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야구 최강국을 다시 가릴 시간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유행을 뚫고 다시 펼쳐진다. 2017년 제4회 대회를 치른 지 6년 만의 개최로 이를 오랜 시간 기다린 야구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2021년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이 WBC 한국 국가대표팀을 맡아 이번 대회를 향한 기대는 더욱 크다. 2월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합동훈련을 펼친 대표팀은 현지의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 KT 등 KBO리그 팀과 연습경기로 한 차례 예열을 마쳤다. 이제 대표팀의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질 호주와 대회 본선 1라운드 첫 경기를 시작으로 WBC 대장정의 막이 열린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한국야구는 대표팀의 교본이 될 선례를 남긴 바 있다. 2006년 열린 초대 대회는 한국야구가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계기였다. 당시 김인식 전 감독이 이끈 우리 대표팀은 대만, 중국, 일본을 차례로 이겨 3전 전승으로 대회 2라운드에 진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당시 세계 최고로 평가받던 미국 대표팀과 일본을 꺾고 승리를 확정한 뒤 이종범과 투수들이 마운드 위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009년 WBC 준우승 등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호성적은 KBO리그의 흥행에도 상당한 영항을 끼쳤다. 그렇기에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단단히 별렀다. 2013·2017년 대회에선 2연속 본선 1라운드 탈락에 그쳐 명예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KBO가 2022년 허구연 총재의 취임 이후 국제경쟁력 강화에 힘쓴 이유 중 하나다. 허 총재는 WBC와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잇달아 펼쳐질 2023년 기필코 성과를 내 KBO리그의 인기 회복과 부흥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순혈주의 벗어난 한국야구
이번 대회에선 대표팀이 오랜 순혈주의를 깬 것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2022년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한국인 어머니 곽경아 씨의 국적을 따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 안에서도 에드먼과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이룰 키스톤 콤비를 향한 기대는 매우 크다. 2020년부터 2년간 에드먼과 함께 뛴 김광현은 “에드먼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 자체로 아주 큰 힘이 된다”며 “실력은 내가 감히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대표팀에는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외에선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는 “에드먼의 한국 대표팀 가세는 우승을 목표로 한 사무라이 재팬(일본 대표팀)에도 위협적인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대표팀이 역대 최고 야수진을 꾸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 김하성과 에드먼이 이룰 콤비를 비롯해 KBO리그 최고의 슬러거인 최정(SSG 랜더스)과 박병호(KT)가 1·3루 핫코너에서도 최정상급 수비를 선보일 전망이다. 당초 대표팀 엔트리에 든 1루수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끝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지만 대표팀에는 든든한 내야 자원들이 즐비하다. 이 감독은 2022년 유격수·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오지환(LG 트윈스)과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으로 인해 내야를 좀 더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다. 여기에 1루 수비가 가능한 강백호(KT)와 김현수(LG) 등이 가세한다면 단기전 변수에도 대처가 어렵지 않다.
외야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최지만의 대표팀 합류 불발로 대체 발탁된 최지훈(SSG)과 박해민(LG) 이정후(키움) 나성범(KIA) 김현수(LG)가 외야를 꾸리는데 이 가운데 이정후, 최지훈, 박해민은 2022년 외야수비승리기여도 1~3위로 KBO리그 최고 수준임을 증명한 선수들이다. 단기전에선 수비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모자람이 없다. 이번 대표팀의 거미줄 수비를 향한 기대가 큰 가운데 이 감독으로선 이들로 최상의 타선 조합을 짜는 데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중심타선에는 김현수, 최정, 박병호, 나성범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배치될 수 있고 상·하위 타선에는 이정후와 김하성, 에드먼 등이 연결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대 최고의 야수진, 땅볼 유도형 투수들
투수진은 국제대회 성격에 맞는 구종을 지닌 선수 위주로 꾸려졌다. 에이스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이 승부처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김원중, 박세웅(이상 롯데)을 비롯해 이용찬(NC), 곽빈(두산 베어스) 등 포크볼을 주로 구사하는 유형과 소형준(KT), 정우영(LG) 등 투심패스트볼에 특화된 유형이 마운드를 지킨다. 더구나 1라운드가 펼쳐지는 도쿄돔에선 바람의 저항이 적어 장타를 억제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이 감독이 땅볼 유도형 투수들의 활약과 내야진과 조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다. 대표팀의 1차 목표는 준결승과 결승 무대가 열리는 미국 라운드 진출이다. 8강까지 최대 5경기는 도쿄돔에서 치러야 한다. 대표팀이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스포츠동아 김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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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