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말은 예로부터 도약과 전진의 상징이었다. 특히 병오년의 ‘병(丙)’은 오행에서 불을 뜻하니, 붉은 말은 어느 때보다 강렬한 에너지와 추진력을 상징한다. 2025년 한국 경제는 불법 계엄 사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건설 경기 장기 침체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신음했다. 병오년 새해에는 그 굴레를 벗고 힘차게 내달릴 수 있을까?
희망의 조짐은 분명히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025년 하반기 경기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3분기에는 전기 대비 1.3% 성장을 기록하며 15분기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도 79.1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회복했으며,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2024년 12월 88.2에서 2025년 11월 112.4로 크게 반등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내수 회복에 온기를 더했다.
이런 회복세를 바탕으로 정부는 2026년을 ‘한국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5년 12월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새해 경제정책의 핵심은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극복이다. 4대 분야, 15개 과제, 50개 세부 실천방안을 담은 ‘2026 경제성장전략’을 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모두 2026년 성장률을 1.8%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어, 2025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도전 요인도 만만치 않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3.2%에서 2.9%로 둔화될 전망이고, 관세 인상의 여파로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도 4.2%에서 2.3%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도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국 경제 대도약 원년’ 이끌 핵심 축은?
정부가 제시한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은 AI 대전환이다. AI 로봇,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 등 이른바 ‘피지컬 AI’ 분야에서 1등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완전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도 제시됐다.
지역균형성장에 대한 강조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5극 3특 성장기반 구축을 통해 초광역권별 전략산업을 집중 지원하고, 지방 투자촉진 보조금 확대와 농어촌 기본소득 정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 증가율 격차가 연평균 1.7%p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책 방향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민생 안정도 핵심 과제다. 물가 관리를 위해 각 부처 차관급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임명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2080억 원을 투입한다. 식품산업 경쟁 촉진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구조적 물가 안정도 도모한다. 청년 고용 대책으로는 AI 직업훈련 확대와 청년 유형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기초생활보장 기준중위소득도 역대 최고인 6.51% 인상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727조 9000억 원 규모의 2026년 예산이 확정됐다. 전년 대비 8.1% 증가한 확장적 예산이다. 정부는 단순한 확장이 아닌 전략적·성과중심 재정운용을 강조하며, 역대 최대인 27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세입 측면에서는 법인세율 환원,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5년간 약 35조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경제 향방에 중요한 변수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환율 상승과 내수 회복에 따른 상방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는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KDI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에도 근원물가는 2.0%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을 향해 붉은 말의 질주를
대외 경제협력도 중요한 축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인하됐고, 2000억 달러 직접투자와 1500억 달러 조선 투자를 약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략적 투자를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해 외국인 투자 확대를 도모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경제안보 대응체계 구축도 강화한다.
정책 방향은 대체로 적절해 보인다. 실효성이 관건이다. AI 대전환이나 지역균형성장 같은 과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오가는 등 외환시장 불안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병오년의 붉은 말은 달려야 한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만 기대지 않고, 재정의 역할을 통해 내수 회복의 온기가 소상공인과 저소득층까지 퍼져야 한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지방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숫자로만 존재하는 성장이 아닌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질주를 기대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