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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구림면 구산리. 마흥·신기·이암 등 20~40가구의 자연촌락 세 개가 모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구멍가게에 가려고 해도 10리가량 떨어진 면소재지까지 나가야 한다.
“뭐, 인터넷이라고? 고게 뭣인디?”
2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 모두가 되묻는 말이었다.
이런 마을에 정보화 바람이 분 것은 2년 전 설성환(43) 씨가 이장에 당선되면서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농촌 젊은이들이 그렇듯 도시로 떠났던 그가 귀향한 것은 1991년. 고향을 떠난 지 꼭 10년 만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자식들이 대학에 진학해 번듯한 직장에 다녔으면 했잖아요? 그래서 젊었을 때 방황을 많이 했죠.”
부모의 뜻에 따라 전북대 중문과에 진학한 설씨는 2년 만에 목포 해양대 항해과에 재입학했다. 졸업 후 취직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넓은 바다와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항해사로 3년 정도 전 세계를 돌아다녔죠. 항해사를 그만두고 귀향하기까지 막노동부터 노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그러다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결심했죠. 농촌이 어렵다는데 한번 해결해 봐야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먼 길을 돌아온 셈이죠.”
각오는 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가장 힘든 것은 판로였다. 재배한 농작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설씨는 농산품 경매가 열리는 서울 가락시장을 출근하다시피 매일 오가며 유통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농산물의 품질과 선별, 포장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한 달 만에 그가 재배한 느타리버섯이 가락시장 경매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가락시장 경매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버섯을 재배하는 분들이 앞다퉈 노하우를 물어오셨어요. 인근 장성군까지 가서 재배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죠.”
[B]“전자상거래 꿈 곧 실현” [/B]
설씨는 주위 마을로 강연까지 다니며 농촌마을을 어떻게 가꾸어야 할지, 산적한 농민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그는 3년 전 전북대 농업개발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농촌 전체가 잘사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죠. 아직 끝내지는 못했지만 논문 제목도 ‘마케팅을 활용한 농촌마을 소득 향상 방안’으로 잡았습니다.”
이장을 맡게 된 것도 이즈음.
“이암마을 주민 중 제가 가장 젊거든요. 젊은 사람이 이장을 맡아야 한다고 해서 하게 된 것이죠.”
겸손하게 말하지만, 설씨는 마을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장을 맡으면서 ‘아름다운 마을, 멋있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 첫째 사업이 정보화마을 유치였다.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이 농촌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정보화가 시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상거래시스템을 갖추면 농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우리 마을에 인터넷 회선이 안 들어왔어요.”
마침 행정자치부에서 농촌 정보화마을을 선정해 지원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설씨는 구산리가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아무래도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려면 관광지나 특산품을 끼고 있는 마을이 유리한데, 구산리는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 답답했죠. 그래서 군청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한 것이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보화센터를 지으면 누군가는 관리해야 하는데, 제가 마침 전공도 했으니 책임지고 운영하겠다는 것이었죠.”
[B]“공동 생산·분배, 공동체문화 복원할 터 ”[/B]
지성이면 감천인가? 구산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3년 행자부 정보화마을로 선정됐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정보화센터에는 인터넷 전용선이 연결된 최신 컴퓨터 16대가 보급됐다. 곧 마을 홈페이지가 개설됐고,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을 시작했다.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보기술(IT) 관련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정보화센터는 이내 마을 노인과 젊은이,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새로운 사랑채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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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센터 개소는 제가 생각하는 농촌마을 정보화의 첫 단계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마을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농산물을 전자상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준비 중인데 쉽지는 않네요.”
마을 정보화 못지않게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문제는 사라진 농촌 공동체문화를 살려내는 일이다.
“자급자족하던 과거와 달리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요즘에는 농민 간에 협력체를 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목 선택부터 생산기술 공유, 수확, 판매 등에 공동의 이해가 걸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농촌도 기계화·규모화하면서 도시 못지않게 개인화해 가는 것 같아요.”
농업은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 설씨. 그는 마을 사람과 작목반을 만들어 상추 농사를 짓는 한편 운송과 판매도 함께 하고 있다. 이익 분배도 공동이다. 이렇게 올린 매출이 가구당 연 1억 원쯤 된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생태친화적 마을을 만드는 것. 설씨는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고 토로한다. 경쟁심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란다.
일곱 살 막내가 또래 친구가 없어 외로워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100% 농촌의 삶에 만족한다는 설씨. 그는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자연친화적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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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