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120억 원대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을 벌인 30대 총책 A씨 부부가 1월 25일 구속됐다. 이들은 딥페이크 기술로 가상인물을 만든 뒤 채팅 앱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구속은 정부가 추진해 온 해외 거점 초국가 금융·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의 성과로 평가된다. 범정부 차원의 초국가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이들 부부를 포함해 우리 국민을 상대로 캄보디아에서 각종 온라인 사기 범죄를 저지른 한국 국적 피의자 73명을 1월 23일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이 가운데 7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들은 한국인 피해자 총 869명으로부터 약 486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송환이 장기간에 걸친 추적과 치밀한 국제 공조의 결과라고 밝혔다. 외교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를 구성해 캄보디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스캠 조직의 실체를 추적해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캄보디아 ‘코리아 전담반’을 설치하고 현지 경찰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스캠 단지 7곳을 특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시아누크빌 스캠 조직 51명, 포이펫 스캠 조직 15명, 몬돌끼리 스캠 조직 26명 등 주요 거점과 조직 구조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캄보디아 정부와 수차례 협의와 영상회의를 통해 법적·외교적 절차를 조율하며 대규모 송환을 성사시켰다.
고도화된 스캠 수법… 미성년자 대상 범죄까지 송환 대상자 73명은 모두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국내로 압송됐으며 입국 직후 수사기관에 인계돼 본격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 104명으로부터 약 120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 부부는 지난해 2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됐다가 현지 경찰에 뇌물을 주고 석방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7월까지 캄보디아 콜센터 사무실에서 ‘야누스헨더슨’ 등 글로벌 금융회사를 사칭해 229명으로부터 194억 원을 뜯어낸 조직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정부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스캠 조직의 범죄 수법이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음성 합성 등으로 더욱 고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조직원은 미성년자 대상 범죄나 인질 협박 등 중대 범죄에도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범죄 유형으로는 ▲해외 고수익 취업·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 인신 착취형 스캠 ▲AI 기반 딥페이크·음성 피싱 ▲로맨스 스캠과 결합된 투자 사기 ▲큐싱·스미싱 등 문자 기반 사기 등이 꼽힌다.
정부는 송환된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와 함께 범죄 수익 환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울러 동남아 등 해외 거점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사기와 금융 범죄에 대해 관계 부처 합동 TF를 중심으로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현지 수사기관과의 협력 채널을 상시화해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범죄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범죄 수익 환수도 본격 추진할 것”이라며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를 중심으로, 해외에 거점을 두고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스캠 범죄를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엄정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피해가 발생했거나 의심되는 경우 즉시 경찰(112) 또는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 계좌 지급정지 등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있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 사무실을 깜짝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TF 출범 이후 보이스피싱, 노쇼 사기 등 각종 스캠 범죄 신고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각종 스캠 범죄가 국민 삶을 파괴하고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해외 거점 스캠 범죄에 더욱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한국인을 건드리면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동남아 현지 언론과도 공조하는 등 적극 알리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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