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경산(慶山)의 삽살개’는 우리 토종개의 걸어다니는 역사책이다.” 토종개 복원을 위해 평생 연구해온 하지홍 경북대 생명공학부 명예교수(한국삽살개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우리 땅에 정착한 토종개들은 이혈번식(異血繁殖·다양한 혈통의 후손)을 통해 태어난 건강한 개들이다. 농경사회에서 자연번식된 토종개들은 집 잘 지키고 사냥 잘하는 개들이었는데 그중에서 털이 긴 개들을 삽살개(삽살이)라고 불렀다. 통일신라시대 불길에 휩싸인 주인을 털에 물을 적셔와 살렸다는 임실군의 충견 ‘오수견’을 비롯해 ‘계화(계수나무꽃) 밑에 삽살개 짖는구나’라는 춘향전 구절을 봐도 삽살개가 전국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 교수와 박찬규 건국대 KU융합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은 게놈 염기서열 정보 분석을 통해 삽살개가 고대견 중 하나임을 밝혀냈다. 연구에 따르면 북방 유래의 유라시아 혈통으로 2000~1만 년 전 한반도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삽살개는 진도개, 경주개 동경이를 비롯해 티베트 마스티프, 시추, 페키니즈 등과 혈연적 연관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삽살개는 동아시아개들의 시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멸종된 줄 알았던 삽살개를 살려낸 것은 하 교수 부자의 노력이 컸다. 하 교수의 선친인 하성진 전 경북대 수의과 교수도 토종개를 연구했고 그가 운영하던 목장에 경북 오지에서 찾아낸 삽살개 여덟 마리가 있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하 교수가 그 뒤를 이어 1985년부터 삽살개 복원에 매달리고 천연기념물 지정까지 받아냈다. 하 교수는 “삽살개는 사람과 친화력, 교감능력이 탁월하다. 형태적 특징을 꼽자면 아시아 중형 토종개 중에서 유일하게 얼굴을 덮는 장모견”이라고 말한다. 18개월 된 삽살개 ‘단비’가 울산 울주군 대곡천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강형원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했다. UCLA를 졸업한 뒤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에서 33년간 사진기자로 근무했고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2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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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