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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멸치가 제법 꼽히지요.” 꼽힌다고? ‘꼽히다’는
‘손으로 꼽다’ 할 때 ‘꼽다’의 수동형. 이 경우 바른 말로는 ‘꽂히다’이다.
그렇다면 ‘멸치가 꽂힌다’는 말은…? 현지 사람들은 멸치가 잘 잡힌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정말 멸치는 꽂힌다. 멸치잡이는 그물을 칠 때부터 다른 바닷고기를
잡는 방법과 차이가 있다. 멸치를 잡을 때는 폭 10여m, 길이 100여m 정도 되는 그물을
7~8개씩 엮어 그저 바닷속에 늘어뜨려 놓는다. 물론 그물을 아무 데나 치는 것은
아니다. 어군탐지기로 멸치떼를 찾아내 그 길목을 막는 방식으로 서너 군데 그물을
쳐 놓으면 멸치가 지나가다 그물코에 목이 걸린다.
그물을 건져 올리면 말 그대로 그물코마다 멸치가 ‘꽂혀’ 있다. 이 그물을 그대로
포개 항구로 돌아오면 멸치를 터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네다섯 시간. 그러니 멸치잡이는 다른 고기잡이와 달리 정작 항구로 돌아온
다음 본격적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어부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구령에 맞춰 일정한 율동으로 그물을 터는 장면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색적이고 흥이 실려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정작 그 작업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그물을 한 번 털고 나면 어부들의 손이 다
벗어질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그래서 어부들은 멸치잡이 배를 탄광의 ‘막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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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털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텁텁한 막걸리가 목젖을 시원하게 적시면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더욱이 올해는 대단한 풍어여서 어부들의 손놀림은 한창 바쁘고, 그만큼
살맛도 난다. 성어기 때 한두 달은 하루 30만원 가량 버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인지 20~30대 젊은이들 중 멸치잡이 배를 타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멸치 포구로 전국에서 가장 이름이 난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 그곳의 멸치는
주로 10cm 이상 되는 젓갈용이다. 이들 젓갈용 멸치 어장은 대변항부터 남해군 앞바다에
걸쳐 형성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멸치 수요의 60~70%를 공급한다.
현재 대변항에는 11척의 멸치잡이 배가 있다. 이들이 지난해 척당 20kg들이 상자
2만 개씩을 잡았다. 이들이 올해는 협의를 거쳐 척당 하루 300상자 이상은 잡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어족자원도 보호할 겸 가격 안정을 위해서다.
올봄에는 유난히 많은 멸치가 꽂힌다는 것이 대변항에서 20년 동안
멸치잡이를 했다는 동건호 선장 홍진기 씨의 말이다. 최근 경매가격이 상자당 2만3,000원이었는데,
잘하면 3만 원대까지 오르내린다고 말하는 홍씨의 얼굴에는 만선의 기쁨이 어려 있다.
사진·권태균
/ 글·이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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