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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부대는 사단사령부와 2개 민사여단, 직할부대 등을 포함해 모두 3,600여 명. 3개 사단 병력이 투입됐던 베트남전 이후 해외 파병 규모로는 최대다. 파병지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아르빌주 중부와 니나와주 서북부로 1만km2에 이른다.
자이툰부대는 부대 외곽의 경계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드넓고 탁 트인 구릉에 자리잡고 있다. 100만 평 규모에 부대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지름 5km, 부대 외곽만 10km에 이른다. 최근 자이툰부대는 파병 장병 1진 2,000여 명이 6개월간의 현지 평화·재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했으며, 교체 병력인 2진도 이미 현지에 도착해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정부와 군 당국은 자이툰부대가 파병 초기의 일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사단급 부대를 해외에 파병해 1,115km에 달하는 사막을 건너는 대이동작전(파발마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100만 평의 주둔지를 불과 2개월 만에 건설한 경험은 군 전투력 발전은 물론 한국군의 국제적 위상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다. 또 현지 쿠르드 지방정부에 버스·컴퓨터·의약품 등을 지원함은 물론 태권도 교육과 의료활동 등 다기능 민사작전(Green Angel)을 통한 평화·재건 및 친한화(親韓化) 활동도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리아플러스>는 파병 2기에 접어든 자이툰부대의 활동과 성과, 현지상황, 장병들의 생활상을 자세히 듣기 위해 황의돈 사단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합동참모본부의 협조 아래 이루어진 이번 인터뷰에서 황 사단장은 현지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한편 파병 장병 가족들의 걱정과 염려를 덜어주는 차원에서 최대한 상세하고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
-이라크 파병 6개월 만에 파병 1진 장병들이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소회가 크실 것 같은데요.
"저와 함께 이라크로 파병된 1진 장병들이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귀환한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월남파병 이래 첫 대규모 파병으로, 아무도 해보지 않은 파병의 역사를 이루어냈다는 보람이 있습니다."
-자이툰부대는 어떻게 구성됐고, 현재 이라크에 주둔한 자이툰부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자이툰부대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육·해·공군 및 제 병과의 최정예 장병들로 구성됐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개되었을 때는 이라크 나시리아에 있던 서희·제마부대 600여 명을 포함해 총 3,600여 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현재 아르빌에는 100만 평 부지에 3,200여 명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1진 장병 2,000여 명 무사 귀환
-자이툰부대 구성 당시 에피소드도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기억나는 일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군인 자녀, 해외영주권자를 비롯한 쌍둥이 형제가 함께 지원하는 등 다양한 이색인물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1진의 쌍둥이 동생에 이어 형이 2진으로 지원하기도 했는데,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자이툰부대의 파병 활동을 평가하신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12위 경제대국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지난 1월30일 실시된 이라크 총선 당시 사단 책임지역 내에서 성공적으로 선거가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이라크에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데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울러 연합 및 합동작전 능력 배양, 전장 경험 축적 등 군 전투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라크자유작전에서 어려움에 처한 미군을 지원해 실질적인 한·미 동맹 강화에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아르빌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지난해 8월3일 장도에 오른 장병들이 쿠웨이트에 첫발을 내디디면서부터 50도가 넘는 혹독한 사막 열기와 눈앞을 가리는 모래폭풍에 맞서며 9월22일 아르빌에 안착할 때까지 부대 전개 자체가 큰 작전이었습니다. 적대세력의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5~7일 간격으로 3개 제대로 나눠 이루어진 3박4일간의 지상이동을 단 1건의 사고 없이 해낸 것을 세계 언론에서는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전 장병의 신념과 노력으로 고난과 도전을 극복한 것이었습니다."
-현지 주둔작전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아르빌에 안착한 후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주둔지 정비와 부대 방호 태세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두 달 만에 부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이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던 주둔지 공사를 두 달 만에 완공한 것입니다. 자이툰부대의 민사·재건활동은 주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기간에도 현지 정부 및 주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장비·물자를 기증할 정도였습니다. 한국의 기업·단체·기관 등이 지원하고, 사단에서 120억 원 상당의 장비·물자를 구매해 쿠르드 지방정부(KRG; Kurdish Regional Government) 및 지역 주민들에게 대량으로 기증하는 한편 그동안 준비한 민사작전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습니다."
사고 한 건 없이 3박4일간 1,115km 이동
-주둔지 정착 후 대민 지원활동은 어떻게 전개됐습니까?
