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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 첫날에는 후회도 많이 했어요. 민법·형법, 이런 책 보니 정말 머리에 쥐가 나더라고요. 졸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고요. 평생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낸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요."(웃음)
“언니도 그랬네! 정말 연필 잡아본 지 10년은 된 거 같아요. 유도 말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살았으니까요. 이렇게라도 다시 공부하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공부 말고도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그동안 운동하는 사람들하고만 지냈잖아요? 공부가 힘들기는 하지만 운동하던 때처럼 열심히 한다면 문제없어요.”
2000년 시드니올림픽 태권도 67kg급 금메달리스트 이선희(26), 2000년 시드니올림픽 유도 78kg 이상급 동메달리스트 김선영(25), 2003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84kg 이상급 챔피언 윤현정(25) 씨 등 한때 격투기 국가대표 선수로 국위를 선양했던 매트의 여걸들이 밝힌 중앙경찰학교 입소 소감이다.
[B]“스타 선수 중 경찰 희망자 많아요”[/B]
이들은 지난해 가을 경찰청이 10년 만에 실시한 무도특채에 합격해 지난해 12월26일부터 중앙경찰학교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6개월간 교육받은 뒤 경찰청 산하 교육기관의 교관으로 임명되거나 경찰청 소속 무궁화체육단 선수로 활동할 예정이다.
입소 1주일 만에 만난 선수들은 매트 위에서는 그 누구와 대적해도 자신 있지만 공부는 자신이 없다고 엄살이다. 경찰 교육훈련 과정이 선수생활보다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낭패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 사람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어려서부터 꿈이 경찰이었다는 이선희 씨. 이씨는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꿈을 잠시 접어두었을 뿐”이라고 수줍게 말한다.
“은퇴할 때쯤 아버지께서 넌지시 경찰관이 되는 건 어떠냐고 하셨어요. 그때는 아버지의 권유를 거절했어요. 왜냐고요? 10년 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개인생활을 즐길 겨를이 없었는데, 경찰에 입문하면 그 생활이 연장될까 염려했기 때문이죠.”
은퇴 후 고양시에서 플레잉코치 생활을 하던 이씨는 경찰청 담당 직원에게서 “무도특채에 응시해 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은 뒤 옛 꿈을 되살렸다. 그는 특히 4남1녀 중 외동딸인 자신이 경찰복을 입는 것을 학수고대하셨던 아버지의 오랜 바람을 실현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단다.
그는 “아버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흐뭇해 하시는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국가대표 여자유도 중량급의 대들보로 꼽혔던 김선영 씨도 이씨와 비슷한 경우다. 그 또한‘어려서부터 경찰이 꿈’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저더러 경찰을 하면 꼭 맞을 성격이라고 누누이 말씀하셨어요. 유도를 배우게 한 것도 경찰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대요.”
시드니올림픽 이후 무릎부상을 입어 병원을 들락거렸던 김씨는 선수생활을 접고 경찰을 해볼 요량으로 경찰청에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2001년쯤이었을까? 인터넷을 검색하다 무도특채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고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담당자는 한마디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에 대한 꿈을 접고 창원경륜공단에서 코치생활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유도협회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경찰청에서 무도특채를 하는데 원하면 추천서를 써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기분은 ‘꿈만 같았다’고.
“경쟁이 치열해 자신 없었는데, 합격해 너무 기뻐요. 동료들 중에서도 은퇴 후 경찰을 꿈꾼 이들이 많거든요. 다행히 이번 특채가 2000년 1월 이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3위 이내 입상자로 지원 대상을 제한했고, 일부 선수들은 실업팀과 계약 관계가 얽혀 지원하지 못해 운 좋게 뽑힌 거 같아요.”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B]“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 그대로 살릴 것”[/B]
두 선수에 비해 윤씨는 “경찰이 됐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전국체전을 위해 합숙하던 중 무도특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제가 좋은 경찰이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망설이며 경찰에 계신 분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죠. 다들 너무 좋은 기회라며 꼭 지원하라고 하시더군요.”
무도특채로 뽑힌 만큼 경찰이라는 조직 속에서 그동안 익힌 태권도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다는 윤씨. 욕심 같아서는 동료 경찰들에게 겨루기 등 고급기술을 가르쳐 정규 시합에도 내보내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로 각각 경찰복을 입게 된 스타 체육인인 만큼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생활을 할 때는 올림픽에서 입상한 것을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당연한 일로 여겼어요. 그런데 이렇게 특채로 경찰직에 뽑히고 보니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경찰로도 금메달감’이라는 소리를 듣도록 열심히 해야죠.”
무도복을 경찰복으로 갈아입기는 했지만 왕년의 스타 선수답게 그들의 말 속에서는 강한 패기가 느껴진다.
“운동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던 만큼 경찰 조직에서도 이름 석 자를 꼭 남기고 싶어요. 아직 확실한 목표는 정하지 못했지만 제가 맡은 분야에서만큼은 최고라는 소리를 들어야겠죠.”
햇병아리 경찰관으로 거듭난 매트 위 세 여걸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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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