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케터 6년 차 강가을 씨
“2월 말부터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사무실 출근은 행사 있을 때 필요 인력만 나와 일하고요. 또 팀제로 한 달씩 돌아가면서 유급휴직을 했어요.”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강가을 대리는 코로나19로 달라진 회사 풍경을 설명해줬다. 강 대리는 2012년에 설립된 온라인 영화 홍보대행사 ‘투래빗’에서 일하고 있다. 이름을 따라간다 했던가. 일과 성공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뜻대로 최근 급성장하는 홍보대행사다.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 순간은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기생충>은 우리 팀이 홍보 마케팅을 맡은 작품이거든요. 사무실에서 다 같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봤죠. 정말 기뻤어요. 4월 29일부터 흑백판 특별상영도 시작했어요. 고전과 클래식 영화를 동경하는 봉준호 감독이 홍경표 촬영감독과 함께 특별히 선보인 버전이에요.” 강 대리는 2020년 2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 현장을 다시 떠올리며 영화 마케터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호기심에 시작된 직업 탐구가 취업으로
영화 마케터 6년 차. 강가을 대리는 내뱉는 말마다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서른, 요즘 20대 기준에선 빠르게 사회에 안착했다.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았을까.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울산 소녀는 대학 3학년 때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 평소 즐겨 찾던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미소지기’로 출발해 선임까지 일을 했죠. 1년 반 동안 극장에서 일하며 영화 마케터라는 직업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영화를 판매하는 직업이 있구나. 또 평소에 이벤트 응모를 즐겨 하는데, 이런 하나하나의 요소가 티켓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신기했어요.” 호기심에서 시작된 직업 탐구는 영화 마케터 강좌 수강으로 이어졌고, 준비 끝에 졸업 직후 온라인 영화 홍보대행사에 취업했다.
영화 마케터들은 영화를 어떻게 마주할까. “영화를 상품으로만 보진 않아요. 작품에 따라 던지는 메시지도 다르고 결도 다르죠. 그래서 주요 마케팅 포인트는 감독님들과 함께 큰 방향을 잡아요. 감독님들도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요. 명확하게 주면 오히려 발전하기가 좋지요.” 본인이 담당했던 영화 <기생충>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기생충>은 흥행보다 작품성을 강조하는 콘셉트로 접근했어요. 작품성을 알리기 위해 초반부터 집중했고, 캠페인 기간도 길게 잡은 영화였어요.” <기생충>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데에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고가 숨어 있었다.
강 대리는 팀제 방식으로 총 6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 구조를 자랑했다. “특히 저희 회사는 대표와 직원들의 간극이 크지 않아요. 대표들이 실무까지 같이 하거든요. 두 명의 대표가 상호 점검해주는 게 뒷배처럼 든든한 느낌이랄까요.”
탄탄한 회사에 일도 척척박사 같지만 강 대리도 ‘미생’(바둑에서,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을 지나왔다. “영화 마케터 일은 1, 2년 차가 제일 힘들어요. 업무 파악도 덜 됐는데 시키는 일만 하기에도 바쁠 때거든요. 왜 나만 일이 쌓일까. 일을 못하는 걸까. 이런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보통 이맘때 많이 관둬요. 이때만 참으면 쭉 가고요.”
힘들 때 정부 지원책 덕에 다시 기운내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고 있는 강 대리는 좁은 취업문 앞에 지쳐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본인의 경험을 전했다.
영화 쪽에 관심이 많은 후배에게는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예전엔 그만둔다고 하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요즘은 말리지 않아요. 마케터는 본인과 잘 맞아야 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퇴근하면 업무도 종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영화를 예술로만 보는 친구들도 잘 안 맞고요. 엔터테인먼트(연예, 오락)적인 면을 파악해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 것도 있다고 한다. “개봉 당일 악평이나 평점 테러가 쏟아지면 정말 상처가 커요. 개봉하기 위해 한 달 넘게 공들였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무척 속상하죠. 내 새끼 나만 욕할 수 있다는 심정이랄까요. 특히 마케팅 못해서 영화 안됐다는 말이라도 들으면 바로 술이 당기죠.”(웃음)
영화 마케터는 일종의 전달자다. 영화를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전달하려면 늘 귀와 눈을 열어둬야 한다. 트렌드도 빠르게 파악해야 하고, 영화도 좋든 싫든 다양하게 봐야 하는 직업이다. “새로운 걸 보고 실험하고 사용해보고 읽어보는 걸 귀찮아하지 않아야 해요. 싫어하는 장르도 가리지 않고 봐야 하죠.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도 새로 나오면 알아둬야 하고요. 나중에 도움이 되거든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 찾는 게 중요”
요즘 강 대리가 집중하는 업무는 코로나19 수혜자로 꼽히는 넷플릭스 콘텐츠 홍보다. “넷플릭스 담당하면서 이제는 모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섭렵했어요.” 비록 일로 시작했지만 뭐든 즐기는 강 대리의 모습이 신나 보인다.
