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건립된 창경궁 대온실이 108년 전 모습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창경궁 대온실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통해 마치 새로 지은 것처럼 복원됐다.
▶ 11월 10일 재개방된 ‘창경궁 대온실’ 전경 ⓒC영상미디어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5대 궁(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은 도심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가을이 거의 끝나가는 11월 14일 도심 속에서 화려하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창경궁에는 카메라를 손에 든 관람객이 유난히 많았다. 절정에 이른 단풍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관람객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단지 단풍뿐만이 아니다. 11월 10일 재개방된 ‘창경궁 대온실’(등록문화재 제83호)이 관람객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문화재청 창경궁관리소 박순정 주무관은 “서울 도심 안에서 수려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창경궁”이라며 “단풍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새롭게 단장한 대온실의 다양한 수목을 관람하고 간다”고 전했다.
실제 멀리서 바라본 대온실은 햇빛을 받은 새하얀 건물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관람객을 유인하고 있다. 재단장을 티내듯 건물이 유독 깔끔해 보였다.
‘창경궁 대온실’은 지난 2013년 문화재청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국가지정(등록)문화재 특별 종합 점검’ 결과에 따라 관람을 중단하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년 3개월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펼쳤다. 이번 보수공사에서는 타일 철거 과정에서 대온실 최초 준공 시에 사용된 영국제 타일 원형을 발견해 해당 제조사의 1905년 책자를 근거로 보수하는 등 원형 복원에 힘썼다.
▶ 1909년 ‘창경궁 대온실’ 건립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엽서 ⓒ창경궁
▶ 1909년 당시 모습과 11월 14일 현재의 모습 ⓒC영상미디어
‘창경궁 대온실’은 창경궁 내에 자리한 건물로 1909년에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당시 일본 황실 식물원 책임자였던 후쿠바 하야토가 1907년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가 시공했는데 당시에는 동양 최대 규모였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한 뒤 왕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함께 지은 것으로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건축물이다. 대한제국 말기에 도입된 서양 건축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유산으로 인정받아 2004년 2월 6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 1 ‘창경궁 대온실’에 전시 중인 천연기념물 지정 후계목과 자생식물들 2,3 11월 14일 방문객들이 전시된 식물을 관람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대온실 내부에는 천연기념물 제194호 창덕궁 향나무,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제63호)와 부안 중계리 꽝꽝나무(제124호) 등 천연기념물 후계목과 식충식물류, 고사리류 등 7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전시돼 있다.
창경궁 대온실에서 보호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후계목은 문화재청 전통수목양묘사업소에서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천연기념물 모수에서 직접 유전자를 채취해 키워낸 나무다. 후계목 중에서는 창덕궁 향나무가 유명하다.
울릉도·독도 자생식물 등
각 지역 천연기념물이 한곳에!
창경궁은 대온실을 찾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계절에 상관없이 가장 한국적인 식물을 전통 궁궐에서 체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 천연기념물 지정 후계목(後繼木)
모수에서 직접 채취하여 기르고 있는 천연기념물 지정 후계목을 분양받아 전시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천연기념물 지정 후계목이니만큼 전국의 천연기념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 거제 학동 동백나무(천연기념물 제233호),
- 양구 개느삼(천연기념물 제372호),
- 괴산 추점리 미선나무(천연기념물 제220호),
-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천연기념물 제63호),
-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
- 부안 중계리 꽝꽝나무(천연기념물 제124호),
-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천연기념물 제122호),
- 울릉도 섬개야광나무, 섬댕강나무(천연기념물 제51호),
- 울릉도 섬백리향(천연기념물 제52호)
■ 울릉도·독도 자생식물
육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울릉도와 독도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전시 중이다. 우리나라의 동쪽 해안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독도 자생식물 : 갯제비쑥, 번행초, 섬기린초, 술패랭이, 질경이, 땅채송화, 왕해국
울릉도 자생식물 : 울릉국화, 섬백리향, 갯제비쑥, 섬개야광나무, 섬괴불나무, 섬댕강나무, 물엉겅퀴, 섬쥐똥나무, 왕매발톱나무, 섬시호, 섬현삼, 큰바늘꽃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