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을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 www.prkorea.com)를
이끌고 있는 박기태(31) 단장의 말이다. 반크는 최근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주목받는 민간단체. 전 세계를 상대로 잘못 알려진 우리나라의
역사는 물론 한국에 대한 정보를 바로잡는 사이버 전사 조직이다.
박 단장이 반크를 만든 것은 1999년 초. 그러나 박 단장이 생각한 반크의 초기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군 제대 후 복학하니 해외 어학연수 열풍이 한창 불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학연수를 갈 형편이 못 됐거든요. 그래서 외국 친구들과 펜팔을 통해 국제감각을
키워 보자는 생각을 했죠.”
그는 미국·유럽 등 각 대학의 아시아 관련 학과 게시판에 무작정 자기소개서를
띄웠다.
“내용은 간단했어요. ‘나는 월드컵이 열릴 나라인 한국의 젊은이다. 한국과
아시아에 관심이 있는 전 세계 친구를 사귀고 싶다. 관심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 달라’였어요.”
간단한 메시지였음에도 박 단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전 세계 친구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메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내친김에 외국 친구들과의 이메일
펜팔 교류를 위한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외국 친구도 사귀고 영어 공부도 하다 보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제가 변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을 알리려다 보니 한국의 문제를 곧 내 문제로 여기게 된 것이죠.”
그는 무엇보다 사이버상의 친구들에게 한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을
먼저 언급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처음 펜팔 사이트로 개설한
홈페이지를 인터넷상에서 한국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사이버 관광 가이드 사이트로
방향을 틀었다. ‘반크’라는 문패도 그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지도를 보내 주기 위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이트에 들어갔다 동해가 일본해로 돼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순간 그냥 보낼
것인가, 포토샵으로 지워 보낼 것인가를 고민했죠.”
두 가지 방법 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정식으로 정정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왜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인지 역사적으로 설명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답장이
왔어요. 수정해 주겠다는 것이었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놀랐습니다.”
2001년 겨울의 일이었다. 기대 이상의 쾌거에 고무된 박 단장과 반크 요원들은
본격적으로 외국 사이트의 한국 관련 오류 바로잡기에 나섰다. 이후 반크는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표기한 외국 사이트를 310개 이상 찾아내 시정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단체여서
가능했다”
박 단장과 반크의 이 같은 활동이 알려지면서 반크를 돕겠다는
독지가도 생겨났다. 얼마 전에는 야당의 한 의원이 반크 지원 요청 건의안을 제안해
정식 당론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달라진 반크의 위상을 잘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박 단장이 애착을 갖는 사업은 따로 있다. 바로 1만5,000명의 사이버
민간 외교관을 키워낸 것이다.
“반크 사이버 외교관으로 활동하려면 회비 2만 원을 내고 ▷한국 홍보자료 모으기
▷이메일 펜팔로 외국 친구 사귀기 ▷한국 오류 발견하기 ▷외국 교과서 출판사에
친선 서한 보내기 등 14개 과정을 한 달 동안 수료한 뒤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예 요원으로 키우기 위해 반크가 지난 7년간 쌓은
노하우를 예의 14개 과정에 집약했다고 말한다.
“반크 상근 직원은 저를 포함해 5명밖에 안 됩니다. 반크의 힘은 반크의 철학과
열정을 공유한 1만5,000명의 자발적 회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이들이 전 세계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고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지난 7년이 반크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7년은
구축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반크의 철학을 씨앗 삼아 세상에 뿌리는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 대표적 사업이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직장에
‘반크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 안에 1만 개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처음 목표를 선포했을 때는 모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민족사관고
학생 40명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을 설득해 반크 동아리를 만들었으니 와서
특강해 달라는 것이었죠.”
이렇게 탄생한 민족사관고 반크 동아리를 시점으로 두 달 새 15개 학교에서 반크
동아리가 생겨났다. 그는 “지금 속도라면 1만 개 반크 동아리 결성이 결코 허황된
꿈만은 아닐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봄 독도 영유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각종 직장과
단체에서 그를 부르는 횟수도 잦아졌다. 요즘은 통일부·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에서도 그를 찾는다. 그러나 박 단장은 “창단 이래 요즘 가장 큰 위기를 느낀다”고
말한다.
“창단 당시 생각했던 것은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우리가 직접 나서 바로잡자는
것이었습니다. 310개 이상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반크가 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단체였기 때문입니다. 역사 왜곡 문제만 해도 정부가 요구할 경우 외교적
문제가 되기 때문에 쉽지 않거든요. 그러나 민간단체가 요구를 하면 오히려 쉽게
풀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반크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거꾸로 한국
정보에 대한 모든 오류를 반크가 고쳐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는 “반크가 꿈꾼 것은 국민 모두 나서서 웹사이트의 한국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자는
것이었다”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새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년은 제 개인의 꿈이 반크의 꿈으로, 반크의 꿈이 한국인의 꿈으로 커져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인의 꿈을 아시아인의 꿈으로, 아시아인의 꿈을
세계인의 꿈으로 키워 보고 싶습니다. 세계인과 친구가 되는 것이 반크의 꿈입니다.
그 꿈은 한국을 세계에 바로 알리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고요.”
오효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