고,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과 FTA를 올해 안에 타결한다는 입장이다. FTA의 체결은 각국이 전략적으로 추구해온 통상정책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즉 기존 FTA 참여국들은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로 FTA를 체결해 왔고, 참여한 경험이 없는 국가들은 지역주의에 적절히 대응하는 동시에 세계화에 대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FTA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5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FTA가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10건 내외의 협정이 발효되고, 13건의 협정이 타결될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이후 우리 정부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을 결정하고, 이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현재 ASEAN·EFTA·일본과 협상을 진행 중이고, 미국·멕시코·캐나다·인도·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와 FTA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조기 타결을 위해 협상력을 제고하고, FTA 대상 국가와의 통상외교를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 취약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미리 강구함으로써 FTA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대해야 한다. 농업의 경우 고령인구가 많고 구조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농업개방과 농민에 대한 지원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