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공식’ 들고 돌아온 ‘스타 강사’ 김미경
김미경 아트스피치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요즘 강단에 설 때마다 두 가지 감정이 든다고 고백했다. 미안함과 감사함이다. 열심히 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살았는데 그 끝에 가보니 그렇게 살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원하는 것 하나를 얻기 위해 평생 몸과 시간을 다 바쳐 이루고 보니 나머지 열 개가 망가져 있었다. 사람이 가진 자산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같아도 그렇지 않더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많은 관객들 앞에서 마이크에 대고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고 외쳐왔는데 이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것이지만 강연에 귀를 기울이는 청중들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감사함을 느끼는 건 그로 인해 얻게 된 새로운 마음가짐 덕분이다. 성공의 끝자락에서 낯선 감정을 경험한 이후 그는 ‘다른 방향으로 다시 살아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존재론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위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성공과 목표에 쫓기는 삶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단단한 세상이 펼쳐졌다. 그 세상에 ‘딥마인드(Deep Mind)’라는 이름을 붙였다. 돈, 집, 명예, 인맥 등 많은 사람들이 목표와 꿈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잇(It)’으로, 그것을 이루기 위한 마음의 동력은 ‘잇마인드(It Mind)’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 세상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과 솔루션을 정리해 ‘김미경의 딥마인드’라는 책에 담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목표에 맞춰서 살지 말고 본인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 살아보라는 것.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만나온 뜬구름 잡는 말이 아닐까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는데 ‘김미경식 화법’이 장착된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2년 동안 본인이 매일 실행하면서 찾아낸 공식과 솔루션들이다. 본인의 경험을 정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는 김 대표를 인터뷰 테이블에서 마주했다.
‘열심히 살아봤지만 허무함에 지친 당신’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가?
성공한 사람들도 결국 다 슬프고 외롭다. 세상에서는 이겼는데 인생에서는 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둘 다 이기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누구나 공허의 순간을 맞는다. 그때 자기 탓을 너무 심하게 하거나 깊은 좌절에 빠져버리면 우울로 가게 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나도 그걸 경험했고 거기서 내려와 다시 다른 방향으로 살아볼 수 있느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어쩌면 이 책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한 보고서다.
그래서 뭘 깨달았나?
나는 열심히는 살았는데 내용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내가 누구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쓰지만 막상 그 안에서 본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돌보지 못한다. 열심히 막 사는 게 아니라 잘 사는 방법이 있겠더라.
그게 딥마인드인가?
사람은 누구나 ‘나’로 태어난다. 죽지 않기 위해서 수많은 ‘잇’의 도움이 필요하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집,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 등등. 그게 현대에서는 누리소통망(SNS) 팔로어 숫자, 주식 등으로 대체되고 학력, 직장, 권력의 이름으로 진화됐다. 그걸 갖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세 살 때부터 익혀온 게 지금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잇마인드와 대화한다. ‘어제 만난 친구는 주식을 사서 돈을 벌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안 풀리지?’ 같은. 이럴때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엔진, 마인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마인드가 없으면 나는 늘 차선을 선택했다는 부족 마인드에 빠진다. 본인이 맞다는 생각이 딥마인드다.
‘꿈을 좇으라’고 외치던 김미경의 메시지들도 ‘잇마인드’에 포함되지 않나? 스스로를 깨고 나오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나도 고민한 부분이다. 꿈이 만들어지는 태생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내가 그걸 해야겠다’는 마음이 담긴 꿈은 사실 잇이 맞다. 중요한 것은 꿈은 내가 필요해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꿈이 수단이 돼야지 나를 부려먹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가령 어떤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꿈인 사람이 그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스스로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꿈을 죽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죽인다. 꿈은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왜 젊은 사람들은 꿈을 부담스러워하지? 좋은 건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어렴풋이 알것 같다.
딥마인드의 꿈은 뭐가 다른가?