스무 살 때 생각한 서른의 강가을 모습은 얼추 만들어졌을까. “대략 비슷해요. 아홉수라 그런지 2019년 연말에는 엄청 우울했지만요. 고향 친구들은 다 결혼했는데 나만 이런가 싶기도 하고요. 당장 결혼 생각도 없으면서요.(웃음) 2020년엔 그동안 못한 운동과 운전 연수를 하고 있고요. 일 관련해선 내가 팀을 꾸렸을 때 밑에 친구들이 든든하게 느낄 만큼 커리어를 잘 쌓고 싶어요.”
강 대리 주변에도 맞지 않는 일을 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그런 친구들에게 강 대리가 응원을 보냈다. “비록 서른이지만 더 찾아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급하지 않게. 조금이라도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해요. 인생은 길거든요.”
10년 뒤인 마흔의 강가을 모습을 상상해봤다. “업계 친구 네 명이 친한데, 종종 이야기해요. 같이 회사 하나 차리자고요. 온·오프라인을 합친 영화 홍보대행사 세워볼까요?”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긴급지원정책 알고 싶으면 ‘온라인청년센터’로 오세요
한국고용정보원은 온라인청년센터(www.youthcenter.go.kr)에서 청년(개인)이 누릴 수 있는 코로나19 긴급지원정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 제공 서비스는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있는 코로나19 긴급지원정책 정보를 조사해 청년들이 개인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코로나19 긴급지원정책 정보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긴급지원정책의 세부 지침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온라인청년센터 누리집을 통해 최신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다. 온라인청년센터에서 제공하는 코로나19 긴급지원정책 정보는 온라인청년센터 누리집,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알림 메시지를 통해 받아볼 수 있으며, 고용정보원 온라인청년센터 청년상담실에서 양질의 상담서비스 제공을 위한 참고 자료로도 활용된다.
고용정보원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놓인 청년들이 필요한 정책을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전화·누리집 게시판을 통해 실시간 상담을 제공하고, 정책별 변동사항을 주기적으로 최신화하는 등 코로나19 긴급지원정책 정보 전파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참고로, 청년고용 정책과 관련해서는 최근 온라인청년센터에 올라온 <한눈에 보는 청년고용 지원정책>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온라인청년센터 누리집 ‘새로운 소식’에서 파일을 내려받으면 된다.
김청연 기자
구직활동에 어려움 겪고 있다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청년층이 많은 상황에서 지자체는 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에 시행하던 것에 더해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바뀐 청년정책을 비롯해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을 정책을 살펴봤다.
경남 ▶▶ 청년실직자 청년희망지원금 지원
경상남도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실직자 청년희망지원금 지원’을 실시한다. 신청하는 시·군에 주소를 둔 만 18~39세이면서 시간제·단기·일용·아르바이트 등에서 실직한 청년 가운데 직전 근무지에서 최소 1개월 이상 근무, 실직 뒤 미취업 상태가 유지 중인 자를 대상으로 월 50만 원씩 2개월간,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단, 주민등록상 경남도 내 거주가 아니거나 생계급여, 실업급여, 청년수당 등을 받고 있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지원금은 9월 30일까지 도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 카드(대형 마트 등 일부 업종 사용 제한)로 지급한다. 자격 등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www.gnjobs.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북 ▶▶ 미취업 청년 구직활동 지원
충청북도는 15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특별자금을 편성해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미취업 청년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내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의 만 18~39세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30만 원의 구직활동지원금을 지급한다. 단,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급자, 고용노동부 실업급여·구직활동지원금·구직촉진수당·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직접일자리 사업(주 20시간 초과근로의 경우) 참여자, 고교·대학(원)생(휴학생 포함), 기타 정부·도·시군 구직활동 지원 관련 유사 사업 참여자 등은 제외한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