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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 :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휴대폰 스피커 진동판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진영음향은 올 들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지난 1995년 면목동에서 창업했을 당시 ‘일꾼’을 찾지 못해 쩔쩔매던
상황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 회사 이영학 사장은 “사업 초기 3D업종이다 뭐다 해서 사람 구하기도 힘들었고
입사 채 한 달도 안 돼 나가버리는 직원이 너무 많았다. 수익 창출보다도 일할 사람
구하는 일이 최대 목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진영음향은 2001년 현재의 공릉동으로 공장을 옮겼다. 지상 6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사업장으로 개조했다. 이 사장은 “사업장을 사무실 분위기로 바꾸면 구인난이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클린사업 완료 후 직원 3배 늘어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진영음향은 2002년 한국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클린사업장’에
선정된 후 드릴작업 중 쇳가루가 날려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비산방지장치’와
배기장치 8대,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흡진장치’ 등을 잇달아 설치했다.
공장 환경이 바뀌면서 입사 후 한 달도 안 돼 줄줄이 그만두던 직원의 모습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무작정 찾아와 “나도 좀 채용해 달라”며
이력서를 내미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회사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초창기
50명이던 직원 수도 150여 명으로 늘어났다.
생산부에서 일하는 송영숙(40·여) 씨는 지난해 4월 입사했다. 대형 할인마트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줄곧 일해 왔다는 그는 “근무환경이 좋기로 소문난 회사였기
때문에 채용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며 “작업 현장이 잘 정리정돈돼 있어
즐거운 분위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2 : 인천 오류공단에 자리
잡은 선진분말야금은 각종 쇳가루를 혼합해 휴대폰부터 자동차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작업의 특성상 공장 안에 희뿌연 쇳가루가 날리게 마련. 지난해 클린사업장으로
선정되면서 작업환경을 깨끗하게 정비했다. 집진기를 달아 공기를 맑게 하고 안전을
위협하던 생산설비에도 각종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송영호 사장은 “납품기일 맞추는 데 급급하다보니 작업환경에 무심했다”며 “클린사업
선정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영실적이 호전되면서 고용도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26명이었던 근로자가 32명으로 늘어났고 매출액도 지난해
16억 원에서 올해는 23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여기, 사람
더 안 뽑아요?”
특히 공단 내 동종업체 직원이 지나가다가 송 사장이라도
만나게 되면 “여기, 사람 더 안 뽑아요?”라고 물어볼 정도라는 것. 송 사장도 클린사업
예찬론자가 됐다. 동종업계 사장단 모임이 있을 때마다 ‘클린사업’을 신청하라고
독려할 정도. 그는 올해도 일자리를 늘려 8명의 직원을 더 뽑을 생각이다.
현장 3 : 인천 부평구 소재 수도꼭지
연마가공업체 성덕공업사도 성공한 클린사업장으로 꼽힌다. 1988년 100평 안팎의
작업장은 연마 공정시 생기는 쇳가루 분진 등으로 25명의 종업원이 호흡기장애와
피부병을 앓기도 했다.
성시덕 사장은 “공장을 설립한 후 지난 14년 동안 직원의 입사와 퇴사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며 “월급을 더 줘도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2년 클린사업장으로 선정돼 24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여기에다 자체 자금 1억 원을 투자해 공장 클린화에 나섰다. 그 결과 직원의 결근율이
5% 밑으로 떨어졌고, 매년 5~6명 선의 이직자도 사라졌다. 오히려 20% 이상 매출
증가와 더불어 직원을 10여명 신규 채용하는 한편 50평 규모의 제2공장까지 건립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실제로 영세 중소기업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시작된 클린사업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중소기업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한국안전학회가 2002~2004년 작업시설을 개선한
1만24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4%가 구인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들 사업장마다 평균 2.11명(14.5%)의 인원을 추가 고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길상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클린사업은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중소제조업체의
작업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재해예방과 구인난 해소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클린사업의 지원을 확대해 우리 사회의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영 기자
*Tip 클린사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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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중소제조업 대상
4000만 원까지 지원
클린(CLEAN) 사업은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산업재해 예방과 구인난 해소를 통해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작업환경이 열악한 50인 미만의 중소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제도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업체 수는 2만3795곳(전체의 11.3%)으로 지원 금액은
2467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도 10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해 1만여
곳의 영세 사업장에 대한 재정·기술 지원에 나선다. 특히 영세사업장의
참여 신청이 급증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해·위험도가 높은 사업장
1만1330곳을 선정하되 자발적 개선 의지가 높거나 외국인 취업 및 고령자·장애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 취업 사업장에 가산점을 줘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클린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안전보건에 관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후 유해·위험요인 제거를 위한 설비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받는다. 클린사업장으로 선정되면 최고 4000만 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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