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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 철로 위에서 자전거를 탄다. 경북 문경시에 가면 만나는 색다른 체험이다. 문경은 탄광도시에 걸맞게 내륙의 오지로 불렸다. 이곳에는 10년 전만 해도 부지런히 석탄을 실어 나르던 ‘가은선(加恩線)’이라는 이름의 철길이 있었다. 그러나 석탄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이 철길은 용도폐기됐다. 쓸모없게 된 이 철길을 문경시는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른바 ‘철로자전거(레일 바이크)’가 그것이다.
4인승 철로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페달을 밟아 본다.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는 철로자전거 주변으로 낙동강 상류 영강(嶺江)변의 목가적 풍경이 넓게 펼쳐진다. 영강 위에 놓인 3개의 다리, 곧 철교(鐵橋)·구교(舊橋)·신교(新橋)를 잇달아 건넌다. 경북팔경(慶北八景) 중 제1경이라는 진남교반(鎭南橋畔)이다. 다리를 건너면 닿는 곳이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진남역이다. 한때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던 곳이다.
그 철로 위로 지금은 석탄 수송 화물열차 대신 관광용 자전거가 달리는 것이다. 철로와 자전거는 누구나 기억하듯 낭만과 추억의 대명사. 이 둘이 만나 만들어진 합작품이 바로 철로자전거다. 레일 위에서 직접 페달을 밟아 달리는 것 자체가 색다른 느낌이고 체험이다. 여기에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쾌함은 철로자전거를 문경시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B]최대 9.6㎞까지 확장해 석탄박물관과 연결 [/B]
철로자전거는 진남역~구랑리역 구간과 진남역~불정역 구간, 2개 코스에서 운행되고 있다. 각 코스는 왕복 4㎞씩이다. 철로 위를 내달리는 자전거는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다. 페달 밟기에 따라 다르지만 열심히 밟으면 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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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자전거의 진짜 매력은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진남휴게소에서 강변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진남역에 닿는다. 이곳이 철로자전거의 출발지다. 진남역 일대는 영강변을 따라 치솟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마치 한 폭의 한국화처럼 잇달아 펼쳐진다. 덩치 큰 기차가 다니던 철길에 작은 체구의 네발자전거가 달린다니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듯 여행객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현재 운행하는 철로자전거는 30대. 5월 말부터는 20대를 추가해 총 50대를 운행할 예정이다. ‘산불조심’ 깃발을 단 철로자전거 10여 대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을 줄 때마다 강바람은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산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불정역 방면 노선에서는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즐거움을, 가은역 방면 노선에서는 터널 통과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문경시는 현재 철로자전거 노선 연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면 철로자전거 구간은 진남역에서 가은읍 왕릉리 석탄박물관까지 곧바로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총연장이 편도 9.6㎞에 이른다. 문경시청 기획감사담당관실 이헌호 계장은 “노선이 연장돼 문경 석탄박물관과 연결될 경우 앞으로 국내에서 가장 이색적인 체험관광상품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B]발상의 전환이 낳은 최고의 관광상품[/B]
경북선의 지선인 가은선의 기차 운행이 공식으로 중단된 것은 1995년. 문경시 가은읍에 있던 은성탄광이 이른바 ‘석탄합리화정책’으로 문을 닫자 석탄 수송로였던 가은선의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한때는 관광열차가 부정기적으로 운행하기도 했으나, 2000년 12월31일을 마지막으로 아예 폐선이라는 서글픈 운명을 맞았다.
영남의 관문이었던 문경에 철로자전거가 등장한 것은 3년 전이다. 폐선돼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가은선을 활용하자는 한 시민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면서부터다. 문경시는 2003년 5월 예산 1,000만 원을 들여 미국에서 2인승 철로자전거 2대를 들여왔다.
그 후 우리 실정에 맞도록 10여 차례 개선 작업과 연구를 통해 지난해 ‘한국형 철로자전거’를 처음 선보였다. 철로자전거는 문경시가 원조인 셈이다. 문경에서 철로자전거가 좋은 반응을 얻자 뒤따라 전남 곡성, 강원도 정선 등에서도 이곳을 벤치마킹해 폐철로를 활용한 철로자전거를 도입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실시한 문경의 철로자전거 무료 시범운행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문경을 지나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1시간30분이면 닿을 만큼 교통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문경시의 효율적 홍보 덕분이기도 하다. 자전거가 출발하는 진남역은 주말마다 철로자전거 표를 끊으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룰 정도다. 5개월간의 시범운행 기간에 다녀간 관광객만 6만여 명에 달한다. 성공리에 시범운행을 마친 문경시는 본격적으로 철로자전거의 상품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철도청으로부터 19억6,000만 원에 폐철로를 아예 통째로 사들여 설비 보수 등 3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 3월29일부터 상업운행을 시작했다. 철로자전거 1회 승차 운임은 단돈 3,000원. 이 돈이면 누구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철로자전거는 상업화 이후 3만여 명의 관광객이 이용해 이제는 문경시 관광산업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철로자전거를 이용한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직접 철로자전거를 운전하며 아름다운 경치도 구경할 수 있어 여느 놀이시설보다 훨씬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 [B]역사의 뒤안길에 핀 꽃 ‘석탄박물관’[/B]
문경시에는 철로자전거와 연계된 또 다른 볼거리가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가은역 인근의 석탄박물관이다. 문경은 한때 강원도 태백시에 이어 석탄 생산량이 전국 2위를 자랑하던 탄광도시였다.
그러나 석탄산업은 급격한 사양화의 길을 걸었다. 쓸모없게 된 폐광의 재활용을 놓고 고심하던 문경시는 1999년 옛 은성광업소 자리에 석탄박물관을 설립했다.
석탄박물관은 외양부터 연탄 모양으로 꾸며 이색적이다. 1~2층 중앙전시실과 갱내전시실에서는 광부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관 코스는 야외 전시 공간을 지나 실제 석탄을 캐던 갱도(坑道)로 이어져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박물관 바깥쪽에는 은성광업소 광부들의 숙소를 복원해 놓아 당시 광부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석탄박물관 권성옥 계장은 “우리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산업과 광부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추억의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철로자전거와 연계해 더 많은 즐거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문경에는 잊지 말고 들러야 할 코스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관광사격장이다. 이곳은 문경시 직영으로 공기총·권총 사격장과 함께 클레이 사격장도 갖추고 있다. 날아가는 흙 접시를 맞히는 클레이 사격은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어 인기가 대단하다.
문경 시민들이 철로자전거를 이용한 연계 관광상품에 거는 기대는 크다. 박인원 문경시장은 “지난해에는 철로자전거를 체험하러 온 관광객들로 문경시 전체에 활기가 넘쳤다”며 “철로자전거와 석탄박물관을 연계하는 등 폐철로를 이용해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문경이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RIGHT]백창훈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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