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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 달 동안 정동영 통일부 장관만큼 바쁘게 보낸 사람도 드물다. 6월14일부터
17일까지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민족통일 대축전의 정부 대표로 평양에
다녀왔다. 21일부터 24일까지는 서울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 수석대표로 회담을
진두지휘했다.
국내외의 이목은 정동영 장관에게 집중됐다. 정 장관의 행보 하나하나는 남북은
물론 동북아 주변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었다. 때문에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장관은 지난 6월17일 평양에서 전격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당국 대표로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에 이어 두번째다. 이른바 ‘6·17면담’에서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은 민족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합의들을 이끌어냈다. 이 면담은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의 ‘기본 정신’이 돼,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이산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풍성한 합의로 구체화됐다.
최근 급진전하고 있는 남북의 화해 무드가 정 장관의 얼굴에서도 읽혔다. 그는
6·17면담과 남북장관급회담의 의미와 성과, 그리고 그동안의 소회를 소상히
밝혔다.
-지난 6월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렸는데,
이번 회담의 성과와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먼저 성원해주신 국민과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이번 회담의 성과는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앞으로 질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공동보도문을 보면 아시겠지만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인도
등 여러 분야에서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해낸 것 같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도 중요한 성과 중 하나입니다. 이로써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봅니다.”
-이번 회담은 여러 면에서 ‘신선한 파격’이었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았는데요?
“6·17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문화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이번 장관급회담부터는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했습니다. 전체회의 회담 테이블을 원탁으로 교체하고, 회담을
실질협의 중심으로 진행해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논쟁을 지양했습니다. 회담 결과
발표도 남한 수석대표와 북한 단장의 공동기자회견 방식으로 변경했죠. 북한에 회담문화와
관련한 몇 가지 제안도 했습니다. 장관급회담의 정례화(분기별 1회), 3실주의(실력·실리·실적)를
쌓아 가는 대화 추구, 호혜주의와 실천 중시 등입니다. 북한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남북이 이번 장관급회담과 같은
자세로 대화한다면 앞으로도 잘 될 것으로 보입니다.”
[B]“‘6·17면담’은 남북 관계 정상화 토대”[/B]
지난 6월13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6·15 5주년 통일대축전 공동 행사의 압권은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이다. 우리 대표단이 서울로 돌아오는 17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6·17면담은 오찬을 겸해 장장 4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 면담에서 6자회담, 장성급 군사회담,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에 대해 특유의 ‘통
큰’ 기질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정동영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제반
문제들을 꼼꼼히 챙겨 김 위원장의 흔쾌한 답변을 끌어냈다. 6·17면담의 포괄적
합의는 장관급회담에서 구체화됐다.
-이번 회담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이 결정적이었다고
판단되는데, 그때의 상황을 전해 주시죠.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은 사전에
준비했으나 처음부터 예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양 방문 중 확정된 것이죠. 면담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 최고 정책결정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북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게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확대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도 가졌죠. 김정일 위원장의
성품이나 북한 체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서는 여러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면담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우리 측 제안을 듣고 즉석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 배석한 북한 당국자들에게 직접 결단을 내리고 지시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10여 개월 만에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어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날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6자회담에
나설 뜻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고, 이번 15차 장관급회담에서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유용한 채널로 활용될
수 있는지요? 또 6자회담 개최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날짜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제 문제인 동시에 민족 문제’이나
그동안 우리의 역할은 1994년 1차 핵위기에서 보듯 일정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6·17면담은 핵 문제가 국제적 문제인 동시에 남북 간에도 긴밀히 논의할
과제임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양측이
주요 의제로 인정해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남북대화와 핵 문제가 접점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17면담과 제15차 장관급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주도적 역할이 발휘되었고, 남북 관계가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황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B]“김 위원장, 참여정부 대북정책 높게 평가”[/B]
통일대축전과 남북장관급회담
등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일련의 긍정적 움직임이 주변국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지난 6월10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북한 자극 발언 자제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와
여건도 성숙되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6자회담 재개 시점과 관련해 북한이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가까운 장래에 4차 6자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17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남한이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데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남북
화해협력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내외
정세가 나빴기 때문에 그동안 어려움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참여정부의 남북 평화번영 의지를 평가한 것으로, 앞으로 남북
관계 진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정동영 장관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말은 참여정부의 화해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대북정책, 즉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공동번영, 그리고 평화번영정책의 정신인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이번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당면한 핵 문제에 대한 진지한 협의와
함께 군사·경제·사회·문화·이산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 추진에 대해 합의하게 된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는
상호 신뢰와 존중 그리고 이번 장관급회담부터 본격 도입된 실사구시적 회담문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조치를 실질적으로 협의,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장성급 군사회담 때문에 우리 국민이 희망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낙담했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조치에 합의하는 등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의 성과에 대해 기뻐했고, 회담이 중단되고 합의사항 이행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실망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평화 문제,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에 기대가
크다는 뜻이겠죠. 이번에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에 합의한 만큼 국민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봅니다. 우선 기존 합의사항 일정을 재조정해 마무리하고,
군사적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 문제도 다뤄 나감으로써 남북 간 군사협력을 본격
추진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입니다.”
