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하면 떠오르는 몇몇 이미지를 나열해본다. 깨끗함, 신선함, 건강함, 식이섬유 등.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거나 썩은 과일이 아니고서야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과일은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을 잔뜩 함유하고 있는 ‘건강한 음식’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렇다면 과일은 아무 때나 먹어도 우리 건강에 이로운 것일까? 류은경 연(然)식습관연구소 대표는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식전 과일은 약, 식후 과일은 독”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 류은경 대표의 저서 <완전 소화> ⓒ다산라이프
류은경 대표의 저서 <완전 소화>는 과일로 시작돼 과일로 끝난다. 소화와 과일이 무슨 연관이 있겠는가 싶지만, 그는 건강한 몸은 완전한 소화가 전제돼야 하고 과일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다만 과일을 ‘제대로’ 먹었을 때다.
▶ 류은경 대표가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 ⓒC영상미디어
한때 국립암센터 의학연구원이었던 류 대표는 퇴직 이후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연구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오전 식사를 밥 대신 과일로, 점심·저녁 식전에도 과일을 먹는 식습관을 지속해왔다. 류 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효소가 살아 있는 자연식습관이 위와 간, 장으로 이어지는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먹은 음식이 에너지원이 되려면 우선 소화가 돼야 해요. 소화효소가 부족하면 탄수화물은 발효되고 단백질은 부패하며 지방은 산패해요. 소화불량인 거죠. 그렇게 되면 직접 독을 먹지 않았어도 독소가 누적됩니다. 쉽게 말하면 효소를 공급하는 살아 있는 음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먹어야 한다는 거예요. 소화가 잘되면서 좋은 영양소도 많이 들어 있는 과일이 우리 몸에 제격인 이유입니다.”
류 대표가 이야기하는 과일의 큰 효능 중 하나는 ‘해독’이다. 해독은 독소 변형, 독소 배출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들 과정에서 필요한 영양소는 과일·채소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그는 “제철에 나는 사과 중과 크기의 과일을 하루 3개 먹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전에 3개, 또 식전에.’ 그가 권하는 과일 섭취 방식의 핵심이다. 식전 취식을 강조하는 건 일각에서 우려하는 과당과 소화불량 때문이다. 일반식을 한 사람의 뱃속에는 김치와 나물, 채소 등의 식이섬유와 고기 같은 단백질이 밥과 함께 섞여 있다. 과일이 그 위에 더해지면 과일의 당이 발효된다. 이때 발효는 가스를 발생시키고 음식을 변질시켜 영양 흡수를 방해하기에 이른다. 반대로 과일을 먹고 식사를 하면 과당과 섬유질로 말미암아 밥 양이 줄어든다.
“내 몸에 맞아야 좋은 과일”
어느 음식이나 그렇겠지만 과일의 섭취 배합도 중요한 부분이다. 류은경 대표는 “성질이 다른 과일은 소화 속도도 달라, 따로 혹은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과일은 크게 단맛, 신맛, 지방이 많은 것, 멜론 종류로 분류된다. 지방이 많은 과일(아보카도, 코코넛, 올리브, 두리안 등)과 수분을 다량 함유한 과일을 함께 먹을 경우 소화가 어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류 대표는 좋은 과일에 대해 ‘내 몸과 입맛에 맞는 과일’이라고 정의했다. 영양학적으로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속이 불편하다면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는 “사과를 먹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속이 편한 과일을 먹다 보면 사과를 먹어도 불편하지 않은 때가 온다”고 설명했다.
과일의 효능은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1일 식습관의 법칙’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44명(성인 22명, 만 3~5세 유아 22명)에게 21일 동안 과일·채소 착즙주스를 마시도록 했다. 과일과 채소 섭취에 따른 몸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연구 기간은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설정한 것으로, 무엇이든 21일 동안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는 이론에 기반했다. 성인은 케일 240g, 브로콜리 80g, 사과 240g, 레몬 5g을 넣은 천연주스 400ml를, 유아는 당근 55g, 방울토마토 30g, 사과 35g으로 만든 천연주스 80ml를 각각 섭취했다. 그 결과 장내 비만세균이 절반으로 감소한 반면 유익균은 증가했다.
류 대표는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닌 자연이라고 했다.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고 독소를 해독하며 휴식을 취하면 건강한 조직과 장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과일을 건강한 식습관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이유 또한 자연에 가까운 음식이라서다.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건 자연에서 오랜 시간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자연에 가까운, 살아 있는 음식을 먹을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과일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에요.”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