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 사각지대 지원 현장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20대 청년 A씨는 부모의 이혼 이후 중증 간질질환 누나를 돌보는 청년 가장이다. 일과 시간 대부분을 누나 돌보는 데 할애하는 A씨는 2022년 6월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최근 치킨집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누나의 치료비와 각종 공과금 등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뿐만 아니라 누나의 모든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상황에서 A씨의 피로도와 우울증이 상당한 상태였다.
A씨는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가족돌봄청년’의 전형적인 사례다. 보건복지부가 8월 21일 경기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2022년 5차 복지 사각지대 발굴’ 조사 대상을 건강보험료 체납자와 중증질환 보유자, 가족돌봄청년 등으로 확대했다.
양천구청 복지정책과 담당자는 “9월 말부터 관내 돌봄SOS센터가 만 65세 미만 1인 가구 2833세대를 대상으로 돌봄SOS매니저가 직접 방문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A씨와 누나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인 가구는 아니지만 경제적·심리적 위기를 겪는 복지 사각지대로 드러나 즉시 생계비, 의료비와 함께 식사 지원을 연계했다”고 밝혔다.

양천구 돌봄SOS센터 취약계층에 단비
양천구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 강화를 위해 2020년 7월 18개 전동 주민센터에서 3년째 운영 중인 양천형 돌봄SOS센터가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에 단비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긴급하고 일시적인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일시 재가 ▲식사 지원 ▲동행 지원(외출) ▲단기시설 입소 ▲건강 지원 등 10대 돌봄서비스를 연계·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7000여 명이 돌봄 혜택을 받았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취약계층이 사각지대 내에서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수조사 및 방문, 긴급복지 핫라인(직통전화) 개설 등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 ‘서울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사회보장급여법 등 복지 3법 제·개정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종합 지원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단수·단전 등으로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사각지대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2018년 4월에는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세 살 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는데 석 달째 관리비가 연체된 상황이었다.
특히 2020년 발달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을 둔 병든 60대 어머니가 사망한 지 5개월 뒤에야 발견된 서울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고질적인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드러냈다. 수원 세 모녀는 16개월 남짓 건강보험료를 체납했지만 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이들이 직접 위기가정 신고를 할 수 있는 SOS 핫라인으로 긴급복지지원을 요청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산콜센터 연계한 SOS 핫라인 개설
이에 서울 각 자치구가 정부의 2022년 5차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정책을 계기로 120다산콜센터와 연계한 ‘복지 핫라인’ 운영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위기가구 복지서비스 접근성을 확보하고 통합적 복지서비스 상담 및 연계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은평구는 9월 30일부터 위기가구 발굴 지원 강화를 목적으로 ‘은평 복지 핫라인’(02-351-8888)을 개설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1일 3명의 복지 상담 전문인력이 도움을 요청하는 위기가구의 초기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1시간 이내 동주민센터에 연계해 맞춤형 긴급복지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동작구도 9월 30일부터 긴급 위기가구 복지상담센터(핫라인)를 신규 운영해 긴급 상담체계를 일원화했다. 120다산콜센터로 위기가구 상담 전화가 연결되면 구 복지상담센터 핫라인으로 연계해 종합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중랑구도 주민이 120다산콜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이나 긴급복지, 돌봄 SOS 서비스, 민간 자원 연계 등의 긴급복지지원을 상담할 경우 즉시 구청 복지정책과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천구는 2012년 5월부터 운영 중인 원스톱 맞춤형 복지 전문 상담센터인 통통복지콜센터(02-2627-1004)를 다산콜센터와 연계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상담 창구로 확대·운영 중이다.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한 주민 중 복지 상담을 원할 경우, 통통복지콜센터와 바로 연계돼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상담 후 공적 급여가 필요하면 상담원이 즉시 해당 동주민센터에 통보해 위기가구를 지원한다.
강남구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을 위한 특별대책 추진에 나섰다. ‘특별대책 TF팀’을 구성해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집중 조사를 실시하고 24시간 위기가구 핫라인 ‘드림콜’(010-4307-1965)을 운영하는 등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온힘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찰서 등 8곳의 지역사회 외부 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계도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강남구청 담당자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취약한 환경에 거주하는 가구와 건강보험료 체납, 의료비 과다 지출이 확인된 5059가구를 대상으로 경제활동 여부, 건강 상태 등 생활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며 “해당 가구 부재 시 세 번 이상 직접 방문하고 통반장, 집주인 등의 간접조사도 병행해 수원 세 모녀 사건처럼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은둔형 실거주 위기가구를 적극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민선 8기 지자체도 앞다퉈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긴급복지 핫라인’(010-4419-7722)과 ‘긴급복지 전용 콜센터’(031-120)를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활고를 겪으며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