[B]“이산가족 화상상봉 준비에 만전”[/B]
정동영 장관은 특히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관해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이
남북 공존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 장관은 6·17면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제안”이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이를 바탕으로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이산가족 관련 합의가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오는 8월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하기로 했고, 금강산면회소 건설 착공식도 진행하기로 했다. 정 장관이
제안한 화상상봉도 오는 8·15를 계기로 시범실시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7월10일 개성에서 갖기로 했다. 지난해 7월 10차 상봉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6·17면담과 장관급회담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것이다.
-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합의한 것은 이산가족에게 ‘큰 선물’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는 총 12만4,000여 명에 달합니다.
대부분 70세 이상 고령으로, 안타깝게도 해마다 5,000명 가까이 북한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10차례
상봉 행사가 개최돼 총 2,000가족, 9,977명이 상봉한 성과가 있었으나, 이 같은 규모로는
전체 이산가족이 살아생전에 상봉 기회를 갖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화시대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고령인 이산 1세대 모두에게 이른 시일 내
화상으로나마 상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드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6·17면담에서
제의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제안’이라면서 남북이
경쟁적으로 준비해 8·15에 첫 화상상봉이 이루어지도록 추진해 보자고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화상상봉 시스템이 남북 간에 구축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 많은 이산가족이 상봉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특히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6·17면담과 이번 15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통일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의 각별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합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하고 이행하는 것이라고 봐요. 북한에 이 점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했고, 북한도 충분히 이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합의사항이
12개나 되기 때문에 차질 없이 이행하자면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과 협조할 것도 있고, 북한과 추가로 협의할 내용도 있겠죠. 또 주변국들과
협력할 내용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담은 끝났지만 통일부는 요사이 더 바쁩니다.
장관으로서 직원들을 독려하면서도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일인 만큼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기대합니다.”
-통일부 장관을 맡은 지 1년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말씀해주십시오.
“공교롭게도 취임 이후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남북 관계가
정체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비 온 뒤에 땅 굳는다’는
말이 있듯 6·17면담, 15차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10여 개월 동안 주춤했던
남북 관계가 정상화된 점은 매우 희망적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북핵 문제 등 대외 환경도 어려웠고 남북 당국 간 대화도 중단되었음에도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결과라고 봅니다. 국민이 인내하고 지켜봐
주신 결과이기도 하지요. 6·15 공동선언 5주년을 ‘제2의 남북 관계 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광복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민족의 미래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한 해로 승화시켜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겁니다. 우리는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통일부 장관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더욱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지지와 협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RIGHT]윤길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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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의 기운이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후끈하다. 2000년 역사적인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무드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지난 6월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은 남북이
하나 되는 역사를 쓰기 위한 소중한 만남이었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7면담’은 실질적 성과도 컸지만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많은 국민은 ‘제2의 6·15시대’가
개막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화해의 기류 속에서 6월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은
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합의사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크고 좋다는 것이 내외의 평가다. 남북은 큰 이견 없이
12개 항에 합의하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12개 항 모두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을
위해 중요하다. 과거 어느 회담에서도 중요한 문제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합의된 적은
없다. 이는 남북이 공동의 목표를 위한 굳은 신뢰 관계에 있음을 뜻한다.
