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무렵, 어쩌다 500원이 생겼습니다. 동전을 주머니에 넣은 채 하루 종일 들뜬 마음으로 ‘이 돈으로 뭘 사지’ 생각하다 동네 슈퍼마켓으로 향했어요. 고민 끝에 집어든 건 작은 종이 박스에 담긴 간식이었습니다. 모양도 크기도 제가 좋아하는 초콜릿처럼 보였죠.
박스 속 내용물은 금박 종이로 또 한 겹 포장돼 있었습니다. ‘역시 초콜릿이구나’ 하며 포장을 벗겼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했어요. 내가 아는 초콜릿은 갈색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생겼는데 금박 종이 속에 있던 건 불투명한 묵 같았거든요. 네, 제가 설레는 마음으로 사온 건 ‘연양갱’이었습니다. 한 입 베어먹고 “으악” 하며 다시 상자에 밀어넣고 말았어요.
저의 첫 소비 실패 경험담입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연양갱’이지만 꼬꼬마였던 저에게는 맛과 질감이 생소한, 말하자면 ‘어른의 맛’이었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 이날의 경험은 지금도 아주 구체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슈퍼에서 매대를 둘러보던 장면, 입으로 느낀 ‘연양갱’의 맛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25년이 지난 지금, 그 꼬마는 금융경제 미디어를 창업해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돈을 벌고 불리고 관리하는 방법을 뉴스레터에 담아 보내고 있어요. 제 또래 중 누구보다 ‘돈에 대한 콘텐츠’를 많이 접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저에게도 돈과 관련된 고민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돈을 잘 쓰는 방법’이 저에게는 아직 많이 어렵거든요.
‘돈을 쓰는 게 어렵다니?’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문장인가 싶지만 돈도 써본 경험이 있어야 ‘실패 없이’ 잘 쓸 수 있습니다. ‘내 취향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안목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돈을 써본 경험’이야 말로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라는 아이러니함을 느꼈어요.
주제를 소비가 아닌 투자로 바꿔보면 더 이해가 쉬울 거예요. 한 번도 투자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퇴직금 같은 목돈이 생겼을 때,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내가 모르는 곳’에 투자하고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으니까요. 실패의 규모는 조금 다르더라도 소비도 마찬가지예요. 작게든 크게든 돈과 시간을 써보고 실패와 성공을 여러 번 경험해봐야 대체로 성공하는 패턴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어피티는 ‘경험도 자산이다’라는 슬로건을 추가했습니다. 경제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나의 시간과 돈이라는 자산도 중요하지만 ‘경험’ 없이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요.
물론 자산 형성 목표를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아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어피티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산 목표와는 별개로 자신만을 위한 경험 목표를 세워보세요. 얼마를 쓸지 정하기 전에 ‘내가 번 돈으로 어떤 경험을 누리고자 하는지’ 정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 취미생활 탐색하기’를 목표로 원데이클래스 등을 체험해보는 거죠. 경험 목표를 잡고 나면 예산을 정해보세요. 꼭 매달 쓰지 않아도 되고 분기에 한 번이라도 괜찮습니다. 경험 목표를 위한 예산을 별도의 통장에 이체해놓으면 예산 내에서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박진영
금융·경제 콘텐츠를 26만 MZ세대에게 매일 아침 이메일로 전달하는 경제미디어 <어피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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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