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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 평화로운 농촌 마을이 어린이들의 합창소리로 한바탕 떠들썩하다. 방금 쪄낸 떡시루를 엎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쌀을 떡판에 붓자 떡메치기가 시작된다. 체험객들에게 시범을 보이는 떡마을 사람들의 손놀림이 자연스럽고 재빠르다. 떡마을 ‘선수(?)’들이 떡메를 칠 때마다 구경하던 아이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이윽고 아이들은 “저도 해 볼래요!” “저도요!”라며 여기저기서 고사리손을 번쩍 번쩍 들어올린다. 떡쌀이 먹음직스러운 인절미가 될 때까지 아이들은 저마다 한 번씩 떡메를 치는 시늉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떡메를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인절미 만드는 코너에서는 마치 모래장난 하듯 잘 다져진 ‘미지떡’을 떼어내 떡고물을 묻히는 솜씨가 제법이다.
충북 청주시 평동의 가을 풍경화다. 근처에서는 이곳 평동을 그냥 떡마을이라고 부른다. 이곳에 가면 이런 풍경화를 사시사철 만날 수 있다. 떡마을은 ‘고향과 전통’을 빚어 찾아온 손님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다. 덤으로 짭짤한 수입도 올린다.
떡마을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견학온 이민주 씨. 그는 “평동에 올 때마다 맑은 공기와 무공해 음식, 주민들의 정을 듬뿍 받고 기(氣)를 충전해 돌아간다”며 “아이들이 떡 만드는 것을 너무 신기해 하고 살아 있는 경험을 보여줄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떡마을을 찾은 정대길(36) 씨 부부는 즉석에서 교육받고 떡메를 잡았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그의 떡메치기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경쾌한 소리를 내며 제자리를 잡는다. 처음 떡메를 쳐봤다는 정씨는 “생각보다 힘들다”며 “그래도 직접 아이들과 함께 하니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평동마을은 예부터 전통 떡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떡메치는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지금은 농촌 기피 현상으로 인해 많은 젊은이가 도시로 나갔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삼삼오오 모여 전통 떡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B]경쟁력 갖춘 정보화 마을, 인터넷 주문 활발[/B]
이런 마을의 전통을 되살려 청주시가 적극 나서서 평동을 농촌체험학습을 겸한 떡마을로 탄생시킨 것이다. 도시민들에게 전통 농촌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농민들의 소득도 높여 주는 ‘윈 윈’ 사업의 일환으로 2003년 1월 만들어졌다. 평동 떡마을 홍순주 대표는 “종종 전통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전통 떡 보존과 보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떡마을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떡마을 조성을 담당했던 청주시청 지역경제과 진미경 씨는 “우리 전통 떡은 만들기가 번거롭고 유통기간이 짧아 요즘은 과자 등에 밀려 명절에만 맛볼 수 있는 정도였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청주시와 마을 간의 협력을 통해 떡을 쉽게 맛볼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까지 갖춘 전통 떡마을을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동 떡마을에서 인절미와 방울증편 등 각종 전통 떡을 빚는 가구는 모두 20여 가구다. 최근에는 청주시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100평가량의 작업장도 마련해 줬다. 떡마을 작업장은 이 마을 주민 12명이 지난해 4월 조직한 영농법인이 직접 운영한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평동 떡마을이 또 남다른 것은 바로 ‘정보화마을’이라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2001년부터 농·어·산촌 마을을 대상으로 ‘정보화마을 조성사업’을 시행해 왔다. 도시와 농촌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이를 통해 지역 특산물 및 여가·관광정보를 홍보함으로써 지역경제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였다. 평동은 떡마을로 조성된 것과 때를 같이해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는 행운을 잡았다.
행자부 덕에 정보화마을로 변신하면서 평동 주민들은 집집마다 컴퓨터를 들여놓게 됐다. 떡마을이 인터넷을 통해 떡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떡마을에 관한 유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전국에 알리고, 또 주문받을 수 있게 되자 평동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실제로 마을 소득도 2004년 3,000여 만 원에서 2005년 현재 4,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한 6,500만 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청주시청 진미경 씨는 “각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주문받게 되자 전국 어디에나 떡을 대량으로 팔 수 있어 농민들의 소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그보다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로 떡을 빚어 전국의 많은 사람에게 보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으로 인한 떡마을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외지 손님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떡마을 주민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이제는 현지 체험을 하려는 초·중·고교생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주부 모임, 중년층 단체 관광객도 즐겨 찾는 청주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이렇듯 이곳을 찾는 손님이 점점 많아지자 떡마을은 주력 생산품인 떡의 품질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떡마을에서 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장사’도 할 수 없고 손님들의 발길도 끊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떡마을에서는 떡 재료로 주민들이 무공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우리 쌀·콩·팥을 고집한다. 그리고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빚는다. 그러다 보니 떡마을의 떡값은 시중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하지만 떡마을이 자부하는 것은 떡에 관한 한 최상급 품질을 보증한다는 것이다.