우선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는 6·17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밝힌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로 북한 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6자회담도 이른 시일 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북한 핵 문제에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미국·일본
등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서울에서 열리는 8·15 남북 공동 행사에 북한은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으며, 8월26일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또 금강산면회소 착공과 화상 상봉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해
7월 10차 상봉 이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던 터여서 이산가족에게는 무엇보다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B]한반도 비핵화 위한 실질적 조치 합의[/B]
이번 합의로 이산가족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한이 제안해 합의한
화상 상봉은 인원을 크게 늘리고, 재상봉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산가족 상봉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은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 확인 등 인도주의 문제들도
협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6차 적십자회담을 오는 8월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25전쟁 당시 국군 포로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제3차 장성급군사회담을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크다. 장성급회담은
지난해 5월 2차 회담을 끝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번에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장성급회담 개최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 만큼 조만간 열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서해 평화 정착을 위해 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하고,
이 협의회를 7월 중 열어 공동어로 등 수산 협력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장성급회담과 수산협력협의회 구성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본격 협의라고
할 수 있다. 수산협의회가 가동될 경우 이 분야에 대한 남북 교류협력을 제도화한다는
면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다. 이와 함께 더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서해상에서부터
평화 정착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장성급회담에서는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 등을 협의하고, 수산협의회에서는 공동 이익 창출 등 평화 정착을
위한 상호 보완 역할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B]“남북 관계 개선 가져올 ‘풍성한 결실’ 거둬”[/B]
올해는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로 남북 모두에게 뜻이 깊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이런 부분도 반영했다.
남북은 ‘을사5조약’ 날조 100년이 되는 올해 이 조약이 원천무효임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북관대첩비를 반환받기 위한 실무적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기로 합의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함경북도 길주에서 4,000여 명의 의병이 왜군 2만2,000여
명을 무찌른 전공을 기록한 비다.
북관대첩비 반환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사업은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남북한 당국이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이들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합의는 남북이 일제 강점기의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올바른 역사 정립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북한은 현재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남북은 농업분야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농업협력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하고 1차 회의를 오는 7월 중순쯤 개성에서 열기로 했다.
회담에서 남한은 북한의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농업 생산성 향상이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량·비료 등을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북한의 농업기반을
강화함으로써 구조적인 식량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남한 주장이었다. 북한도
이를 인정해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물론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 지원은
계속하기로 했다.
남북은 경제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를
개최해 경협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도
개설해 경협을 위한 제도적· 환경적 여건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북한은 그동안 민간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요구해 왔다. 남한은 실사구시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앞으로는 북한 선박이 제3국 선박처럼 자유스럽게 제주해협을 통과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남한은 남북 대화의 안정성을 위해 장관급회담을 분기마다 한 번씩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도 이에 공감해 먼저 9월에 제16차 장관급회담을 백두산에서
열고, 12월에 17차 회담을 남한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회담은 성과도 컸지만 회담문화도 확 바뀌었다. 양측은 과거 회담문화가
경직되고 의례적이었다는 데 공감하고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회담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제안으로 전체회의 회담 테이블을 원탁으로 교체하기도
했고, 회담 방식도 실질협의 중심으로 진행했다. 국내외에서는 이번 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주춧돌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윤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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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6월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6·15 5주년 민족통일대축전은 남북 관계의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년여 동안 얼어 있던 남북 관계가 풀리고, 서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통일대축전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당국이 최초로
함께 한 대회였다는 점에서 열리기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남북 당국이 공동으로
대회를 연 것은 북핵 문제 등으로 관계가 경색되는 속에서도 끈질기게 대화한 결과였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월17일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것은 대회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면담한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성과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6·17면담’에서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의지가 확고하다면 7월에라도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자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긍정적 입장을 밝힘으로써 회담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B]불확실성 제거되고 신뢰 회복 [/B]
6·17면담에서는 남북 관계에서
숙제로 남아 있던 문제들이 ‘무더기’로 합의됐다. 광복 60주년인 오는 8·15에
즈음해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고, 8·15 서울민족대회에
비중 있는 북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중단됐던 남북장성급회담과 수산회담도
열기로 했고, 이산가족 화상상봉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들은 지난
6월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의 의제 설정과 합의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면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앞으로 남북 대화에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17면담과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남북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런 화해의 기류는 남북 관계를 물리적으로 정상
궤도로 재진입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화학적 반응까지 이끌어내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확실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이 제거됨으로써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 대표단 고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6월17일 김정일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한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옆에서 자문하고 지켜보기만 했으나 아주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북한이 남한 및 미국과 협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앞으로 남북 관계는 장관급 정도의 정상화가 아니라 기존
남북 관계를 뛰어넘는 진전된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남북
최고위급 수준의 신뢰가 부족했는데, 이번 면담을 계기로 김대중 정부와 비슷한 정도의
정치적 신뢰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이번 면담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이를
통해 핵을 포기하는 길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6·17면담과 남북장관급회담을 계기로 남북은 물론 미국 등 주변국에서도
긍정적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남북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할 때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RIGHT]윤길주 기자[/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