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대상
북아현동 경사형 엘리베이터 직접 타보니
서울시에는 구릉지에 형성된 마을이 많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도 그렇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려면 경사진 길을 빙 둘러 오거나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2020년 서울시는 교통약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먼 길을 우회해 대중교통을 타러 가야 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구릉지 이동편의 개선 사업’을 실시했다. 서대문구는 이 사업에 응모해 약 3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고 2021년 8월 공사를 시작했다.
2023년 2월 14일부터 운행한 ‘북아현동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독특한 외관이 먼저 눈에 띈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 기하학적 모양으로 설계돼 있다. 레일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구조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경사도 50도 이상 가파른 절개지에 설치해 20m 높이의 구릉을 42m의 운행 거리로 비스듬히 오르내린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 우산을 쓰고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에코백을 멘 대학생 등 연령층도 다양했다. 북아현동에 산 지 5년이 돼간다는 송영자(79) 씨는 “비오는 날은 거의 외출을 하지 못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생긴 뒤에는 이렇게 다닐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지하철을 한 번 타러 가려면 내리막길을 빙 둘러 가야 했는데 이제 한 번에 갈 수 있다”면서 “지난 2월에 생겼다는데 최근에 알게 된 게 억울할 지경”이라며 웃었다.
사회문제 해결한 공공디자인 우수사례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 21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과 함께 정부혁신 계획 사업인 ‘2023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공모 결과를 발표하고 대상(국무총리상)에 ‘북아현동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사업’을 선정했다. 외관 디자인은 물론 유지나 관리 등 운영 측면에서도 주민 만족도가 높고 이용자가 많아 도시의 사회문제를 해결한 공공디자인 우수사례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북아현동 엘리베이터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됐다. 성별이나 연령, 국적이나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조성한 것이다. 문체부와 공진원은 “외관 디자인도 뛰어날 뿐 아니라 급경사 지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와 인근 주민의 보행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북아현동 251-292번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이대역의 중간 지역으로 아현웨딩타운과 이어진다. 보행자가 많아 엘리베이터는 하루 1000회 이상 운행할 정도로 이용자가 많다. 15인승 엘리베이터를 타면 투명한 벽 너머로 바깥이 보인다. 속도는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 노약자가 이용하기에도 알맞다.
2층 승강장에 내리면 동심경로당과 바로 이어진다. 낡은 기와집을 그대로 사용한 무허가 경로당을 구릉지 이동 편의 사업에서 확보한 사업비로 새로 지었다. 경로당 안에는 예닐곱 명의 어르신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경로당과 바깥을 잇는 보행로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생기기 전 이 지역은 잡풀이 무성했다. 가파른 언덕이다 보니 오랫동안 대안없이 방치됐다. 주민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려면 비탈길을 400m 이상 돌아가거나 옆 블록까지 가서 골목길의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계단은 55개로 노약자들은 중간에 쉬었다 가야 할 정도로 단차가 높았다. 엘리베이터가 생긴 뒤로 도보 거리가 약 150m 미만으로 줄었다. 특히 오토바이나 자동차, 보행자가 함께 다니던 경사로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보행자의 낙상이나 교통사고 위험도 감소했다.
1960년대 북아현동에 주택이 들어설 때부터 살았다는 한 토박이 어르신은 “60년 동안 방치됐던 비탈길이 북아현 주민들의 ‘큰 길’이 됐다”고 기뻐했다.
대구교통공사 ‘승강장 안전문 역명 부착 사업’ 우수상 수상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사업부문과 연구부문, 지자체부문으로 나눠 총 15점을 시상한다. 우수상을 받은 대구교통공사의 ‘승강장 안전문 역명 부착 사업’은 온라인 국민참여 심사에서 실생활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으로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지하철 내 승강장 안전문이 지하철 역명을 가린다는 민원을 해결한 사례다. 서울 등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지하철에서도 도입 가능한 공공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업부문 최우수상은 ‘농산어촌지역 주민들의 보편적인 삶 보장 프로젝트(한국농어촌공사)’가 받았다. 우수상은 ▲광주양동초 학생중심 공간혁신(광주광역시교육청 외 3곳) ▲상담공간편 스트레스 해소 디자인(서울시청 외 1곳) ▲도심 속 안전한 카페 정류장 성동형 스마트쉼터(성동구청 외 1곳) ▲조리읍 행정복지센터 문화광장(파주시청 외 1곳) ▲모두의 드리블(디마이너스원 외 2곳)에 돌아갔다. ▲원주 마을 미술 프로젝트(원주문화재단 외 1곳) ▲우리 동네 유휴공간 프로젝트(아모레퍼시픽 외 1곳) ▲프로젝트 100 : 현대백화점 독립 자원순환 시스템(현대백화점 외 1곳)은 입선에 명단을 올렸다. 올해 신설한 지자체부문에서는 지난 5년간 공공디자인 발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쓴 인천광역시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10월 27일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에서 시상식과 함께 수상작도 전시한다. 자세한 사항은 공진원 누리집(www.kcdf.or.kr) 또는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www.publicdesign.kr)에서 볼 수 있다.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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