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아울러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는 민생규제를 정비하고 어촌·어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할 중장기 전략도 마련한다. 정부는 12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정책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 안전 확보와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종합 지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재발 방지 ▲민생규제개선 ▲어촌·어항 발전 기본계획 등 네 가지 안건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대책 마련
첫 번째로 보고된 안건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이다. 2024년 6월 대법원이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정부가 공동 책임 주체로서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마련한 종합 대책이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특별법을 전면 개정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중단됐던 정부 출연을 2026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결정기간 동안 단기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한다.
피해자의 현실을 반영한 학업·병역·사회진출 등 생애 전 주기에 걸친 맞춤형 지원도 추진된다. 정부는 학령기 피해자의 질병 결석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사회복무요원은 철도·지하철 등 특정 업무 배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일상 전반의 불편함을 최소화한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성장과정의 건강상태를 분석해 이상소견이 나타날 경우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건강피해에 대한 인과관계 연구를 호흡기계 중심에서 만성·전신질환과 후유증까지 넓힌다.
김 총리는 “2006년 원인 불명의 폐손상 사례 발생 이후 오랜 시간 고통과 불안을 견뎌온 피해자와 가족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상처와 슬픔이 덜어질 수 있도록 종합 지원대책을 끝까지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시급과제 입법 가속화
‘개인정보 유출사고 방지 종합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정부는 12월 10일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쿠팡 고객정보 유출사고 대응현황 및 향후 계획’을 다룬 바 있다.
정부는 징벌적 과징금 도입과 유출통지 의무 강화와 같은 시급한 입법과제는 신속히 입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낸다. 특히 반복적이고 중대한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행강제금 도입 등 조사의 강제력을 확보하고 피해회복 기금 도입을 검토하는 등 조사·제재·배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도 빠르게 검토해 이행할 계획이다.
민생규제 21건 개선
아울러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민생규제개선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발굴한 총 21건의 규제개선 과제에는 유통기한 임박 식품의 활용 활성화, 공동주택 작은도서관 설치 의무 완화 등 일상과 밀접한 규제개선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고 민생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제4차 어촌·어항발전기본계획’도 확정됐다. 향후 10년간 어촌 경제를 되살리고 소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공지능(AI) 도입과 기후 변화 등 어촌·어항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수산물류·관광 최적지에 위치한 어항을 단기간에 집중 개발하는 ‘거점어항’과 이들 주변에 수산·어촌 기업체를 집적하는 ‘어촌발전특구’ 등을 통해 어촌·어항을 지역 경제 중심축으로 육성한다. 아울러 어항공간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어촌 역시 체계적인 공간관리가 가능하도록 근거법 제정을 추진한다. 섬어촌 내연 발전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지원을 검토하고 어항 시설물 관리 전 과정에 AI 예측 기술을 적용하는 등 어촌 미래 기반을 다지는 다양한 방안을 병행한다.
김 총리는 “전 과정이 생중계된 전례 없는 업무보고가 마무리됐다”며 “업무보고의 긴장감이 공직사회 전체의 실천으로 이어져 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야”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와 국민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시급한 조치는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은 새해에도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해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