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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쌍꺼풀에 오뚝한 콧날. 갸름한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매.
“이름이 뭐예요?”
“에버원(EveR-1)입니다. 이브(Eve)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 예쁘시네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소리엔 기계음이 섞여 있지만 미소도 짓고 슬픈 표정도 짓는 사람과 꼭 닮은 인조인간 로봇이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에버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의 로봇기술개발부 전문가 15명이 팀워크를 이뤄 만들어낸 역작이다. 생기원 센터인식연구팀장 백문홍(48) 박사가 이끄는 개발팀은 에버원을 탄생시키기 위해 1년간 밤샘작업을 해야 했다.
[B]웃고 울고 ‘표현 자유’[/B]
키 160cm, 몸무게 50kg으로 여성의 실물 크기대로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 연구진은 초소형 모터를 장착하고 이를 제어하는 것이 어려워 실제 사람 크기의 인조인간 로봇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에버원 연구진은 이런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했다. 부품 등 제작에 든 직접비용은 3억 원 정도지만, 에버원 탄생을 위해 들어간 비용은 연구비 등을 포함해 모두 150억 원. 연 200명의 인력을 투입해 관련기술을 개발했다.
에버원 개발을 주도한 백 박사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와 일본 도쿄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센서·인식 분야의 최고 전문가. 그는 “5년 전부터 로봇을 위한 기반기술을 폭넓게 확보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개발팀에는 기계공학·제어공학·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합류, 연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심지어 인간과 똑같은 피부를 만들어내기 위해 영화제작 특수분장 전문업체가 참여해 특수 실리콘 기술을 발휘하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다.
백 박사는 “인조인간 로봇은 감성 처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런 면에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은 필수며 문화산업이 강점인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에버원의 눈에는 영상 인식용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눈을 맞출 수 있다. 또 입술·눈·안면 근육을 움직여 슬프거나 기쁜 표정을 지을 수도 있고, 팔 동작 역시 사람처럼 자연스럽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얼굴에만 15개를 비롯해 모두 35개의 초소형 전기 모터를 사용해 움직임을 표현했다. 에버원은 한국어와 영어로 된 400개의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고,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능(?)도 갖췄다. 아쉽게도 하반신을 거의 움직일 수 없지만 에버원의 ‘탄생 성공’은 사람을 꼭 닮은 로봇의 출현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부품이 소형화되고 제어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우선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따라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내는 게 아직까지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처럼 온몸을 움직이고 두 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섬세한 모터와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인간을 닮은 인조인간(Android) 연구의 선두주자는 일본이다. 2003년에 탄생한 ‘엑트로이드(Actroid)’는 벌써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활발한 성격의 24세 여성 아나운서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키 170cm, 몸무게 100kg의 여성 로봇이다.
4개국 언어를 구사하며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는 ‘엑트로이드’는 전시회에서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를 입고 안내데스크를 지켜 호평을 받았다. 최근 발전을 거듭해 유료(?)로 사회를 보기도 한다.
[B]감정 표현 기술, 일본에 앞서[/B]
하지만 “감정표현은 에버원이 일본 것보다 우수하다”고 백 박사는 강조한다. 또한 엑트로이드는 영상인식용 카메라가 외부에 있지만 에버원은 눈에 있다. 연구팀은 “에버원은 지금은 다리가 마네킹으로 돼 있지만 올해 말 하반신까지 인간처럼 만들어 앉고 일어서는 동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에버원의 인식 기능을 강화해 못 알아듣는 질문이 나오면 다시 되물어보면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에버원은 내년부터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안내 서비스 △어린이를 위한 구연동화 서비스 △영화의 특수효과 작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산업은 성장 잠재력과 파급효과가 매우 큰 유망산업이다. 산업자원부는 2020년 세계시장 규모를 1조4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로봇 산업은 기계, 전기, 전자, 제어 등이 융합된 기술의 집약이자 IT(정보통신), BT(생명과학), NT(나노기술) 등 첨단산업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이다.
로봇의 핵심부품인 소형 모터, 센서, 계측기기, 금형, 디자인 산업 등은 산업 간 기술융합을 통해 고부가 첨단 지식기반산업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역시 크다. 자동차, 반도체 등 로봇을 사용하는 주요 산업의 품질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로봇기술은 일본에 조금 뒤졌다는 게 전문가의 지배적인 평가다. 그렇지만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지능형 로봇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오는 2013년께엔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3%에 불과한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3년 15%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오는 10월 서울 COEX에서 열리는 로봇전문전 ‘로보월드 2006’에 시각능력이 향상되고 감정표현이 훨씬 풍부해진 제2의 에버원을 출시할 예정이다.
[RIGHT]권영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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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