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복합 인지 동선 추적’ 시스템 시연 현장을 가다 # 6월 24일 새벽 1시 반,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남자친구가 자살을 암시하고 잠적했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사라진 남자친구는 휴대전화까지 끈 상태. 경찰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다행히 남자친구 A씨는 가족과 함께 자택에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경찰이 철수했지만 A씨 가족에게서 A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재차 들어왔다.
긴박한 상황, 경찰은 ‘AI 복합 인지 동선 추적(Advan-ced Integrated Intelligence for Identification·에이드)’ 시스템을 가동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에이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특정 인물의 동선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경찰은 프로그램에 A씨의 실종 당시 옷차림인 회색 티셔츠에 검정색 칠부바지 등을 입력하고 거주지 주변 CCTV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공원에서 A씨를 식별, 신고 접수 세 시간 만에 A씨를 찾아냈다.
# 추석 연휴가 시작된 10월 3일 오전,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B씨가 사라졌다. 신고를 받은 안양동안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는 B씨의 뒷모습 사진을 확보했다. 흰 모자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었다. 경찰은 에이드 시스템을 활용해 B씨의 이동 경로를 분석했고 추가 CCTV 확보를 거쳐 B씨가 한 아파트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주차장을 포함한 지하 공간을 집중적으로 수색해 지하 1층 기계실에서 웅크린 B씨를 구조했다.
실종 수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전문가들은 실종 수사의 골든타임을 48시간으로 본다. 이 시간을 넘기면 수색 범위가 더욱 넓어져 장기 실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어린이나 치매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경우는 더욱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 특히 치매 노인은 24시간을 골든타임으로 보기도 한다. 그만큼 빠른 대처가 필수다. 자살을 암시하고 사라진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1초 만에 1000대의 CCTV를 검색해 특정 인물을 찾고 동선을 지도상에 그려내는 에이드 시스템이 실종자 수사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양동안서에서 실제 활용 중인 이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11월 7일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는 6000여 대에 달하는 안양시 전역의 CCTV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보안 때문에 안양시 경찰들은 CCTV 분석을 할 땐 모두 이 센터를 찾는다. 안양동안서는 에이드 시스템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실증사업에 참여해 수사에 필요한 정보들을 요청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안양시는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인상착의만으로 실종자 찾고 동선 추적 센터를 운영하는 안양시의 안내를 받아 출입문을 열자 전면의 대형 전광판이 눈길을 끈다. 전광판 한쪽에는 센터가 위치한 안양시청 일대 지도가 펼쳐져 있다. 지도 곳곳에 표시된 각 CCTV를 클릭하면 해당 CCTV가 바라보는 화면이 그대로 재생된다. 다른 쪽에는 이날 시연할 에이드 시스템의 여러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이 떠 있다.
시스템 담당자는 전날 동안구 인덕원동에서 실종자가 발생한 걸 가정하고 시연했다. 시스템에 접속해 지도에서 인덕원 일대를 지정하고 실종이 발생한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의 CCTV 영상을 분석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해당 일대의 CCTV 83대가 두 시간씩, 총 166시간분을 촬영한 영상이 화면에 곧바로 섬네일(영상을 대표하는 그림) 형태로 펼쳐졌다.
한 영상을 누르자 아래쪽에 전체 영상의 흐름을 보여주는 타임라인이 떴다. 타임라인 중간마다 사람이 지나간 부분이 표시됐다. 해당 부분을 누르자 그 시간대의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 한 인물을 실종자라 가정하고 조금 전 불러온 CCTV 영상들 가운데 이 사람이 지나간 영상을 모두 찾아달라고 하자 1초 만에 실종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보여줬다.
그 가운데 가장 흡사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클릭하자 해당 인물이 시간대별로 이동한 동선이 지도상에 표시됐다. 더 이상 추가 추적이 안될 경우 이때부터는 경찰의 몫이다. 경찰은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곳을 중심으로 수색에 나선다.
에이드 시스템은 이처럼 CCTV 속 영상을 보고 특정 인물을 지정해 실종자를 찾을 수도 있지만 실종 직전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보통 엘리베이터 CCTV 화면 등이 많이 쓰인다. 가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도 찾을 수 있다. A씨 사례처럼 실종 당일 입은 옷 등 여러 조건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빨간색 상의를 입은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하자 불러온 CCTV 영상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금방 나열됐다.
순식간에 데이터 검색부터 분석까지 시연에 참여한 안양동안서 실종전담팀 조형진 경감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CCTV로 실종자가 10분 동안 이동한 동선을 파악하려면 1~2시간 정도 CCTV를 봐야 한다”며 “에이드는 순식간에 수백 대의 CCTV를 보고 인물을 찾아내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말했다.
실제 수사는 더 많은 CCTV와 영상 분석 시간을 요구하기에 차이가 더 크다. 조 경감은 “실종 사건은 보통 발생 실종자를 어느 정도 기다린 후 신고를 하다 보니 5~10시간 후에 접수가 들어온다”며 “만약 10시간 만에 신고가 됐다고 하면 보통 200대 정도의 CCTV를 분석해야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는 통상 세 명이 나눠 이틀 동안 CCTV를 보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1인당 10시간 정도씩, 도합 60시간을 CCTV 분석에 매진해야 한다. 만약 에이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어떨까? 놀랍게도 전체 데이터 검색부터 최종 동선 분석까지 단 1분 만에 끝낼 수 있다.
CCTV 분석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건 해결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다. 늦어지는 시간만큼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될 수도 있다. 앞선 A씨나 B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빠른 시간 내 CCTV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다. 에이드 시스템을 활용해 두 사건을 모두 해결한 손현석 경사는 “야간에는 근무자가 많지 않은데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적은 근무 인력으로도 실종자의 위치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어 집중 수색이 가능해진다”며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양동안서 실종전담팀은 모두 다섯 명. 이들 중 팀장을 제외한 네 명이 돌아가며 당직을 선다. 밤 근무는 보통 1~2명이 담당하는데 이 시간대가 가장 바쁘다. 하루 평균 8건의 신고 가운데 5~6건이 심야 시간대에 접수되기 때문이다. 에이드 시스템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인력 공백을 메우는데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드 시스템은 KIST AI·로봇연구소 주도로 개발됐다. 안양시와 경찰청 등도 힘을 보탰다. 개발 단계부터 화면 구성이나 기능적인 부분에 실사용자인 경찰의 목소리를 반영했기에 실제 실종 수사 업무에 효과적이다. 누구나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쉽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 방법도 쉽다.
CCTV 화질, 사각지대 등 한계도 다만 정확한 탐색을 위해선 아직까진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실종자와 비슷한 사람을 CCTV들이 분석해 나열해주면 가장 비슷한 사람을 골라내고 추가 지시를 내리는 것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분석 대상인 CCTV의 화질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안개가 낀 날이나 심야시간대에는 CCTV의 선명도가 떨어져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 때문에 아직까지 증명사진 등 인물의 생김새를 통한 검색은 불가하다. CCTV가 없는 지역으로 실종자가 이동할 경우 동선이 끊기는 문제도 있다. 이때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인근 가게나 기관의 사설 CCTV 등을 확보해 동선을 추적한다.
AI 기술이 사람을 구하는 영역까지 진화했다. 남은 과제는 이 시스템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개선해나가느냐일 것이다. 안양시에 따르면 현재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견학을 오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전국으로 에이드 시스템이 확산된다면 실종 수사가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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