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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가 최근 ‘더블 딥(Double Dip)’ 논란에 빠졌다. 더블 딥이란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는 듯하다가 채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다시 가라앉는 것을 말한다.
더블 딥 논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29일부터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 활동 동향’이 올 1월에 견줘 전월대비 기준으로 생산은 -4.4%, 소비는 -0.2%라는 통계가 나온 데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경상수지’까지 여섯 달 만에 적자로 반전된 것으로 나오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B]올 하반기 경기 하강곡선?[/B]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표상으로 경기는 회복되고 있었지만, 체감경기가 여전히 풀리지 않아 그 때까지만 해도 ‘조금 지나면, 윗목에도 온기가 퍼지겠지’라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피기도 전에 지는 건가’하는 우려감이 일었다. 이 와중에 최근 급등하는 국제유가는 더블 딥 논란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올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더블 딥 주창론자들의 가장 단순한 논리는 분기별 성장률 전망치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추이를 그래프로 그리면 지난해 1분기(2.7%)가 최저점이다. 이후 2분기 3.2%, 3분기 4.5%, 4분기 5.3%, 2006년 1분기 6.2%로 올해 1분기가 최정점이다. 지난 4월 16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기전망에 따르면 이후 2분기 5.8%, 3분기 5.1%, 4분기 4.4%로 서서히 가라앉는 모양새다. 이것만 보면 경기는 2005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6개월 남짓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가라앉는 게 맞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3월 31일 최근 상황을 놓고 ‘더블 딥’이라는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이슈 보고서는 좀더 분석적이다.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증가율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증가율이 2005년 1월(2.1%) 이후 계속 오르다 지난 2월 13개월 만에 꺾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만에 고개를 숙인 점에 관심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2분기 이후의 미약한 경기회복 국면이 끝나고 경기 재침체(더블 딥)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현대경제연구원은 △소비 하락(전년 동기, 1월 8.9%, 2월 1.1%) △설비투자 부진(12월 12.6%, 1월 0.1%, 2월 2.3%) △산업생산 하락(조업일수 감안 전년 동기, 1월 12.2%, 2월 6.7%) 등을 우려점으로 지적했다.
더블 딥 우려에 대해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지난 4월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하반기 이후 경기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연간 5%’라는 정부의 애초 성장률 전망치 달성에도 무리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B]한국경제, 정점을 향한 ‘확장국면’[/B]
정부는 그 근거로 더블 딥 가능성이 보였던 2004년 상반기와 2005년 하반기를 비교했다. 2004년 1분기(5.4%)와 2분기(5.7%)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5%를 넘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중 순수출 기여도가 각각 6.7%, 3.8% 등으로 과도하게 컸다. 내수기여도는 각각 -0.6%, 2.5% 등에 그쳤다.
이에 반해 2005년 4분기 성장률은 5.3%로 당시보다 오히려 조금 낮지만, 내수와 수출기여도가 각각 2.4%, 2.9%로 균형을 이뤘다. ‘수출 외끌이’ 경기회복의 한계를 드러냈던 2004년 상반기와 달리 현재 경기회복 국면은 수출과 내수가 ‘쌍끌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올 하반기에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난해 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낮고 하반기에는 높아 하반기 기준점이 높기 때문(기저효과)이라고 설명했다. 또 KDI 경기전망을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닌 ‘계절 조정 전기비’로 보면 1% 수준의 회복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계절 조정 전기비가 1.5% 이상을 지속하면 오히려 경기과열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정부와 비슷한 시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4월 10일 낸 최고경영자(CEO) 보고서에서 “현재 경기는 여전히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확장국면”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지난 1~2월 출하증가율(전년 동기비)은 9.9%로 지난해 4분기의 8.6%에 견줘 오히려 높아졌고, 2월말 재고증가율도 2.4%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이라며 회복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또 1~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6으로 지난 2004년 4월 이후 아직 한번도 101을 넘어서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정점 부근에서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1을 웃돌고 이 수준이 5개월 이상 계속된다”며 “현 상황은 아직 경기정점까지 닿지 못했다”고 말했다.
[B]유가 오르지만 오일쇼크와는 달라[/B]
정부의 강력한 이론적 방어로 잦아드는 것처럼 보였던 더블 딥 논란은 지난 4월 중순 이후 다시 재점화하고 있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국제유가 때문이다. 정부도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경기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뚜렷한 확답을 못하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올해 유가가 애초 예상(배럴당 54달러)보다 10%(60달러) 정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폭을 애초 150억 달러에서 유가상승분을 반영해 40억~80억 달러로 수정 전망했다. 그러나 성장률 목표치(5.0%)까지는 수정하지 않고 있다.
재경부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감소되지만, 내수회복세가 예상보다 더 빨라 반대로 0.2%포인트 정도의 상승요인도 있어 성장률은 애초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최근의 유가급등 상황이 지난 1973년, 80년에 일어난 1, 2차 오일쇼크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진현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장은 “1~2차 오일쇼크 때는 석유비축분이 거의 없었지만, 현재는 111일분을 보유하고 있어 어느 정도 완충 능력을 갖고 있다”며 “또 국내 발전량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당시의 80% 수준에서 현재는 5% 정도로 줄어 유가상승이 전기세 인상 등으로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RIGHT]권태호 한겨레신문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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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