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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31부동산정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항간에서는 이런 말이 떠돌았다.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정책도 바뀐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실수요자에게는 세금을 경감해주자”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됐다. 과연 그런 주장이 타당한가.
현재 거론되는 부동산정책 변경안으로는 △종합부동산세 예외 인정 확대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경감 △거래세 인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시행하지도 않은 부동산정책을 손보는 건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잘 알기에 미세 조정 수준의 정책 변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 중인 종부세, 양도세, 거래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조세논리에 비춰 살펴보자.
종부세의 경우 ‘1세대 1주택 고령자’는 실수요자가 대부분이어서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고령자는 소득도 별로 없어 세금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재산 가치가 오른 이득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 재산 가치에 비례해 오른 세금은 낼 수 없다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종부세를 내려면 집의 기준시가가 6억 원이 넘어야 하는데, 이는 거래가격으로는 최하 8억 원 정도다. 이런 집을 가졌다면 상대적으로 자립 여력이 있으며 선택 능력을 지녔다고 봐야 한다. 이들을 위해 조세형평성을 깨트려 가면서까지 배려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시가 10억 원(공시지가 8억 원)이라면 종부세는 연간 약 200만 원, 한 달에 17만 원 정도다. 시가 10억 원의 집을 지닌 사람이 한 달에 17만 원을 낼 능력도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손 치고 그 집에 계속 살기 원한다면 그 집이 나중에 자식 등에게 상속된다는 점에서 ‘상속 혜택을 누릴 피상속인이 세금을 내는 것’이 정부가 대신 납부(징수를 안 하는)하는 것보다는 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B]종부세·양도세, 조세 형평성 중시해야[/B]
내년부터 시행하는 역모기지 제도를 이용하는 방안도 있다. 65세에 시가 10억 원짜리 집을 역모기지에 가입하면, 그 집에 계속 살면서 한 달에 310만 원씩 받는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다.
종부세가 실현되지 않은 이득에 과세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도세 인하 논리는 더욱 박약하다. 집을 산 지 3년 이상(수도권 일부 지역은 2년 이상 거주 요건 추가) 되면, 집값이 올라 양도소득을 얻었더라도 세금을 한 푼도 안낸다. 다만 6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초과분에 대해 9~36%의 세율이 적용된다.
양도세 인하를 주장하는 이들은 숨통을 틔워줘야 거래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도세 인하를 발표하는 순간, 양도세 부담을 덜어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발동해 도리어 내놓았던 매물까지도 들어간다는 반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논리가 아니더라도 서민이 한 푼 두 푼 모으는 은행적금에도 차별 없이 이자소득세를 부과하는데 6억 원 이상 주택을 지닌 사람에게 불로소득인 부동산 양도소득을 경감해주는 이유를 일반인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거래세의 경우 종부세나 양도세와 달리 정부도 장기적인 인하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다만 올해 취·등록세가 4%에서 2.85%로 인하됐는데, 1년도 안 돼 추가 인하한다는 점과 지방세인 취·등록세 인하가 지방재정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망설이고 있다.
[B]출발도 하기 전에 흔들리면 ‘신뢰도’ 타격[/B]
제도변화의 태풍의 눈은 ‘세금’보다 ‘재건축’이 될 전망이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재건축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 불안의 진원지라고 판단해 재건축개발이익환수법,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을 펴왔다. 일부에서는 “강남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거론되는 강남·서초·송파 지역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를 다 합하면 100여 군데, 8만 가구”라며 “몇 년 뒤의 공급 확대보다 당장 강남 전 지역에 걸쳐 집값을 폭등시킬 수 있다”고 말해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과연 정책변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는 각종 부동산정책은 이미 지난 봄 국회를 통과해 가만히 내버려둬도 시행된다. 정책 변화를 가져오려면 정부나 당이 수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는 부동산정책 후퇴를 우려해 아주 작은 ‘조정’도 꺼리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은 심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미세 조정이 필요하더라도 정책을 시행해 가면서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시행도 하기 전에 조정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10·29대책 당시 정부가 종부세 대상자를 ‘6억 원 이상’으로 안을 마련했으나, 국회에서 ‘9억 원 이상’으로 후퇴하면서 이후 집값이 급등한 경험이 있다. 더욱이 부동산정책이 출발도 전에 흔들리면 정책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부동산뿐 아니라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6월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거래세는 지방재정 세수를 확인한 뒤 추가 인하가 가능할 수도 있으나 종부세와 양도세 인하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B]보유세 강화·개발이익 환수 등 ‘불변’[/B]
특히 양도세의 경우, 현재 여야가 논의 중인 것은 ‘1가구 1주택자’들을 놓고 벌어지는 것일 뿐 1가구 2주택자 이상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제도 변화와 관련해 여당의 한 의원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고,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부동산정책의 기본 방향은 바뀔 수 없다”며 “일부 보완 수준은 가능하나 선거에 참패했다 해서 부동산 투기를 해온 이들이 면책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7월부터는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주택 거래시 매도자와 매수자는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동시에 금융기관 대출액, 사채 등 차입금과 자기자금 등으로 구분된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까지 추가로 신고해야 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된다.
또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기반시설부담금, 재건축개발부담금, 종부세 부과, 다주택자 양도세 50% 중과세 등이 차례차례 시행되면 그동안 끝없이 오르던 강남 집값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RIGHT]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