"지난해 11월부터 도로 포장, 학교 개보수, 심정 개발, 상하수도 정비 등 건설사업을 착공했고 낙후된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순회 진료와 함께 각종 정비·구호·친화활동을 하는 ‘그린 엔젤’작전을 전개했습니다. 또한 문맹자교실·컴퓨터 교실·태권도교실과 함께 기술교육대, 자이툰컵축구대회 개최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민사·재건활동을 점차 확대 시행하는 한편, 현지인 고용을 통한 자립경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현재 부대 내 고용인들이 1일 평균 400~5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자이툰 부대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런 활동으로 자이툰부대는 지역 주민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Welcome - Korean, Friends! (환영합니다. 한국인, 친구여!)’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칠판을 들고 한국군을 환영하는가 하면 일제히 일어나 쿠르드 국가를 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바르자니 쿠르드 민주당(KDP: Ku- rdish Democracy Party) 의장이 '쿠르드에게는 산 외에는 친구가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제는 우리에게 한국군이라는 또 하나의 친구가 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유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든 작전은 무엇이었습니까?
"우선 쿠웨이트에서 아르빌까지 1,115km의 멀고 먼 대장정을 이뤄낸 '파발마작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한참 공격이 진행되던 바그다드 일대의 야간 이동과 12시간 동안 충분한 휴식 없이 티크리트와 키르쿠크 지역을 통과하던 순간은 참으로 긴박했습니다. 하지만 파발마작전을 통해 우리 부대는 더욱 단결되고 강한 전투력을 보유한 최상의 부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는 100만 평 황무지에 완벽한 부대 방호 태세를 갖춘 주둔지를 조성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사·재건활동을 성공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100만 평에 이르는 주둔지 공사를 불과 2개월 만에 끝내 큰 화제가 된 것으로 압니다. 당시 공사는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아르빌 주둔지 조성을 위한 시설준비단은 지난해 8월 말부터 사단 본대 병력을 수용할 수 있는 600여 동의 컨테이너와 식당· 정비고 등으로 사용할 15동의 에어돔 건설, 3개 심정 및 급수시설과 30여 대의 발전기 설치, 전기 및 오·폐수 처리시설 등을 구축했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불안한 치안과 낙후한 현지 경제상황 때문에 자재 확보와 수송에 애로가 많았습니다. 또 최저낙찰가를 적용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중소 시공회사의 중동지역 경험부족으로 공사를 추진하는 데 제약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인 노동자는 한낮의 고온에서는 작업을 하지 않아 한시가 급한 우리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선 기술력, 성실과 근면, 책임감으로 공사를 진행해 나갔고 현지인들을 감화시켜 서로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공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군은 쿠르드의 친구”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최근 쿠르드 지방정부로부터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사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만.
"현재 아르빌과 술레마니아 지역에서 아르빌 시내의 종합하수처리 시스템과 살라딘대학 종합 캠퍼스, 그리고 종합 스포츠센터 건설 등 많은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댐과 주택 건설, 전력 생산 등 각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KRG 측에서는 이들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가를 원합니다. 술레마니아 지역은 사단 책임지역이 아님에도 제철공장·레저타운·국제공항 등 큰 사업들을 한국에서 맡아달라고 제의했습니다. 공사 수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미국·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앞으로 이라크 정세가 안정되면 전후 재건사업에 그만큼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지하는데, 안정적 석유 공급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파병군은 이러한 자이툰부대의 활동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다국적군(MNF-I) 사령관인 케이시 대장이 우리 사단을 방문해 '향후 이라크에 주둔 중인 다국적군도 한국군처럼 재건·지원활동을 할 것'이라며 '재건 지원활동에서 한국군은 동맹군들의 좋은 모델'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한국군의 민사작전은 동맹군 사이에서 모범적인 활동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르빌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이기 때문에 민족분쟁이 염려돼 일부 국민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분쟁상황을 여전히 걱정하고 있습니다만.
"이곳은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판단됩니다. 이 지역은 과거 민족 간의 분쟁으로 무력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실질적인 권력을 나눠 쥐고 있는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이 통합을 추진하는 등 호의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당은 그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압니다. 더욱이 최근 총선 결과도 쿠르드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협력적 관계로 진전되고 있으며,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안정된 상태를 당분간 유지하리라 전망됩니다. 우리 부대는 쿠르드 지방정부와 적극 협조하면서 부대 방호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장병들이 기거하는 주둔지 시설과 음식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장병들은 600여 동의 컨테이너 건물에서 지냅니다. 컨테이너마다 병사 기준으로 8~10명이 거주하는데, 냉난방이 가능한 에어컨이 2대 이상씩 설치되어 있습니다. 음식은 생소한 환경과 무더위에 견딜 수 있도록 한식 '1식5찬' 기준으로 배식하며, 식사 때마다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과자류를 후식으로 제공해 충분한 영양섭취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향후 자이툰부대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우리 군은 아르빌주와 도훅주 일부분을 담당해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입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재건 지원은 한국군의 독자적인 자원과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분야별로 지역에 필요한 재건 소요를 판단해 쿠르드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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