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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공간, 여유를 갖고 산책하며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둡니다. 그동안 환자들이 이런 공간이 없어 편히 쉬고 운동할 수 없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이 문제가 해결돼 기분이 참 좋습니다.”
군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자운쉼터’라는 환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만든 국군대전병원 본부근무대 변종완 상사의 말이다. ‘자운’이라는 이름은 국군대전병원 부대 명칭인 자운대에서 따왔다. 변 상사는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도, 자랑거리도 아니라며 개인적으로 너무 즐겁고 보람된 작업이었다”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군병원은 말할 것도 없이 국군장병을 위한 병원이다. 군인들이 훈련이나 근무를 하면서 부상했을 때 치료받는 곳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군병원에 대한 인상은 늘 칙칙하고 딱딱한 곳이었다. 이번에 알려진 국군대전병원의 자운쉼터는 군병원의 이런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혁신의 바람이 군병원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군대전병원은 물론 최근 전국 각지의 군병원에서도 내·외부적으로 고객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 쾌적한 병원 조성에 앞장서는 ‘환자에게 다가서기 운동’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변 상사는 “군병원의 기본 임무는 질 높은 진료서비스와 함께 적절한 군수 지원을 통해 완벽한 의무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쾌적한 환경 속에서 환자와 면회객들이 쉼터를 거닐며 얼굴에 미소를 지을 때 군생활의 보람을 찾는다”며 자운쉼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군대전병원에 자운쉼터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2월. 국군대전병원과 인근 군부대들이 현 위치에 들어서면서 발생한 산업폐기물과 쓰레기 처리문제가 태동이 됐다. 때마침 창설 기념일 행사를 앞두고 있던 때여서 이런 폐기물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던 병원 지휘관들과 변 상사는 병원 내 민둥산을 산책로로 조성해 보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 후 변 상사를 중심으로 산책로 조성 구체화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쓰레기를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간부들이 의견을 제시했고, 여러 번의 토론 끝에 지금의 자운쉼터를 조성하게 됐다”며 “무엇이든 다 재활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변 상사는 본격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분리했다. 여기에 대전지하철공사 측으로부터 계단을 만들 수 있는 경계석을 제공받아 자운쉼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B]2,400여 평의 대규모 휴식공간 ‘환자에게 다가서기’[/B]
이렇게 조성된 자운쉼터는 입원 환자·면회객·장병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자운쉼터는 약 1km의 산책로로 한 바퀴를 도는 데 40~50분가량 소요된다. 최근 대대적인 확장·보수작업을 통해 2,400여 평에 총 5개의 소로와 7개의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자운쉼터의 특징은 지역 전신전화국에서 제공한 폐전선 드럼을 활용한 식탁, 폐타이어를 이용한 스트레스 해소장, 환자용 침대를 활용한 가이드 레일 등 모두 재활용품으로 조성됐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산책하며 쉬어 갈 수 있는 나무의자도 대전의 한 제재소의 협조를 받아 고사목을 활용했다. 이런 재활용 시설물 사이에 올해는 대전수목원의 도움으로 영산홍·철쭉·복숭아나무·잣나무·팬지 등을 심어 화사한 친환경 꽃동산도 만들었다. 현재 하루 평균 250명 정도의 환자와 장병이 이곳을 찾아 자칫 무료해지고 지칠 수 있는 병원생활을 달래며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있다.
그는 자운쉼터를 만들면서 참고할 만한 사례를 찾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한다.
“다른 군병원이나 민간병원의 사례를 참고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우리 병원에 맞는 똑 떨어지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맨손으로 부닥쳐가며 완전히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야 했죠. 그동안의 군생활에서 묻어나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고, 병원 측의 지원과 노력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개장 막바지엔 자운쉼터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변 상사는 “군병원 내 휴식공간인 자운쉼터가 조성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러 병원에서 혁신 사례로 삼겠다며 환자와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노하우를 묻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자신이 한 일에 새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쉼터를 통해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만족해 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하는 변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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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장기 입원 환자 부모가 이곳을 산책하다 제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이렇게 와서 보니 군대가 변하고 있다. 군병원도 달라지고 환자들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씀을 듣는 순간 환자를 맡긴 부모와 보호자들이 믿고 신뢰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먹게 됐습니다.”
변 상사는 자운쉼터 개발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 5월 국군의무사령관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당연히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언제든 누구든지 했을 일”이라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신뢰를 주는 군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머무르다 가는, 혹은 잠시 쉬었다 치료를 받고 가는 군병원. 작지만 큰 의미를 담은 자운쉼터를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제대로 활용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환자에게 다가서고 함께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임에 틀림없다.
[RIGHT]백창훈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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