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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대담론으로 세상을 논하던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식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시대다. 먹고사는 일은 물론이고 정신적 삶도 그만큼 안정되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기록이 주목받는 이유도 우리 사회의 이런 변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전 같으면 바빠 죽겠는데 무슨 기록이냐, 기록해서 돈이 나오냐는 식의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다.
국민은 이제 공공행위를 철저히 기록해 스스로 한 일에 책임지는 정부가 되기를 원한다. 기록 속에 담긴 지식을 잘 활용해 선진 지식강국이 되기를 바라며, 기록을 매개로 국민과 정부가 함께 소통하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 차원 높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기록이 담당하는 몫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시스템 혁신'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시스템이나 혁신이나 이전 같으면 익숙하지 않은 말들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기막힌 단어의 조합이라는 생각을 새록새록하게 된다. 사람을 갈아치우거나 조직을 뒤집어 일거에 목적을 달성하려는 구시대적 발상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민주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과 절차, 국민과 정부의 소통 방식,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 시스템 등을 혁신해 누가 그 일을 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바로 '시스템 혁신'의 요체일 것이다.
기록은 무엇보다 중요한 '시스템 혁신'의 기제(機制)다. 공무원들의 업무 방식과 절차를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꾸어 가는 데 기록은 필수적이다. 전자결재의 정착, 결재된 전자 기록의 과학적 관리, 상호 이용 활성화, 기록을 성과 측정에 반영하는 일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지식강국으로 통하는 지름길 역시 과학적 관리를 통해 기록 속에 담긴 보석 같은 지식을 창출·유통·확산시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가 비밀을 제외한 나머지 기록을 과감하게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국민참여를 이끌어내는 것 또한 '시스템 혁신'의 한 축이다.
청와대는 'e-지원(知園)'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을 개발해 비서실 사람들에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사용을 활성화함으로써 청와대 내부 혁신을 차근차근 이루어갈 것이라고 한다. e-지원 시스템에는 업무관리와 기록관리의 기능이 충실히 구현되어 있으며 기타 회의, 일정 관리, 대통령 지시사항 처리 등의 기능까지 있다고 한다. 업무와 기록 관리를 통해 시스템 혁신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야말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한걸음 한걸음 발전시켜 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청와대만으로는 의미가 작을 수밖에 없다. 정부 전체의 '시스템 혁신'이 함께 가야 한다. 여전히 남아 있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투명하고도 생산성 높은 정부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이제 청와대에 이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관행을 벗어던지고 고도화된 민주적 절차의 업무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공무원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