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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고용 유흥업소 단속, 탈선 청소년 현장계도 등
제보 → 출동 → 잠복 ‘긴박’… 새벽 2~3시 돼야 상황
‘끝’
#1 : 4월 24일 오후 5시.
경기도 일대에서 정보를 수집하던 중앙점검단원들이 평택공설운동장에 집결했다.
점검단을 총괄하는 양윤선 팀장은 점검단원들에게 “최근 개발붐이 일고 있는 평택
안중 읍내 한 주점에서 속칭 보도방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 중 10대 소녀들이
있다”는 첩보를 알렸다. 이 보도방은 인천을 거점으로 활동했지만 최근 단속으로
철퇴를 맞자 평택으로 옮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15명가량이 평택 시내 여러 노래방과
주점을 출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단원들은 곧장 안중읍으로 이동해 잠복에 들어갔다. 저녁 10시께. 흰색 승합차량이
주점 입구에 도착했다. 승합차에서 내린 7~8명의 여성은 바로 주점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점검단원은 쏜살같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게 운전사로부터 열쇠를 압수했다.
차 안에는 다른 6명의 여성들이 더 있었다. 인근 다른 노래방으로 이동 중이었던
것.
같은 시각, 또 다른 점검단원들이 이 주점을 단속했다. 보도방 여성 중 미성년자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일일이 신분증과 지문을 대조했다. 그러나 의심이 가던 두
명의 여성은 미성년을 막 지난 20세 성인으로 판명 났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은
짙은 화장을 한 모습이 영락없는 미성년자처럼 보였지만 다행히 아니었던 것. 그러나
이들은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관할 경찰서로 인계됐다.
술 판 업주 “청소년인 줄 몰랐다?”
#2
: 2월 23일 오후 10시. 이번엔 점검단원들이 서울 도봉구 방학동 강북구청
주변에 모였다. 이곳 몇몇 유흥업소에서 청소년에게 술을 팔고 있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길거리를 배회하기를 3시간여. 어두운 골목 끝을 응시하던 단원들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그리고 한 호프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호프집에는 2~3명의 청소년들이
흐트러진 자세로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점검단원들이 조사해 보니 모두 18세
청소년이었다. 업주는 “청소년인 줄 몰랐다”며 발뺌했다.
인근 지역주민은 “밤늦은 시간에 청소년들이 술에 취해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아무리 장사가 힘들어도 내 아들 딸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렇게 쉽게 술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보도방’
접대부 고용 ‘심각’
#3 : 지난
1월 17일 오후 5시,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청소년위원회 소속 중앙점검단원들은 일순
긴장했다. 이날 서울 면목동 한 주점에 10대 소녀들이 접대부로 일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 저녁 7시 경찰, 검찰,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12명의 점검단원이 잠복에
들어갔다.
점검단원은 주점의 입구, 후문, 도로 등 도주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잠복 5시간째.
남성 몇 명이 주점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밤 12시 30분 점검단원들의 휴대전화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곧이어 ‘급습’신호가
떨어졌다. 점검단원이 두꺼운 철문을 열고 지하주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연 순간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3평 남짓한 방에서 여성 4명이 반라의 차림으로
술시중을 들고 있었다.
점검단원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소녀들은 울먹였다. 조사결과 두 명은 17세,
두 명은 18세로 밝혀졌다. 미성년자였다. 업주는 그 자리에서 체포돼 관할 경찰서에
인계됐고 소녀들은 모두 인근 지구대로 이송됐다.
중앙점검단과 함께 몇 차례 동행취재를 한 결과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청소년을
유혹하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미성년자를 접대부로 찾는 남성, 아무런
의식 없이 10대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업주, 그리고 목적 없이 방황하는 어린 학생들이
바로 중앙점검단의 단속 대상이다.
“집에 가면 저런 동생, 딸 있을 텐데…”
점검단이
문제의 현장을 단속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듣는 소리가 있다. 대체로 10대 소녀를
고용한 업주의 경우 “난, 아이를 보살펴주고 있을 뿐”이라며 해괴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또 10대 소녀조차 점검단에게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손가락질까지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10대 소녀와 동석했던 남성이 점검단에게 주먹질하는 사례도 있다.
통상 새벽 2~3시께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그렇지만 기쁜 표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을 끝낸 보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양 팀장은 “모두들 집에
가면 저런 동생이나 딸들이 있을 텐데…”라며 “청소년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길로 빠져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 국가청소년위원회 중앙점검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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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은 현직
검사… 청소년 보호 임무 전념
국가청소년위원회 중앙점검단은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 따라 중앙부처 및 지방행정기관의
청소년보호정책 추진상황을 평가해 관리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유해환경에
대한 점검, 단속을 통해 건전한 청소년 성장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맡고
있다.
1998년 정부 각 부처 10여 명의 파견공무원으로
시작돼 1999년 8월 중앙점검기획단(3명)으로 축소 운영되다 그해 10월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청소년 54명 사망)를 계기로 확대(13명)
개편됐다. 2002년부터는 법무부 파견 검사가 단장을 맡으면서 청소년유해환경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점검단은 현재 김태철 검사를 단장으로 양윤선
총괄팀장, 그리고 11명의 파견 공무원(교육부 1명, 대검찰청 1명, 경찰청
4명, 국가청소년위원회 4명, 서울시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주업무는 신·변종 청소년유해업소에
대한 실태조사지만, 일주일 중 1~2일 정도 특별단속을 벌이기도 한다.
또 비정기적으로 지방 곳곳을 돌며 일주일간 이동점검을 실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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