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아서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누군가에겐 ‘별일도 아닌’ 일에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사람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왜 근거도 없이 두려워하는 거야?” “너는 매사에 너무 마음을 쏟는다니까~” “넌 별것도 아닌 말에 너무 예민하게 굴어”와 같은 소리를 자주 듣는 사람들. 이들 스스로는 자괴감을 느낀다. 자신들의 마음이 숨 돌릴 틈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믿고, 밤에도 그 많은 생각들을 내려놓지 못한다. 의심, 의문, 날카로운 반응, 사소한 것 하나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감각을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보통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보통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이렇게 예민한 사람들을 ‘정신적 과잉 활동인’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잘게 분석했다. 세상에서 ‘유별난’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전략도 아울렀다.
저자는 뇌의 차이로 먼저 구분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대부분 ‘우뇌형 인간’이다. 좌뇌는 분석적이기 때문에 상징, 추상, 이성, 논리의 뇌로도 통한다. 반면 우뇌는 감각 정보, 직관, 본능을 중시한다. 우뇌형 인간은 ‘정의’, ‘정직’, ‘충직성’, ‘우정’, ‘사랑’이라는 가치에 절대적이고 구체적이며 높은 기준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모두와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은 종종 좌절을 불러온다. 스스로 비관적인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남달리 예민한 감각, 뒤죽박죽 넘치는 생각, 땅에 떨어진 자존감, 비판에 약한 마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우울 증상으로 괴로움을 넘어 좌절을 겪는 일이 많은 것이다. 죄의식을 느끼기 쉽고, 그래서 일이 잘못되어 갈 때마다 자책하며 괴로워할 수도 있다.
저자는 생각이 많은 것을 절대 자책하지 말라고 독려한다. 이러한 좌절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려 하고 자신의 본모습을 떨쳐내기 위한 몸짓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남달리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특성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절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세상에 둘도 없는 훌륭한 능력이 될 수 있다.”
저자의 다독임은 세심하다. 이들을 ‘오리 새끼들 틈에 끼어 있는 어린 백조’라고 표현한다. 오리떼 속에서 어린 백조는 “내 목은 왜 이렇게 길고 몸집은 클까, 왜 꽥꽥 소리가 안 나올까”라며 자책하지만 결국 백조는 오리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장점에 대해 치켜세워 주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각적 사고는 해결책을 찾을 때 특히 효과적이다. 동시에 여러 방향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그 속도가 매우 빨라서 생각 없이 바로 답이 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다.” 생각이 너무 많아 극도로 소심해졌던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 책은 그 ‘예민함’에 조심스럽게 빛을 비춰주고 세심하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글·박지현 기자 2014.06.16
단신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천원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이 일깨워준 ‘철학한다’는 것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이 책은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고 느끼는, 무력감에 빠진 마이너리티들에게 ‘철학’이라는 도구를 안겨주고, 나아가 ‘하녀’도 철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사회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당대 사건들까지 아우르며 개인적 경험과 일상적인 에피소드 속에 철학적인 질문과 명제들을 자연스레 녹여낸다.
<훔볼트의 대륙>
울리 쿨케 지음 | 최윤영 옮김
을유문화사 | 1만6천원
자연과학자이자 지리학자인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18세기에서 19세기로 바뀌는 전환기 5년간 남미 탐험을 통해 신대륙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탐구한 기록을 소개한 책이다.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되었고 피사로에 의해 약탈되었던 남미 대륙을 재조명했다. 이 책에는 훔볼트의 선구자적 발자취, 남미 탐험 여정의 기록·스케치·사진 등을 수록하고 훔볼트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