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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는 대화 첫머리에 "어려운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는 말로 가볍게 운을 뗐다. 이어 이 총리는 우리 경제 전망에 대해 "건설 수주 허가가 많이 나고 있어 올 가을쯤이면 체감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올 경제성장률이 4.0~4.5%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또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아파트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보유세 등 세제를 통해 철저히 회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혁신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능력있는 공무원을 우대하고,
철밥통 공무원을 없애는 것”이라고 따끔한 지적을 가했다.
다음은 이해찬 총리가 12명의 공직자와 나눈 대화 요지다.
사회 국무총리께서는 5선 의원이고 교육부 장관도 역임하셨습니다. 그러나
총리직은 이전 공직과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1년 동안의 소감으로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죠.
이해찬 총리(이하 이 총리) 취임할 때 일하는 총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일은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아요. 1년 동안 대략 1,100번의 회의를
주재했으니까요. 왜 이렇게 회의를 많이 했느냐? 담당자들이 충분히 의사를 개진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결정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를 운영하는 데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지난 1년간 추진하신 일 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이 총리 행정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 문제입니다. 원전센터를 짓는
과제도 어려웠죠. 행정도시 건설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현재 시행에
들어갔고,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며칠 전(6월24일) 발표했습니다. 원전센터는 현재
공고를 냈는데(6월16일자) 여러 지역에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는 11월이면
결정될 것입니다. 이런 큰 사회적 갈등 문제가 거의 해결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신제윤 해외에서는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유독 국내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습니다. 우리 국민의 자신감 부족 때문인 것 같은데요?
이 총리 국내와 국외에서 시각이 다른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수출액도 2,540억 달러나 됐죠. 금리와
물가도 안정됐고, 정책의 투명성도 높아졌습니다. 우리나라 제품의 해외 평가도 높아졌고요.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거품도 많습니다. 신용불량자 문제와 가계대출 부실 문제가 대표적이죠. 이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국내경기가 많이 위축됐습니다. 올 상반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만,
하반기에는 국내 소비도 늘고 실업문제도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대략 4.0~4.5%대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국민의 느낌도 달라지겠죠.
정부는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 차근차근 성장의 토대를 갖춰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결과는 건실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원재 부동산 대책은 온 국민의 관심사입니다. 총리께서 생각하시는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이 총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세입자 비율이
50%가 넘는 수도권에 장기적으로 안정된 서민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죠. 또 하나는 투기로 인한 가격 급등을 잡는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의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하나는 실질수요가 있는 경우이고, 둘째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가수요가 생긴
경우입니다. 정부는 가수요, 즉 투기수요에 대해서는 보유세 등 세제를 통해 철저하게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자금이 산업 투자나
증권 등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정책도 추진 중입니다.
또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좀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가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25평 이상의 중산층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아파트 투기로 인해 생기는 불로소득, 이것은 마음속에서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오도록 하겠습니다.
“행복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삶의 질 향상시키는 길”
김재숙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 조기 정착을 위해
어떤 정책을 구상 중이신가요?
이 총리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철학을 가지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고, 여기에 공공기관을 지방에 배치해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한국전력이 광주로
이주한다는 것을 예전에는 상상이나 했던 일입니까? 수도권이 공동화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사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공공기관 이전으로 옮겨가는 산하 기관의
직원은 4만 명밖에 안 됩니다. 가족까지 합치면 15만~20만 명 정도죠. 수도권 공동화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수도권 인구는 매년 30만 명씩 늘고 있고, 집도 20만 채씩 새로
지어야 합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을 질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전환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입니다.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영준 1980년대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총무국장을 지내실 정도로
남북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남북 문제가 새 기류를 맞았습니다만,
아직 북핵 문제는 해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총리께서는 직접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의 안전과 번영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구체적 구상이 궁금합니다.
이 총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지금 필요한 것은 6자회담에 참가하기
위한 명분과 체제 안전 보장, 실질적 협력과 지원 세 가지입니다. 명분은 어느 정도
쌓인 것 같고,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다자안전을 보장하면 그 또한 튼튼한 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이 실질적 지원인데, 식량과 에너지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더 나아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고 국내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러려면 북한이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와 금융기관 알선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죠.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정도에 따라 지원 범위를 달리하면 된다고 봅니다.
서유미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법학·의학
등 전문 서비스 분야의 인력 양성을 위해 전문대학원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학의 경우 소위 선도대학의 거부로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총리 전문대학원 체제는 사회가 고도화함에 따라 생겨나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시간의 문제이지 안 할 수 없는 문제예요. 받아들이지 않는 대학은 낙후하고 탈락하는
것이죠. 먼저 추진하는 대학이 선도하게 될 것입니다.
