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클라임웍스가 운영 중인 ‘직접탄소포집’ 설비. 사진 Climeworks](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198/1._스위스_클라임웍스사가_운영_중인_직접_공기_포집(DAC)_설비._사진_Climeworks_640.jpg)
이제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인 ‘탄소의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CCUS)’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CCUS 기술을 추진해왔지만 관련 법이나 제도가 정비되지 못해 사업화에 어려움이 컸다. 탄소중립의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CCUS는 어떤 개념이고 어떤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까?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만 분리해 포집·압축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넷제로)으로 하는 탄소중립에 힘쓰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현재 배출돼 있는 탄소도 포집해 제거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해줄 일꾼이 바로 CCUS 기술이다.
CCUS는 구체적으로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땅속이나 해양에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과 포집한 탄소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술로 나뉜다.
먼저 등장한 기술은 CCS다. 하지만 모든 탄소를 저장하기에는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가 제한적이었고 지진 등의 이유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했다.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탄소 저장만이 아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 CCU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두 기술을 더한 CCUS는 어떻게 이산화탄소를 모으고 저장하며 활용하는 것일까? 먼저 포집에 대해 알아보자. 이산화탄소의 포집은 연소 전, 연소 중, 연소 후, 3단계로 이뤄진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연소 후 포집’이다. 발전소, 제철소, 제조사 등 대규모 산업공정 시설에서 발생한 배기가스에서 흡착제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한다.
특히 연소 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서 없애는 ‘직접탄소포집(DAC)’은 대표적인 기술이다. DAC의 원리는 간단하다. 거대한 팬(선풍기)으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이 중 이산화탄소만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 포집·압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기 속 낮은 농도(0.04%)의 이산화탄소를 선별해 포집하는 기술은 상당히 어렵다.
공기는 질소 78%, 산소 21%, 아르곤 0.934%, 이산화탄소 0.04% 등으로 이뤄져 있다. 두 개의 서로 같은 원자로 이뤄진 질소나 산소, 아르곤 같은 단원자는 적외선을 흡수할 수 없다. 반면 서로 다른 세 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된 이산화탄소, 메탄, 프레온 등은 적외선을 붙잡는 능력이 있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6%를 차지하는 물질로 100개의 공기 분자 중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기온이 100℃에 이를 만큼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게다가 공기 중에 최대 200년까지 머문다.
DAC 기술의 핵심인 거대한 팬에는 이산화탄소와 잘 결합하는 ‘아민’ 성분의 흡착제를 바른 필터가 장착돼 있다. 이 필터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만 빨아들이고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농축(압축)한 후 저장소로 보낸다. 이산화탄소가 걸러진 공기는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미국이 설치하려는 DAC 팬은 태양에너지로 움직인다. 이산화탄소 포집은 최종적으로 농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2년 DAC에 35억 달러(약 4조 65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미국 4개 지역에 DAC 허브 구축을 목표로 초기 연구에서 설계, 건설 운영까지 모든 부분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CUS법 통해 지원 사격 나선 나라들
포집·압축된 이산화탄소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재활용된다. 광물화 기술을 활용해 탄소를 탄산칼슘으로 전환한 후 콘크리트 등의 친환경 건축자재 원료로 사용한다. 화학기술을 통해 경질탄산칼슘(pcc)으로 전환, 제지 생산 공정의 도포제 등으로도 활용한다. 또 탄산음료나 합성 항공유(연료)와 같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이러한 쓰임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영구적으로 낮추는 방법이다.
한편 활용이 어려운 이산화탄소, 남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깊은 지하나 해저에 안전하게 저장한다.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을 이용해 고갈된 유전·가스전 등 지하 800m 이상 깊이의 육지와 바다의 깊은 땅속에 주입하거나 저장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 없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CCUS 기술 기여도를 총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8% 수준으로 제시했다.
세계 각국은 CCUS 산업의 주도권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CCUS 기술과 탄소중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거해 2022년부터 탄소 포집을 통한 감축 기업에 톤당 최대 85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3월에 발표한 ‘탄소중립 산업법’에서 CCS를 ‘전략적 넷제로 기술’로 지정하고 인허가를 단축하기로 했다. 호주도 2020년 ‘CCUS 통합법’을 제정해 배출권 수익을 보장하고 CCS 사업에 2억 7000만 호주 달러(약 2400억 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CCUS에 관한 법률(CCUS법)이 통과되고 2월 6일 공포돼 2025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와 운영에 관한 절차가 규정되면서 저장사업 인허가 절차 역시 명확해졌다. 지형적 특성상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CCUS법이 시행되면 우리 기업의 CCUS 사업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협정이 활발해질 것이다.
![김형자](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198/KakaoTalk_Photo_2022-12-28-20-40-23_640.jpg)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