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지난 6월
1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헐렁한 힙합바지에 두건을 쓴 20여 명의 청년들이
나타났다. 예사롭지 않은 모습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이들 주위로 모여들었다. 청년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들은 비보이입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거리공연을 한 비보이(B-boy)는 ‘드리프터즈’와
‘리버스’.
“한국은 세계 최고 비보이 국가”
간단히
몸을 푼 이들은 준비된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관중
앞에서 현란한 다리 기술을 선보인다. 온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공중점프를 하기도
한다. 제일 난해하다는 ‘프리즈(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는 기술)’ 동작을 선보이자
100여 명의 거리 관중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질렀다.
신기에 가까운 곡예 같은 이들의 춤에 정신을 쏙 빼앗긴 시민은 어느새 비보이와
함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과거 ‘마이너리티’로 취급받던 비보이가 이제 대중문화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공공홍보 영상물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비보이를 “가장 경쟁력
있는 한류문화상품”으로 꼽는다.
음지에 있던 한국 비보이가 갑자기 주목받게 된 것은 각종 세계대회를 잇따라
휩쓸면서부터다.
한국팀은 ‘배틀 오브 더 이어’(독일), ‘UK 비보이 챔피언십’(영국), ‘프리스타일
세션’(미국) 등 유명한 세계대회에서 연거푸 1위를 석권했다. 특히 비보이 ‘배틀’의
월드컵으로 통하는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에서 한국 비보이의
성적은 눈부시다. 독일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팀은 2001년 ‘비주얼 쇼크’가
베스트쇼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익스프레션’우승, 2003년 ‘익스프레션’준우승,
‘갬블러’3위, 2004년 ‘갬블러’우승 그리고 2005년 ‘라스트 포원’ 우승, ‘갬블러’가
3위를 차지하는 등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현란한 몸놀림, 뼈를 깎는 연습의 산물
한국
비보이들이 이번 독일월드컵을 즈음해 독일의 각종 축구관련 행사에 초청된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비보이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아직 살아 있다면 비보이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을 법하다.
“당신들에게는 중력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것 같군요?”
헤드스핀, 토머스, 점핑, 에어트랙까지…. 드리프터즈와 리버스팀의 공연을 보면
마치 중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유롭게 온몸을 공중에 띄우고 사방으로 비틀어댄다.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선 채 360도 회전하기도 한다. 비보이는 정해진 틀도 무대도
그리고 음악도 필요 없다. 다소 즉흥적이다. 무대 없이 공원이나 지하철 등 어디에서든
‘묘기’를 선보일 수 있다. 입을 이용해 간주를 넣는 ‘비트박스’와 ‘랩’만으로도
훌륭한 공연을 펼칠 수 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열다섯 살 때부터 드리프터즈에서 10년간
춤을 춘 김덕현(25) 씨는 “비보이가 훌륭한 춤 공연을 선보이려면 다양한 기획력과
상상력(창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비보이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구·농구·국악까지
비보이의 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르와 접목시키는 것이 한국 비보이의
장기이자 저력이다.
비보이는 서커스처럼 묘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김씨는 “화려한 테크닉(기술)을
요하는 춤이지만 바탕에는 기본기가 있어야 하고 흥겨운 장단에 맞는 춤을 추지 못하면
비보이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한국 비보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된 경력자다. 10대부터
시작해 하루 10시간 이상 꾸준히 연습을 해온 베테랑들. 이런 피나는 노력의 결과가
있었기에 중력을 거부하는 듯한 현란한 춤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비보이의 실력이 세계 수준이 된 비결 중 하나로 우리 민족성을 빼놓을 수
없다. 박자에 강한 우리 민족은 탈춤만 봐도 추임새에 따라 덩실덩실 몸을 흔들어댄다.
이는 비트를 타고 춤을 춰야 하는 비보이의 필수조건이 잠재적으로 구비되어 있다는
것.
비보이의 춤 동작은 계속 변한다. 김씨는 “비보이는 몸으로 ‘언어’를 만들고
표현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비보이 공연을 지켜본 장민철(29·서울 송파구) 씨는 “현란한 춤이 대부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신명나는 춤인 줄 몰랐다”며 “단순한 춤을 넘어 예술로 승화된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재영 기자
잠깐만요! 비보이는?
|
브레이크
댄서…
여성은
‘비걸’
비보이(B-boy)에서
B는 브레이크 댄스(Break dance)를 가리킨다. 즉 비보이란 ‘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남자’를 말한다. 여자는 비걸(B-girl)이라고
부른다. 최초 비보이는 미국 뉴욕 할렘 116번지인 할렘월드에서 30년
전 처음 선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흑인 청소년 춤꾼들이 펑퍼짐한 옷차림에
간주(브레이크) 음악에 맞춰 서로의 실력을 겨루기 위해 시작됐다는
것. ‘거리의 춤꾼’으로 시작된 비보이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