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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논란이 뜨겁다. 재계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 5월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며 외국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런가?
[B]재계, “상속세율 높아 경제에 부정적 영향”[/B]
재계가 이런 주장을 들고 나온 이유는 최근 불거진 현대자동차 사태의 영향이 컸다. 최고 50% 세율,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과세 등으로 인해 법대로 상속을 하면 평균 5%가 안 되는 가뜩이나 적은 지분이 더욱 줄어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기본세율은 10~50%다. 경영권이 있는 지분을 상속하면 20~ 30%를 할증한다. 일부 재벌기업이 변칙증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세당국은 지난 2003년 이런 편법을 막기 위해 ‘상속세 완전포괄주의’까지 도입했다. 거기에다 검찰수사 등 위법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이제는 빠져나갈 곳이 없다.
기업의 주가가 엄청나게 올라 상속세를 돈으로 다 낼 수 없는 대주주들도 많다. 주식으로 대신 납부하면(물납) 지분율은 절반으로 줄고, 국가에 낸 그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결국 외국자본밖에 없어 알짜기업이 외국으로 넘어간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상속세를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이 평소 배당을 많이 하거나 지분 늘리기에만 열을 올리면 투자여력을 잃게 되고, 이는 고용 감소 등의 경제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B]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은 어느 나라나 부과[/B]
재계는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사례로 캐나다(1972년), 오스트레일리아(1977년), 뉴질랜드(1992년), 이탈리아·포르투갈·슬로바키아·스웨덴(이상 2004~2005년) 등을 들었다. 미국도 상속세율을 점차 줄여가고 있으며 오는 2011년에는 완전 폐지하는 방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는 한쪽만 본 것이다. 과세 체계는 나라마다 달라 동일비교가 힘들다. 이들 나라는 소득세율이 높고, 재산세 및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가 정비돼 있다. 우리는 소득세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상속·증여제도로 일부 보완하는 체제다.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들도 ‘상속세’라는 이름의 세금이 없을 뿐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안 물리는 게 아니다. 상속재산을 일종의 양도차익으로 간주해 이를 피상속인(상속을 하는 사람)의 자본이득에 합산해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부모가 100달러에 취득한 주식을 500달러 시점에서 자녀에게 물려주면 부모는 400달러의 양도차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해 다른 소득에 합산해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지만 상속세가 폐지된 캐나다의 소득세 최고세율(51.7%)보다 낮다. 상속세를 폐지하려고 하는 미국도 증여세는 존속시켰다. 그리고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많은 나라는 여전히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전경련이 상속세 폐지의 논거로 제시한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조세법학)의 논문인 ‘상속과세 제도의 합리적 개편방안’에도 “일부 나라가 상속과세 제도를 폐지했다 하여 이를 무비판적으로 즉시 수용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며 자본이득과세와 소득과세 제도의 완비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속세는 일반인과는 상관없는 세금이다. 상속재산이 10억 원 이하면 상속세를 물지 않는다. 국세청의 2004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한 해 동안 숨진 사람은 25만8021명이었고, 이 중 상속세 부과대상이 된 사람은 1808명으로 0.7%였다. 이들은 4조7919억 원의 재산을 물려줬고, 자식들은 상속재산의 19.9%에 해당하는 9539억 원을 상속세로 냈다. 상속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현재 0.8%밖에 안 된다. 재계 요구대로 상속세를 어느 정도 낮춰줘도 세수 차질은 거의 없다. 결국 상속세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 99.3%의 사람들이 상속세 인하를 받아들인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속세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나 국회가 일반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계 주장은 이 합의를 끌어내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다.
[B]우리나라 상속세율 높지 않아[/B]
우선 상속세율이 너무 높다는 주장은 재벌 2세 등 극히 일부 특정인의 이야기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지만, 이는 ‘과표 30억 원(상속재산으로는 최소 4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물려줄 때만 적용된다. 상속가액이 20억 원 밑이라면 평균 실효세율은 5%도 안 된다. 부동산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해 실제 실효세율은 더 낮다.
미국은 대개 주식이 분산돼 인수·합병이 활발한 반면 유럽은 대주주가 많은 지분을 갖고 가업을 계승하는 형태다. 우리나라는 대주주가 평균 5% 이하의 적은 지분을 갖고도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절대권한을 행사하는 독특한 형태다. 상속세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상속세 인하 문제는 ‘투자확대’와 ‘재벌체제’를 맞바꾸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상속세를 낮추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논리는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
오히려 상속세 인하로 재벌의 상속체계가 용이해지면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오너가 경영자로 등극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오너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은 논란거리다. 그러나 오너가 경영을 맡더라도 최소한의 경영능력은 평가받아야 기업에 도움이 된다. 상속세는 경영승계를 막아 기업을 위험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상속세 인하는 그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상속세 폐지 법안이 추진 중인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 대표적 재산가들이 부자의 사회적 책임, 상속세 폐지시 부와 권력의 집중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RIGHT]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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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