윤종인 공무원의 혁신바람이 공직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총리께서
생각하시는 혁신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이 총리 공무원이 왜 혁신해야 하느냐? 간단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정년을 보장받는 집단이 공무원입니다. 민간 기업에서는 대개 50세가 넘으면 그때부터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긴장된 생활이기 때문에 스스로 혁신해 나갑니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혁신의 본질입니다. 언제나 새롭게 창의적인
자세로 일하면 가장 혁신적인 공무원이 될 것입니다.
윤종인 공무원 인사혁신 방향이 위계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또 2006년부터는 고위 공무원의 개방형 충원을 위한 고위공무원단이, 7월부터는 성과관리시스템이
도입됩니다. 이 제도를 통해 얻게 될 기대효과와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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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고위공무원단이
출범하면 3급 이상 공무원은 급수가 없어지게 됩니다. 3급까지만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필요한 사람을 각 부처 장관이 뽑아 쓰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이죠. 소속도 각 부처가
아니라 국가가 됩니다. 당연히 계급보다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어떤
사람을 데려다 쓸 것인지 결정하려면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을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해왔느냐를 알아야 하는데, 그때 참고하는 것이 성과관리카드죠.
그 카드에는 그 사람이 해온 일이 누적 기록돼 있으니 이를 근거로 사람을 데려다
쓰라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공무원은 몸값도 높아지겠죠. 그러나 이제 철밥통 공무원은
없어질 것입니다.
사회 성과관리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선 평가 기준을 객관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총리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제시한 기준입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서 몇 퍼센트나 달성하겠다는 등 성과목표를 본인 스스로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죠.
본인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고 달성하지 못하면 나쁜 점수를
받게 됩니다. 또 동료끼리의 평가도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그 사람이 일을 정말 잘하는지는
동료가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상관의 평가는 비중이 낮아집니다.
이금순 여성가족부가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총리께서는 생각하시는 여성정책은
무엇입니까?
이 총리 여성가족부를 만든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사회가 핵가족화하고
여성 취업이 늘면서 가장이라는 사회 기본 단위가 동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입니다.
둘째는 저출산 문제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사회 전체를 친가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시켜 주자는 대통령의 의지와
철학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강우 현장에서 뛰다 보면 인력 부족, 장비 부족이 심각합니다. 화재
발생시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초기 진압을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 총리 산불은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발생한 산불은
진화해야죠. 결국 대형 헬기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 대형 헬기
가격이 200억∼300억 원씩으로 매우 비쌉니다. 평상시에는 재해 방지, 긴급 구호용으로
쓰다 산불 발생시 진화용으로 쓰도록 지시했습니다.
“정규·비정규, 같은 대우 받아야”
송문현
지난해 8월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기존 산업연수생 제도와 병행
실시돼 고용허가제 조기정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하자는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총리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하자는 방침을 현안조정회의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다만 시행 전에 불법 체류 노동자를 귀국 조치하고, 기업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에 약간
부담이 된다고 해도 고용허가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정부에서 각고의 노력을 거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국회 통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 총리 비정규직 보호 문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노동을 하면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지금 협상 중입니다. 거의
협상이 됐는데 마지막 몇 가지 문제 때문에 타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인내력을 가지고
협상해야겠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차별 없이 노동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인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소득층 인구가 50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분의 1에 이른다고 합니다. 총리께서 생각하시는 사회 안전망
정책은 무엇입니까?
이 총리 정부는 차상위계층에서 갑작스럽게 병이나 실업 등으로 가정 파탄에
이른 분들을 우선 지원할 수 있는 긴급복지지원 법안을 확정하고 곧 시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또 서류상 미비로 인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에게는 현장의
사회복지사가 판단하고 심의해 도울 수 있는 재량을 넓혀줄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주민자치센터로 운영되는 동사무소를 주민복지센터로 바꾸려고 합니다. 일선
공무원들에게 복지 업무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받게 해 복지 마인드를 길러주고,
복지업무를 일반 행정의 중심에 놓으려고 생각합니다.
김수은 최근 사이버 폭력에 의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인터넷 익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총리 모든 자유는 책임을 수반합니다. 자유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은 사회 운영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인터넷 익명성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영역도 분명 있습니다.
게임이라든지 자료 검색 등이 그 예입니다. 인터넷에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분야와
실명으로 해야 하는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재원 청소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문화관광부 청소년국과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를 통합한 청소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청소년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업무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 총리 청소년은 보호와 육성을 동시에 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앞으로
청소년위원회에서는 현안인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일과 청소년이 좋은
사회 성원이 될 수 있도록 청소년문화를 육성하는 일에 치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 청소년을 이용해 나쁜 돈을 벌려고 하는 성인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총리께서는 국민 기억 속에 어떤 총리로 남고 싶은지
한 말씀 해주시죠?
이 총리 우리 사회는 2010년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 한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진입로에 와 있습니다. 이를 위한 기반을 참여정부가 만든다면 가장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에 기여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면 개인적으로 보람된
일이죠.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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