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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은 성과관리입니다.
또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필요하고요. <혁신·성과관리 워크북>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한 기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워크북을 만든 중앙인사위원회 노병찬(盧炳燦·46)
혁신인사기획관의 말이다. 노 기획관은 “정부 내에서 ‘혁신·성과관리 워크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처음이고, 형식이나 내용 모두 최초”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중앙인사위는 우리나라 공무원의 채용부터 육성·배치까지 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처다. 인사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물론 그 혁신 업무도
당연히 중앙인사위의 몫. 인사업무 혁신을 위해 고민해 온 중앙인사위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남다른 사명감으로 이번 워크북 제작에 임했다.
중앙인사위가 총력을 다해 2005년 혁신 과제와 주요 정책의 진행 상황 및 주요
실적, 평가 의견을 수시로 기록·관리할 수 있는 워크북을 발간한 것은 지난
4월 말. 그리고 5월2일 전 직원에게 이 워크북을 배포했다. 중앙인사위는 1년 동안
직원 성과 평가의 1차 자료로 워크북을 활용할 방침이어서 워크북을 받아든 중앙인사위
공무원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노 기획관은 “워크북이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인사정책과 제도 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앙인사위가 워크북 제작에 들어간 것은 지난 2월. 지난해 도입한 직무성과계약제의
성과 평가 과정에서 평가에 대한 기준과 기록이 불명확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 성과 평가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무엇을 근거로 평가할 것인가’였습니다.
업무 성과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없다 보니 평가자도 평가하기 힘들고, 피평가자도
평가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평가 기준으로서의 기록’ 주력
그는 “표면적으로 불거진 문제는
없었지만 성과관리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워크북
제작에 착수하면서 ‘평가 기준으로서의 기록’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 위해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노 기획관은 성과관리가 피평가자로부터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는 업무 분장과
이에 따른 결과 측정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평소 신념을 워크북 제작에 그대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워크북에 추진 과제와 책임자를 실명으로 기록하도록 해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또 그 해 연간 목표치와 성과 지표를 명시했다.
뿐만 아니라 워크북이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직무 발전을 위한 쌍방향 의사소통의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추진 과제에 대한 중간점검 및 최종평가를
기록하도록 했으며, 중간 면담 및 추진 상황 토론 등을 통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
피드백이 이뤄지도록 구성했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리 상황을 점검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피평가자에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워크북을
바인더 형식으로 제작해 기록을 축적할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상시적 혁신·성과관리 가능케
해
노 기획관은 워크북을 만들면서 동서고금을 통틀어 참고할 만한 사례를
찾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한다.
“외국 정부나 민간기업 사례를 참고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딱 떨어지는
경우가 없더군요. 하는 수 없이 대부분 팀원이 낸 아이디어를 모아 완전히 새로 만들었어요.
기록 형식만 해도 대여섯 가지 서식 중 하나를 고민 끝에 고른 것입니다.”
20년 공직생활의 노하우를 한 권의 워크북에 담아내기 위해 두 달 반을 야근했다는
노 기획관. 마지막 한 달 동안은 노 기획관을 포함한 팀원 4명이 인쇄소에서 살다시피
했단다.
노 기획관은 워크북 발간 소식이 보도되자 여러 민간기업에서 “인사 평가 참고자료로
삼겠다며 한 권 보내 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자신이 한 일에 새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워크북 발간을 계기로 중앙인사위
직원 모두 늘 기록하고 또 기록한 자료를 수시로 확인하고 교환함으로써 상시적 혁신·성과관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워크북 발간이 만병통치약은 아닌 만큼 남은 과제는 워크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가입니다. 하반기 안에 오프라인 워크북을 온라인과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흔히 만사(萬事)로 지칭되는 인사 분야에서 작지만 큰 의미를 담은 워크북을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제대로 활용한다면 바로 거기서부터 혁신의 큰 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오효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