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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에서 대형 굴삭기들이 쉴 새 없이 큰 돌을 대형 트럭에 옮겨 담는다.
그 옆의 트럭들은 10m 간격으로 줄지어 서서 바다 쪽으로 나아간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큰 돌들이 ‘풍덩, 풍덩’ 바다로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돌망태를 가득 실은
10여 척의 바지선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기를 수백 차례. 돌이 쌓이고 쌓여
바다를 조금씩 메워 나간다. 4년6개월간의 법정 공방 끝에 재개된 새만금방조제 공사
현장은 중장비가 쏟아내는 굉음으로 천지가 진동하는 듯했다.
“기잉, 기이잉~” “부르릉~ 부르릉.” “꽈르릉, 꽝꽝!”
지난 3월 23일. 마무리 공사 중인 현장에 승용차로 가기 위해서는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13km나 달려야 한다고 했다. 마치 안마의자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20여분을
달렸지만 공사현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다 한가운데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을 따라
계속 달렸다. 그러기를 다시 20여분. 3톤 규모의 돌망태들이 긴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이 돌망태가 무려 27만 개나 된다는 설명을 듣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 앞바다. 지난 3월 16일 “새만금 사업 계속 진행”이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다음날부터 방조제 끝막이공사가 본격화됐다. 세계에서
가장 긴 33km의 방조제 길이 중 남은 부분은 2.75km. 오는 4월 24일이면 군산과 부안
앞바다를 잇는 마지막 물막이공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대화와 타협으로
갈등 조율
새만금방조제가 착공한 것은 지난 1991년, 꼭 15년 전이다.
공사 계속 여부를 놓고 벌인 법정공방만도 4년6개월 동안 계속됐다. 긴긴 새만금
갈등은 지난 3월 대법원 판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0년 만에 항만노무공급체제가 개편됐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
그리고 경주원전센터 확정 등 국가적 장기 미해결 과제가 잇달아 해결됐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3년 동안 갈등과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강행하지 않고 절차를 중시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투명하게
갈등을 조율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장기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던 새만금방조제와 경주원전센터, 그리고 용산기지 이전,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지난 1986년 시작된 원전센터 후보지
선정은 19년 동안 표류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가 후보지로
확정되면서 갈등이 마무리됐다.
또 100년 동안 항만노조가 독점하던 하역근로자 독점공급체제도 노사정 협약을
통해 개편됐다. 서울 한복판의 용산 미군기지도 한·미정상 간 이전 합의를
통해 2008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키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 15년을 끌어온 새만금방조제 건설 사업이 해결돼 막바지 물막이공사에
돌입했다.
새만금사업단 임우근(46) 과장의 안내를 받아 현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임 과장은 “끝막이공사를 위해 바지선과 예인선 각 14척과 덤프트럭, 불도저 등
각종 중장비 281대가 동원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비 수십 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현장은 바다 한가운데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임 과장은 “지금까지 쏟아 부은 돌의 양은 서울~부산 간 경부고속도로 428km를
7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엄청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투입된 돌의 양이 자그마치 7300만 톤에 달한다는 것.
[SET_IMAGE]6,original,right[/SET_IMAGE]심해 간척공사
세계기록 ‘시간 문제’
현재 한창인 끝막이공사는 30~50m의 바다
속에 돌을 메워 하루 15m씩 전진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물살(유속)도
빨라진다.
게다가 간간이 불어 닥치는 초속 5~7m의 강풍도 공사 진행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리 만들어 놓은 신시도와 가력도 배수 갑문의 수문 36개를
모두 열어 바닷물을 유통시켰다. 이렇게 해서 수압을 줄여야만 바지선과 예인선들이
오가며 돌망태와 큰 바윗덩어리들을 투하할 수 있다. 현재 끝막이공사 구간 내의
유속은 5.5m에서 최고 7m까지 올라간다는 게 임 과장의 얘기다. 그는 “유속이 빠를
때는 돌망태를 투하해도 바로 물살에 쓸려가 버린다”며 “그래도 1년 중 3~4월이
유속이 느린 편이어서 천만다행이다. 만일 5월을 넘기면 유속이 더욱 빨라져 공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심해 간척공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네덜란드의 압솔루트방조제(32km)가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새만금방조제는
이보다 1km가 더 길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끝막이공사에 있어서도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압솔루트방조제 끝막이공사의 최대 유속이 초당 3m였던 것에 비해 새만금 끝막이공사의
유속은 초당 5.5~7m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만금방조제 끝막이공사는 고도의
간척 기술이 필요한 난공사 중 난공사라는 게 새만금사업단 측의 설명이다.
참여정부의 갈등해소 방식은 과거와 차별화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해결을
지연시키면서 갈등의 근원을 치유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과거 정부 방식과 다르다.
한국은 양극화해소, 고령화, 저출산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분야가 산적해 있다. 이들 과제에도 경주원전센터, 새만금공사를 해결한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한국의 갈등해소 방법이다.
새만금=글 최재영·사진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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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공사 재개’
대법원 판결 요지
“사업 중단시킬
만큼 환경 피해 크지 않다”
지난 3월 16일 대법원은 정부와 환경단체가 첨예하게
맞붙었던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4년6개월간의
법정 다툼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환경단체와
전북 주민 등이 “새만금 간척사업 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농림부와
전라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정부조치계획 취소 등 소송 상고심(2006두
330)’과 관련,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새만금 사업을 중단시킬
경우 우량농지 확보 등 국가와 사회적 이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투입한 막대한 비용에 따른 손해가 발생한다”며 “이를
감수하고 사업을 중단시킬 정도로 환경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중단시키려면 명백하고 중대한 법률적 하자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와 민간단체 등이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이를 발견할
수 없고, 또 환경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갯벌의 가치를 참작하더라도
국가사업을 전면 중단시킬 정도는 못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환경이 헌법에 의해 보호돼야
하는 가치이기는 하지만 개발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헌법상 가치다.
새만금 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수반되는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의 가치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균형감 있는 합리적, 이성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로서는) 새만금 사업의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환경친화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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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 효과
얼마나
국민 1인당
3평꼴 ‘새 국토’… 여러 용도로 개발
새만금 사업은 전북 군산, 김제, 부안에 총길이
33km의 방조제를 축조해 총 면적 1억2000여만 평의 토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규모만 해도 서울시 면적의 3분 2,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크기다. 쉽게 말해 우리 국민 한 사람당 3평씩 돌아갈 수 있는
규모.
새만금환경영향평가단은 국토 확장에 따른 농산물
증산, 연간 10억 톤의 담수호 창출, 관광·교통 등의 전후방 효과를
따져 총 2조30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1991년 시작된 이 사업은 당초 2004년까지 방조제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화호 수질 오염 사건을 계기로 환경단체들의
문제 제기와 법원의 공사집행 정지 결정 등으로 두 차례나 공사가 중단돼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2조 원 정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오는 4월 중 마지막 끝막이공사가 완료되면 농지조성
작업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지역발전과 국익을 감안해 토지 일부를
농지 외에 다른 용도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국토연구원
등이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만들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토대로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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