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차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행선지는 재일동포들과 만남의 자리였다. 3월 16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동경한국학교 합창단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짙은 남색 양복, 흰 셔츠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윤 대통령은 마치 살아 있는 태극기를 연상시켰다.
윤 대통령은 “도쿄에 와서 여러분들을 뵈니 기쁠 뿐만 아니라 가슴이 벅차다”면서 인사를 전했다. 이어 “한일은 1500여 년간 우호 협력 관계였고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50년만 불행한 관계였는데 불행한 50년이 1500년의 우호 역사를 부정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던 25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를 선언할 당시를 떠올리며 새로운 한일관계를 지향하기 위함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왕성한 왕래가 이뤄져왔는데 지난 수년간 정부 당국 간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경제 교류가 줄고 문화·국민 간 교류도 줄었다”면서 경색된 한일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일본 국민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고, 한국 국민은 코로나19 전인 2018년 758만 명, 2019년 500만 명 이상 일본을 방문했다”고 강조했다.
“미래 지향하는 관계 적극 지지”
윤 대통령은 “지금 한일 양국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며 “조국에 대한 여러분의 변함없는 애정과 성원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동포 사회는 우리 민족 근대사의 아픈 상처와 함께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일관계의 가장 탄탄한 버팀목으로 성장했다”면서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여러분들께서 더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한일관계가 국내 정치에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정치인이 양국 문제를 국내 정치나 자기 입지에 활용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한일관계가 원상회복을 해도 만일 대립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싸울 때는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류까지 끊는 것은 맞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한일 간 정부와 기업은 치열하게 경쟁할지언정 미래 세대와 문화·학술 분야는 항상 탄탄한 교류 기반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나보고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라며 한일관계가 불편하면 가장 힘이 들 동포들을 격려하며 “앞으로 담대한 마음을 갖고 한일관계를 이끌어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재일동포들은 윤 대통령의 방일에 반색했다. 정재욱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어제부터 코리아타운이 있는 신주쿠는 축제 분위기”라며 “한인뿐 아니라 일본 상인들도 현수막을 걸고 전광판에 환영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정보기술(IT) 회사를 운영하는 한 동포는 “한국에서 반일 프레임이 일어나면 일본에서 한국 기업에 일감을 주지 않는 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한다”며 “한일관계가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신용상 민단중앙본부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께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셔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 양국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가’의 제15대 자손인 심수관 도예가가 제작한 도자기를 선물로 받았다. 심수관가는 1598년 정유재란 때 일본 포로로 끌려가 큐슈 가고시마현에 정착한 초대 심당길의 후손들이 대대로 일군 도자기 명가다. 42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가업과 가문의 맥을 이으며 한일 문화 교류에 기여해온 가문이다.
재외동포청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강화할 것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6월 새로 출범하는 재외동포청을 언급하며 “우리의 국가적 위상과 품격에 걸맞게 재외동포 지원 체계를 더욱 튼튼하게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연대를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엿보인다.
재외동포청 출범은 윤 대통령에게 각별하다. 정부 출범 이후 9개월 만에 이뤄진 첫 정부조직 개편안에 재외동포청 신설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2일 열린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대한 공개 서명식을 주관할 때도 “재외동포청 신설은 선거 과정뿐 아니라 해외 순방에서 동포들을 만날 때마다 약속드린 것”이라며 “재외동포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별·분야별 맞춤형 동포 정책을 강화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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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