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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깔려 있는 담요를 아파트 문밖에서 탁탁 털어 복도에 내걸고, 싱크대에 쌓여 있는 컵과 접시를 닦으며 김현주(53) 씨는 연신 생글생글 웃고 있다.
“입버릇처럼 ‘힘들다, 힘들다’ 하면 어떻게 이 일을 해요.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불편하신 분들 손발이 되어 드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요.”
지난 5월 19일 서울 중구 신당3동 남산타운아파트 17층. 김씨는 아파트 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할머니, 밤새 잘 주무셨어요. 팔은 좀 어떠세요” 등 ‘안부 여쭙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보훈도우미’라는 글씨가 새겨진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종종걸음으로 좁은 집안을 이리저리 오가며 일하느라 분주하다. 이를 지켜보던 황순이(83) 할머니는 “집에까지 찾아와 설거지며, 청소며 내가 못하는 일들을 해주니 고맙죠. 게다가 얼마나 싹싹한데요. 꼭 친딸 같아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황 할머니는 우리나라 여군 제1기생으로 국가유공자다.
김씨는 거동이 불편한 국가유공자 가정을 방문해 집안일을 도와주는 ‘보훈 도우미’다. 일주일에 보훈 가정 다섯 곳에서 하루종일 밥짓기, 빨래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때로는 다정한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B]“도우미가 아니라 친딸 같아요”[/B]
김씨는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 고되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돈을 벌자고 하는 일도 아니고, 정말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도와준다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얼마 전 집 앞에서 넘어져 팔을 다친 황 할머니는 보훈도우미 김씨가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병원 가는 일과 목욕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황 할머니는 김씨가 올 날에 맞춰 진료예약을 해놓는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김씨가 황 할머니를 찾아가는 날은 아침부터 몇 번씩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김씨는 이럴 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 하루에 두 집을 다니며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황 할머니 집만 갈 수 없기 때문.
김씨는 “한번 가면 네 시간씩 봉사하도록 돼 있지만 할머니와 얘기하면서 일을 하다보면 그 시간을 훌쩍 넘겨요. 헤어질 때 할머니의 서운해 하시는 모습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황 할머니는 “보훈도우미 서비스를 받고 나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며 “욕심 같아서는 매일 왔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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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총상을 입은 ‘역전 용사’김득선(84·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 할아버지도 요즘 살맛이 더하다.
그때 입은 총상의 후유증으로 자주 쓰러져 혼자 생활하기 어려웠던 김 할아버지 집에도 일주일에 세 번 보훈도우미가 찾아와 도와주기 때문이다.
“밥도 맛있게 해놓고 청소는 물론 빨래까지 깔끔하게 해주니 집안에 윤기가 도는 듯해서 여간 좋지 않아요.”
지난 4월부터 보훈도우미로 나선 오경자(42) 씨는 “그동안 도움만 받아왔는데 이제는 우리보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베풀어야죠”라고 말한다.
“처음엔 몸이 불편한 국가유공자들을 돌본다기에 ‘내가 혹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데 첫날 김 할아버지 댁에 가보니 오히려 그분이 저더러 힘들지 않느냐며 걱정을 하시는데 그걸 보니 순식간에 거리감이 사라지더군요.”
보훈도우미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 일반 질병, 노쇠 등으로 몸이 불편함에도 돌봐줄 가족이 없어 생활이 힘든 보훈가족의 가정을 방문해 가사·간병 서비스는 물론 목욕·식사 수발, 잔심부름 등을 해준다. 국가보훈처가 중점을 두고 있는 재가복지서비스의 일환이다.
[B]보훈 대상자 복지서비스 강화[/B]
지난해 7월 일부 지방보훈청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결과 만족도가 높아 올해 4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재 250여 명의 보훈도우미가 활동하고 있으며 수혜자가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2010년까지 6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보훈도우미를 관리하고 수혜자의 ‘케어플랜(간병 프로그램)’ 작성 업무를 담당하는 보훈복지사도 3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가보훈처 안중현 복지기획과장은 “60세 이상 국가유공자 10명 가운데 1.7명이 중풍을 앓고 있으나 가족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유공자 예우 차원에서 보훈도우미를 활용한 재가복지서비스를 확대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과장은 이어 “연간 1300명의 고령 유공자에게 가사일, 말벗, 목욕 수발 등 다양한 재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보훈가족은 각 지방보훈청 보훈과나 보훈처 콜센터(1577-0606)로 신청하면 간단한 현장조사를 거쳐 보훈도우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RIGHT]권태욱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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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