나를 수단화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까. 남들이 봤을 때 10점짜리 꿈이라도 내가 살아내면 100점이다.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자기를 비하하는 것은 내가 수단이 되고 꿈에 눌린 거다. 계산 방식을 다르게 하면 된다.
구체적인 실행법도 알려달라.
잇마인드 계산법으로 살면 인생은 무조건 지는 게임이다. 딥마인드 훈련이 필요하다. 본인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시작이다. 내가 제안한 것은 BOD(being·organizing·doing, 성찰·기획·실행)다. 나 자신과 대화하고 여기서 나온 미션을 스케줄에 기획해서 정리한 다음 몸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내 안의 딥마인드가 매일 자동으로 진화하는 프로세스다. 이 루틴이 장착되면 무질서하고 힘든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않게 된다. 이 내용을 다이어리에 매일 쓴다.
오늘은 어떤 내용을 썼나?
다이어리에는 내가 누구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가 담겨 있다. 나는 건강한 사람, 혈압 낮고 지방간 없는 60대가 되고 싶다. 망가진 몸이 아니라 회복된 몸으로 살고 싶다. 그렇게 건강한 몸으로 65세가 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1~2년 재미있게 지내고 싶기도 하다. 그걸 위해서 매일 영어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는다. 그렇게 하다보면 매일 질서가 잡힌다.
김미경이 딥마인드로 구축한 세상도 궁금하다.
예전엔 24시간 일하고 살았다면 이제는 일도 있고 공부도 있고 가족, 마음을 돌보는 시간도 있다. 모든 시간이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전달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예전에는 내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들기도 한 것 같은데, 이제는 새로운 것을 알았으니 또 새롭게 살아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잇마인드는 아예 없앴나?
나에겐 15년 이상 함께한 직원들이 있다. 이 직원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 돈은 먹고살 만큼만 벌면서 천천히.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사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회사의 경영이 아니라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것이다. 그렇게 내 질서를 잡아나가다 보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계단에 한 걸음 더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딥마인드 관점에서 본인의 삶을 돌아보면 어떤가?
누가 이런 말을 하더라. 끝까지 안 가본 사람이 말했으면 안 믿을 텐데 끝을 본 내가 말하니까 신뢰가 생긴다고(웃음). 나도 최근 2~3년 고생하면서 알았다. 이 나이가 되니 시간도 체력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유한하다는 걸 알겠다.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이 기웃거렸다. 내 세상을 온전히 보지 않았다. 잇마인드가 맞다고 생각했고 올라가려고 애썼고 그러기 위해서 남들이 쓴 방법 중 제일 빠르고 괜찮은 방법을 썼다. 그러면서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 경험의 끝에서 ‘내가 원한 게 맞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 같다.
많은 청년들이 잇마인드를 품고 산다. 이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그들은 어마어마한 잇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 마치 좋은 대학, 직장에 가기 위한 공산품처럼 스스로를 수단화한다. 그 결과 심각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좌절한다.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엄마 손을 잡고 경쟁의 스타트 선에 서 있다. 경기를 일찍 시작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잇의 시스템에 들어와 자기가 수단이 되는 걸 경험했으니 스무 살에 공황장애, 우울증이 오는 거다. 나는 예순이 다 돼 그 순간을 만났는데도 힘들었다. 내가 바보 같고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나 싶고, 이렇게밖에 못할 바에는 그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속아서 살면 안된다. 우리는 잇마인드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청년들의 좌절과 그로 인한 자살 등 사회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세상이 우리들에게 정한 지표인 성공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 길이 다 옳은 길인 줄 알고 가지만 거길 가야 그다음 단계로 가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 길로 안 가도 된다. 세상에는 그 길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길이 있고 다 맞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의 끝을 경험하겠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한다면.
혈압이 너무 많이 올라 쓰러진 적이 있다. 그때 죽었으면 어쩔 뻔했나. 살짝 후회하고 돌아오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살아가야 한다. 자기 세상을 입체적으로 즐기다 보면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게 된다. 소중한 생명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소중해진다.
임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