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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사상 최고치인 2,538억
달러를 기록해 침체됐던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올해 역시 환율 인하 등
악재에도 1분기 동안 668억7,2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년도에 견주어 12.8%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수출산업에 효자 노릇을 하는 것이 중소기업이다. ‘11만691개 기업에 209만
종사자’. 현재 우리나라의 중소기업(5인 이상 제조업)의 현주소다. 특히 2004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2,538억 달러 가운데 903억 달러(35.6%)를 중소기업이
해냈다. 우리가 중소기업을 왜 육성해야 하는지를 웅변해 주는 수치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진두지휘하는 중소기업청 김성진 청장을 5월10일 과천의
중소기업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혁신형 중소기업’의 개념과 육성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혁신형 중소기업이란 일반적으로 첨단 고도 기술을 가진 제조업체와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서비스 업체입니다. 정부는 2008년까지 이런 혁신형
중소기업 3만 개를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해 자금·기술·판로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 방안으로 중소기업청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공공구매제도, 공동브랜드 개발
및 홍보, 국내 전시회 개최 지원, 대기업 연계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공공구매 규모를 56조 원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또 공공구매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완료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민수(民需)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케이블TV와 공동 AS센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제품 의무구매는
특혜 조치 아니다”
-정부기관에서 중소기업제품 의무구매목표
비율제를 도입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경제시스템에서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특혜조치라는 비난은 듣지 않습니까?
“꼭 특혜조치로만 보지 마십시오.
이 같은 제도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미국 중소기업청(SBA)은
구매목표 비율제도(23% 이상)를 통해 중소기업 제품의 공공구매 확대를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소기업청도 구매목표 비율을 45%로 설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설명하자면 정부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제품을 많이 사용토록 하기 위해
2004년 12월 말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구매촉진법」을 개정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공공기관들이 일정 비율 이상의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역시 수치가 문제인데, 미국은 23%, 일본은 4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은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 비율을
공공기관 전체 구매액의 50% 이상으로 잡기 위해 관계 부처 간 협의 중입니다. 한국
실정상 이 정도는 보장해야 합니다.”
-이 제도가 어떤 제도이며, 왜 필요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현행 공공구매 계획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중소기업에서 만들지
않은 제품까지 과도하게 포함하고 형식적으로 구매 계획을 세우는 등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예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 비율을 설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매 실적을 매년 통보하도록 법률에 규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공정경쟁을
저해한다고 말했는데 외견상으로는 대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합리적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이 민수시장에서 대기업과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돕기 위해 관수(官需)시장에서 한정적으로 적용,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제도는 대기업의 독과점, 일부 기업의 저가 덤핑 입찰을 방지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중소기업청은 정책금융 지원시스템 재정비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는 지난 1월 중소기업특별위원회를
통해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말하자면 혁신형
중소기업의 창업, 기술사업화, 시설 투자에 정책자금을 집중하고 기술과 사업성이
있다면 담보나 보증을 잡지 않고 신용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그 내용이 언론에 일부 보도된 ‘원 프로세스 금융 지원 시스템’
아닙니까? 이 제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정책자금을 원 프로세스로
지원하는 시스템은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행정혁신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은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때 단계별로 각 기관을 직접
방문해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제출해야 했습니다. 각 기관에 가서 똑같은
설명과 똑같은 서류를 반복적으로 내야 했습니다. 얼마나 불편합니까? 이런 불편을
덜어 주겠다는 것입니다. 즉, 중소기업은 신청 단계에서 관련 서류를 내고 나머지
절차는 문서 전자화를 통해 각 단계의 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최종 대출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자금 지원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곧 시행되겠군요? 추진 일정은 어떻게 잡혀 있습니까? 또 시행된다면 어떤
효과가 예상됩니까? “지난 3월18일 중소기업청·중소기업진흥공단·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관련 기관이 정책자금 원 프로세스 협약식을 체결하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는 6월 중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지원기간이
약 7일 단축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직·간접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용보증 규모가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최근 IMF까지 나서서 기업 신용보증 규모를 줄이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신용보증제도는 중소기업의 담보력을 보완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과 경영 안정에 이바지했습니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가장 효과적
금융정책 수단으로 신용보증제도를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지적하신 대로 신용보증에
대한 IMF 권고 이후 신용보증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실 IMF 권고 이전부터 신용보증제도 개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특별위원회를 통해 1997년 이후 크게 늘어난 보증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은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용보증 축소 규모는 한국의 금융시스템과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환경이 다른 외국의 예를 반영해 IMF 권고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 기준으로 줄이는 방안은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여러 지원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하게 만들지는 않습니까? 정부가 언제까지 이런 지원을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동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자금·기술·인력·판로
등 다양한 지원 시책을 통해 중소기업의 외형적 성장 기반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책이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와 직접 지원 위주로 추진되었습니다. 이런
무조건적이고 비경제적 논리에 따른 지원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기술이 주도하는 혁신 주도형 경제로 들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입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구조조정이 부진합니다. 때문에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단체수의계약을 폐지하고 지난 1월17일 발표한 12개 정책과제를 통해 과거와
같은 보호·육성 정책을 통한 생명연장식 지원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중소기업
정책의 중심을 생태계 조성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로 지속 성장 도모”
-‘생태계 조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혁신형 중소기업 3만 개를 선도기업으로 집중육성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일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계획입니다. 다만 재래시장이나 생계형 자영업자 등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없는
취약 분야는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적정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참여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핵심이 ‘동반성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특히 최근
논의되는 ‘이익 공유제’는 무엇입니까?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성장 격차를 없애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야 합니다. 특히 대기업은 원가절감 및 생산성 증대 효과가 나타날
때 이 성과를 독식하지 않고 중소기업과도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이익 공유제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현재 이익 공유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