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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병술년 벽두부터 생명과학계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유전체연구단이 인간과 가장 유사한 생물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침팬지의 Y염색체를 완전히 해독하고 진화 과정을 규명한 것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종합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이룩한 이 쾌거는 세계 유명 과학저널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지 1월호에 실렸다. 한국 생명과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알리는 순간이었다. 과학계에선 이번 논문이 인류의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한국의 생명과학계가 건재함을 알리는 것이어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 조상에서 분화된 이후 약 500만 년 동안 일어난 유전체 구조의 변화 양상을 밝힐 수 있는 연구 성과입니다.” 이 연구를 진두지휘한 박홍석(44) 단장의 평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유전체연구단이 설립된 것은 지난 2002년. 짧은 기간임에도 연구 실적은 놀랍다.
우선 세계 최초로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체 비교지도를 완성해 인간과 침팬지간의 유전체 염기 배열이 98.77% 동일하다는 것을 규명했다(사이언스, 2002. 1). 이어 침팬지의 22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하고 같은 기능을 하는 인간의 21번 염색체와 비교분석해 인간 혹은 침팬지만의 특이적 유전자들을 발견한 바 있다(네이처, 2004.5).
[B]세계 최초 침팬지 Y염색체 해독은 시작에 불과[/B]
박홍석 박사는 오는 2월 의미있는 논문이 세계 유명 저널에 또 게재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정도 연구 성과를 올리려면 그 구성원도 막강할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유전체 연구단은 모두 22명. 이 가운데 정식 연구원은 총괄책임자인 박홍석 박사 단 한 사람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이다.
명성을 듣고 연구실을 찾아온 외국 과학자들은 세 번을 놀란다고 한다. 우선 짜임새 있게 꾸며진 대덕연구단지에 감탄한다. 그러나 이 연구원의 초라한 연구시설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연구원들의 열악한 복지후생을 듣고는 충격을 받는다. 이 같은 연구 환경에서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박 박사는 한마디로 ‘연구원들의 단결된 의지’가 신화창조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모두들 100% 이상의 능력을 수행했고, 이번 성과는 그 결과입니다.” 열악한 연구시설과 환경을 팀워크로 극복한 것이다. 자칫 일어나기 쉬운 갈등은 항상 대화로서 최소화했다.
생명과학의 연구 과정은 자동차 조립 공정과 비슷하다. 유전체연구의 경우 크게 8개 공정으로 이뤄진다. 연구원들은 마치 기능공들이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듯이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연구원들로서는 연일 계속되는 단순 반복 작업에 싫증을 낼만도 하다. 외국에서는 급여 또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이를 보상해주고 있다. 한 사람의 조그만 실수로도 전 연구 과정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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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구실에서 두 번의 큰 사고가 있었다. 몇 천만 원이 날아간 이 사고는 그러나 한 연구원이 단순히 상황 일지를 일주일 동안 기록하지 않은 탓에 발생했다. 밤늦은 시간임에도 회의는 지체 없이 소집됐으며, 문제의 원인을 규명할 때까지 토론은 계속됐다. 하지만 사고를 낸 당사자만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소홀히 한 모두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원인 규명은 책임을 지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연구를 잘하자는 데 있습니다.” 연구팀의 내부 조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최상행 연구원(33)의 말이다.
유전체연구소는 매주 월요일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을 한다. 최 연구원은 “비록 분업화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전체 과정은 서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과정상 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이 같은 토론 문화의 정착으로 연구원들간의 유대감은 깊다. 유전체연구단이 발족된 지 3년이 지났으나 그동안 자의에 의해 그만둔 연구원은 한 사람도 없다.
[B]시간 아까워 데이트도 연구실에서[/B]
토론문화에 의한 가족적 분위기 조성 탓에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은 아니더라도 연구원들 스스로 실험에 매달린다. 특히 휴일에 실험을 못하면 다음 주 연구에 지장이 있어 토요일 근무는 거의 필수적이다. 물론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이들은 시간이 아까워 가능하면 데이트도 연구실에서 한단다. 실제로 한 연구원은 서울에 있는 연인을 시간이 아까워 대전으로 불렀다고 술회했다.
최성화(32) 박사는 그간의 연구성과가 이러한 ‘땀과 눈물과 노력’의 결정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최근 선진국들이 생명공학 연구에 부쩍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유전체연구센터가 50군데나 된다. 일본도 7~8군데에서 유전체연구를 한다. 중국과 대만도 연구센터가 각각 2개나 된다. 원천기술연구는 조금이라도 멈추면 곧 추월당하고 만다. 그렇다고 연구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토끼와 거북의 경주’라고나 할까.
연구팀은 앞으로도 침팬지의 특이적 유전자 기능과 침팬지 X염색체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그 결과는 인간과 침팬지 진화의 유전적 요인을 규명하는 데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홍석 박사는 “난치병 치료약 개발과 인류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침팬지의 모든 염색체 해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것이 마무리돼야 각종 질병 치료에도 획기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RIGHT]권영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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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