떡마을 홍순주 대표는 “웰빙시대이다 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가격보다 품질에 더 많이 신경 쓴다”며 “우리가 직접 재배한 재료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제공, 좋은 이미지를 심는 것이 떡마을의 발전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평동 전통 떡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인공 색소를 거부한다는 것. 그렇다면 빛깔 고운 떡은 어떻게 만들까? 노란색·초록색·보라색의 예쁜 떡은 각각 치자·쑥·흑미 등을 이용해 색을 낸다. 방금 캐온 쑥을 물에 데쳐 찹쌀밥과 함께 섞어 떡메를 치면 연두색의 쫄깃쫄깃한 인절미가 되는 식이다. 여기에 떡마을 회원들이 옛날 방식 그대로 송편·인절미·방울증편 등을 직접 빚어 전통의 손맛을 살려낸다. 특히 마을에 있는 ‘전통 떡 만들기 체험장’에서는 직접 메를 쳐 원하는 재료의 색이 나도록 떡을 반죽하고 원하는 고명을 넣어 관광객들이 직접 빚어볼 수도 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B]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 운영 [/B]
평동 전통 떡마을은 전통 떡 체험과 함께 향토음식을 계승 발전시킨 전통 고추장 담그기 체험 등 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 중 ‘할머니 손맛 체험 프로그램’은 떡 만들기와 두부 만들기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할머니가 설명하는 떡 만들기 설명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직접 반죽을 해서 동글동글 말아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그곳에 고명을 넣는다.
두부 만들기 체험도 마찬가지다. 우리 콩을 맷돌에 갈아 간수를 넣어 가면서 두부를 만든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완성된 두부를 손으로 덥석 집어 한입에 쏙 넣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두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잊을 수 없는 맛의 경험은 두부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두부 마니아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평동 떡마을은 학생들에게는 좋은 전통생활 실습장이기도 하다. 또 빵과 햄버거 등 서구화된 입맛에 길든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 음식의 깊은 참맛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 안에 할머니의 손자 사랑과 건강이 깃들어 있다.
떡마을이라고 해서 떡 만들기 체험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월이 시작될 즈음 평동 전통 떡마을을 찾으면 지천에 널린 감자밭에서 잘 여문 감자를 한 아름 캘 수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땅이 선사한 감자를 수확하고, 가마솥에 쪄낸 감자를 시원한 원두막에 앉아 오순도순 나누어 먹는 재미는 도시 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B]도·농이 함께하는 체험장 활기[/B]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어느 농촌이나 마찬가지로 평동 떡마을의 들녘은 한껏 풍성해진다. 오리를 이용해 무농약으로 농사지은 쌀, 빨갛게 익은 고구마, 속이 꽉 찬 싱싱한 배추도 평동 전통 떡마을에서는 주민과 함께 수확도 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배추를 뽑아 김장을 담그고, 고구마를 구워 먹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줄 것이다.
평동 전통 떡마을(pyeingdong.invil.org) 주민들은 제2의 고향 같은 인정으로 방문객을 기다린다. 푸근한 인정이 넘치는 시골에서 마음껏 뛰놀며 잊혀져 가는 푸근한 시골의 정까지 느껴보고 싶다면 평동 전통 떡마을을 찾아가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청주시와 평동 떡마을은 앞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떡장터를 열고 전통 떡 박물관도 조성해 우리 떡을 보존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평동 전통 떡마을 박노진 운영위원장은 “웰빙시대에 맞는 여가 활용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체험 프로그램에 많은 도시민이 참여해 도·농이 함께하는 풍요한 삶을 체험하기를 바란다”며 “10월부터 시작되는 고구마 캐기 체험으로 더 많은 사람이 우리 마을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IGHT]백창훈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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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