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다. 육지보다 기후가 온화하고 대규모 초지가 많아 말을 키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13세기 몽골 침입 당시, 몽골은 ‘대완마’라는 말 160필을 제주도에 들여왔다. 이 말들이 토종말과 섞이면서 건강하고 온순하고 번식이 잘되는 ‘잡종강세 (hybrid vigor)’의 특징을 지닌 ‘제주마’로 발전했다. 제주마는 흔히 ‘제주 조랑말’이라고 하는데 몸집이 작아 ‘과하마’ 또는 ‘토마’라고도 불린다.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마의 혈통과 종(種) 보존을 위해 정부는 198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자연에 적응하며 진화된 제주마의 말발굽은 워낙 단단해 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한 편자가 필요없다. 털색도 다양하다. 검은색, 회백색, 붉은색, 갈색, 회색, 얼룩, 크림색 등 털색만 해도 50가지가 넘는다. 가장 우수하고 인기 좋은 말은 털색이 온통 검은 ‘가라말’이다. 그중에서도 이마에 하얀 반점이 있고 네 발이 하얀색 양말을 신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명마’를 으뜸으로 친다. 제주마는 매년 3~5월에 출산하고 바로 짝짓기를 해 340일 정도의 임신 기간을 보내다가 이듬해 봄에 망아지를 낳는다. 제주마 전문가 장덕지 전 제주산업정보대 교수는 “매년 똑같은 날짜에 망아지를 출산하는 말도 있다”고 말한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제주도에서 말을 키워 나라에 바쳤다. 조선 시대 제주도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김만일은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제주마를 전투용으로 바쳤는데 그 수가 무려 1000필에 이르러 높은 벼슬을 받았다. 태어날 때 까만 구두를 신은 것처럼 반짝이고 앙증맞은 말발굽에 다양한 털색을 가진 망아지들이 한라산국립공원 마방지에서 서로 쫓고 쫓기며 뛰어놀고 있다.
강형원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했다. UCLA를
졸업한 뒤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에서 33년간 사진기자로 근무했고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2회 수상했다.
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