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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해류조사’를 시작한 지 사흘째인 7월 5일
새벽.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해류조사선 ‘해양2000호(2533t)’가 독도 해역에 들어섰다.
독도 해역은 당시 초긴장 상태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우리 경비함(100t급) 10여
척이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 배치됐다. 일본 순시선들이 신경을 곤두세운 채 우리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해양2000호는 이날 새벽 6시 50분께 일본이 자기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는 울릉도와 독도 중간선을 넘었다.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3000t급)은
무선을 통해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해경은 삼봉호(5000t급)와 1500t급 경비함 2척으로
1km 이내에서 근접 호위했다.
파고 4~5m 악천후 속 조사 마무리
오전
7시 45분. 해양2000호는 독도 영해 12해리(1해리 약 1.8km)에 진입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던 독도 해역은 4~5m가 넘는 파고를 보일만큼 악천후였다. 해양2000호는 배를
멈춘 뒤 관측장비를 내려 보내 해류를 측정하는 정선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조사
내용은 독도 주변 3개 지점에서의 수온과 염분, 해류의 흐름 등. 차질 없이 조사를
마친 해양2000호는 8일 오전 부산항으로 귀항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폭우를 뒤집어쓴
조사원들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사선은 장비 점검을 마친 뒤 2~3일
안에 다시 출항해 17일까지 동해 연안의 해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날 한·일 양국 간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해양2000호의 독도 해류조사는
마무리됐다. 우려했던 일본 순시선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정부가 악천후
속에서도 해류조사를 강행한 것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더욱 굳건하게
하면서 예정된 조사일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해류조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의 모든 해역에서 발생하는 해류의
흐름을 관측한 자료인 ‘해류도’가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는 해류도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현재도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신 해류 정보를 담은 해류도를 우리 손으로 하루 빨리 제작해야
한다. 이번 독도 해류조사는 한국 표준해류도를 만들기 위한 기초자료 준비라는 중요한
목적이 담겨 있다.
한국의 순수한 과학적 조사를 두고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국처럼 자유롭게 독도 인근 해역에서 해양 과학조사 활동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류지도 제작 위한 해류조사 이미 5년째
해양조사원
정유섭 원장은 국정브리핑 기고문에서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국의 해류조사 활동에
대해 일본이 반발하는 것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해 지금까지의 해양 과학조사에서 불리한
처지를 반전시키고 향후 EEZ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5년 전부터 해류조사를 시작했다. 해양조사원은 2000년 울산을 기점으로
매년 계절별 수온·염분·유향·유속 등의 해류 변화를 관찰,
조사해왔다. 해양조사원은 2009년까지 계절별 해류 특성을 반영한 해류도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은 ‘해양2000호’ 해류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국제법’을
통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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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해류조사는 당연한 권리
한국정부는
이러한 일본 측 주장에 ‘어불성설’이란 단호한 입장이다. EEZ와 관련한 국제법은
유엔 해양법협약을 의미한다. 한국이 1996년 비준한 유엔 해양법에는 해류조사를
포함한 이른바 ‘해양 과학조사’ 활동은 자국 EEZ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다른 나라의 EEZ에서 해양조사 활동을 할 경우에는 당사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역사나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 영토인 독도 해역에서 한국의 해류조사는
당연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독도를 포함한 울릉도-독도 중간수역까지를 일본의 EEZ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더구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이어
독도 서쪽 해역까지 일본의 EEZ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해양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EEZ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우리 측의 해류조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일본이 해안보안청 순시선을 통해 해류조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양조사원
선박은 우리 정부 소속 선박인 만큼 나포 등 물리적 조치는 국제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다.
최재영 기자
해류조사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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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와
조업에 필수 기초자료”
해류조사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바닷물의
흐름을 조사한 후 그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해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마치 기상예보처럼 여러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동해는
해류의 흐름에 물체가 하루 동안 최대 35km 이상 떠내려갈 수도 있다.
당연히 이번 해류조사 결과는 항해와 조업을 위한 귀중한 정보로 활용될
것이다. 해류에 관한 정보는 해양사고 시에도 큰 역할을 한다. 조난사고
시 선박의 이동경로를 예측해 수색작업에 도움을 준다. 또 기름 유출
등 해양 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오염물질 확산 방향과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최근 포항 앞바다에 추락한 F-15K 사고 발생 때도 그동안
축적된 해류 정보가 없었다면 수색에 상당한 곤란을 겪었을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의 말이다. 일본이 지난 4월 시도해 물의를 빚었던
‘수로조사’는 해류조사와 달리 바다 수심, 해안선 형태, 암초 위치,
해저 지질 등을 살피는 조사활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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