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이틀 전부터 등이 따끔따끔하더니 어젯밤부터 조그만 물집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도 했는데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나요?”
62세 영환 씨처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했지만 증상이 발생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후 신경 주위에 증상 없이 남아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을 타고 나와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며 심한 통증을 유발시키는 질환을 말한다.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져 증상이 나타나거나 질병, 사고,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순간에 쉽게 발생할 수도 있다.
대상포진은 얼굴, 몸통, 팔, 다리 등 신경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에서든지 발병할 수 있다. 대부분 몸의 한쪽 부분에 국한돼 통증이 시작된다. 환자마다 통증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주로 ‘욱신거린다’, ‘따끔거린다’, ‘기분 나쁘다’ 등의 표현을 쓴다. 통증이 1~3일 지속되다가 붉은 수포성 발진이 일어난다. 발진은 2~3주 정도 지속되는데 수포가 사라지면 농(고름)이 차 있는 농포, 농이 말라붙은 가피 등이 나타난다.
눈에도 대상포진이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켜 드물게 실명할 수도 있다. 안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을 진단하는 방식은 대개 피부병변의 모양과 증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상포진의 수포는 분포하는 신경을 따라 무리지어 띠처럼 나타난다. 자주 이뤄지지는 않지만 진단을 위해 바이러스 배양 검사, 분자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빠르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것이 좋다. 치료를 시작하면 빠르게 치유되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2차 세균감염이 발생해 곪을 수 있다. 종종 한 번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피부질환과 신경통이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나오면서 신경에 생긴 염증 때문에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포진이 발생한 초기에 약을 사용하면 합병증을 줄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아직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몸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면역관리를 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나는 영환 씨 같은 대상포진 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예방법을 실천하도록 안내한다.
첫째, 질 좋은 수면은 어떤 보약보다 면역관리에 효과적이다. 하루 7시간 이상 양질의 수면을 취하자.
둘째, 만성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으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해 스트레스를 관리하자.
셋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D·비타민C·아연·셀레늄·마그네슘 섭취를 추천한다.
넷째, 면역력이 약하거나 60세 이상이라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한다.
서정아
병을 고치는 데는 열매보다 뿌리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가정의학과 의사. 레바논에서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대구에서 ‘미클린의원’을 운영 중이다. 책 ‘어쩌다 마흔, 이제부턴 체력 싸움이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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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